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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일기

제주 협재 커피숍 캠피(Camffee)

by 여름햇살 201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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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커피숍 캠피. 이번 여행 때 읽으려고 빌려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의 첫 단편 풀사이드를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읽자마자 커피가 너무 땡겨서 게스트하우스 주인분께 추천받아 왔다. 객의하우스에서 도보로 7~8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커피숍 캠피, 사장님과 사장님 친구분으로 추정되는 여자분께서 술을 마시고 있다.


바에 비치된 메뉴판을 들여다보는데,,, 분명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술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다. 약을 먹고 있는 것이 있어서 술을 마시면 안되는데도,,, 술마시는 걸 보니깐 나도 마구마구 술이 땡긴다. 한 5분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레페를 딱 한 잔만 마시기로!




앉아서 기다리면서 가게를 둘러보는데, 인테리어가 예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사장님이 직접 모두 인테리어를 하셨다고. 심지어 가게에 작은 유화들을 직접 그리시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 디자이너라고 하시더니, 매우 감각있는 인테리어다. 



그리고 나온 레페. 그리고 나초도 데워서 가져다 주신다. 그리고 혼자 달달한 맥주를 혼자 홀짝이며 감성돋는 하루키의 단편을 읽었다. 주문 전에 가게 문닫는 시간이 10시임을 확인하고 정말 딱 한병만 마시려고 하다가 9시 40분쯤에 한 병 더 추가. 10시쯤에 가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사장님 친구분이 혼자 여행왔냐며 말을 거신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합석.


이야기를 하다보니, 사장님 친구분은 나와 동갑에, 고향도 같은 지역. 심지어 같은날 제주도에 도착했으며, 같은 게스트 하우스, 같은 도미토리룸, 같은 2층 침대(그분은 아래, 내가 위)에서 앞으로 3일간 잠을 함께 자게 될 운명의 여인! 두둥 ㅎㅎ 30을 앞둔 29살의 인생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공감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방문. 전날 친구 분이 극찬한 캄피의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 가기 위해서다. 전날 취기에 나 커피맛에 조예가 깊은 여자라며, 내일 커피맛 기대하겠다며 시건방(?)을 떨었는데... ㅋㅋㅋㅋ 사장님이 바로 뽑아 주신 아메리카노를 보며 진한 크레마에 감동을 받고, 한 모금 마시자마자 "우와 맛있다."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아메리카노인데, 핸드드립을 한 것 마냥 부드럽고 아주 향긋하다. 심지어 바닷가에서 홀짝이며 마시다가 커피가 다 식어버렸는데도 향이 장난이 아니다. 정말 빈말이 아니라, 1년 이내에 마셔본 커피 맛중에 최고였다.


그 날 저녁에 감동적인 커피 맛에 예찬을 하며 알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직접 블렌딩한 커피라고 한다. 바리스타 출신도 아닌 본인이 직접 일일이 맛을 보며 로스터리에 원하는 원두로, 원하는 로스팅 정도로, 블렌딩하여 주문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에 본인이 입맛에 맛있게 블렌딩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신다. 이정도 감각이면 요리를 해도 잘 하실 것 같다.



감동의 커피맛을 잊지 못해, 그날 올레 14코스를 걷고, 샤워를 하고, 책을 들고 다시 캠피로 향했다. 사장님과 친구분이 각자일을 하고 계신다. 고민없이 주문한 아메리카노. 나오고 한 참 있다가 찍은 사진임에도 사라지지 않는 크레마. 아아, 잊을 수 없는 캠피의 커피. 




그리고 한시간쯤 지났을까? 친구분이 직접 만들어온 까나페와 과일 안주. 맛있는 스페인산 와인과 함께 다시 시작된 수다 파티. 오늘의 주제는 죽음.  낯선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꼐한 소중한 시간. 정말 꿈꾸는 듯한 여행의 작은 시간들.




캠피. 캠핑과 커피의 합성오로 사장님의 작품이다. 여쭈어 보았더니, 캠핑과 커피를 무척 좋아하신다고 한다. 처음 제주도에 내려왔을때에는 가게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기도 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에는 빠짐없이 홀로 캠핑을 가신다고 한다. 디자이너로 살아 오다가 제주에 내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있는 사장님. 나보다 1살어렸는데, 참 멋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분의 밝은 표정이 질투날 정도로 부러웠다. 역시 힐링의 제주.



와인을 마시는 동안 틀어져있던 팀버튼의 가위손.



그리고 다음날, 사려니숲길을 걷고 협재로 돌아와서 다시 들린 캠피. 사장님과 친구분은 당일에 한라산 등반을 가셨기에, 가게는 사장님의 또다른 친구분이 지키고 계셨다. 몰랐는데, 웹서핑으로 알아낸 것이 캠피는 레몬커피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 마셔봐야지. 레몬커피를 주문했다. 얼음에 직접 짠 레몬즙과 시럽(시럽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한 것은 추측이다. 시럽을 넣는 것을 보지는 못했고, 단 맛이 왠지 시럽일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캠피의 환상적인 에스프레소가 샷으로 끼얹어 진다. 


그리고 환상적인 음료의 맛. 세상에 이런 조합이 있다니, 감동감동. 협재해수욕장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캠피의 레몬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쏙 드는 협재, 그리고 캠피. 다음 번 제주여행때 꼭 한 번 더 들러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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