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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나온 2013년에 추천을 받았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골자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비약적인 논리로 주장을 펼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과잉검진으로 인한 폐해 및 불확실한 효과와 확실한 부작용의 항암제에 대한 경각, 연명치료의 부질없음 등을 알려주려고 한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까지 자신의 말이 100% 맞다, 그마저도 부족한 근거로 우겨대는 부분은 이 책이 대중서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웠다. 더 많은 구독자를 위해 자극적인 혹은 범죄의 상황마저 연출하는 유투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책도 이렇게 해야 잘 팔리는구나.
책을 읽어보면 일본의 의료 실정도 우리나라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과 일본은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서양권의 많은 나라들은 주치의제도가 있다. 몸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주치의에게 먼저 진료를 받고, 그 주치의의 판단하에 전문의 또는 상급 기간에서 진료를 받게 된다. 주치의제도의 장점은 치료보다는 예방에 중점적인 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상이 있더라도 실제 치료보다는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강조하는 편이며, 특히 감기의 경우에는 약을 처방해주지도 않는다. 라포형성으로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은 물론이거니와 한 의사가 환자를 오랜기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주치의 제도가 없는 한국은 환자가 의사를 마음껏 고르며 흔히 소위 말하는 '의료쇼핑'이 가능하다. 이 의사 저 의사를 돌아다니며 자신과 맞는 치료와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과잉 진료 및 치료에 노출되기가 쉬운 것은 되려 단점이다.
그에 따른 과잉 검진으로 인해 치료해야 하는 암이 아닌 유사암도 치료의 대상으로 선정되고, 불필요한 수술 및 항암요법의 시행등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리고 잦은 검진은 높은 오진율의 위험에도 노출이 된다. 암을 검진하는 방법은 대부분이 방사선을 이용하는데, 이는 되려 건강인에게는 암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의료 또한 의사에게는 생계수단이자 비지니스의 영역으로, 약을 처방하지 않고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제약회사의 속임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그리고 당뇨병의 기준을 야금야금씩 내리고 있는데, 그 기준 수치를 하향 조정할 때마다 제약회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혈관은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기에 혈압이 조금 높아야 혈행이 좋아지며(그렇기에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올라가며, 이는 위험 수치가 아닌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다), 세포막을 형성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중에 충분해야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며, 당뇨병은 약이 아닌 생활습관으로도 충분히 교정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정상인들을 굳이 기준을 들먹이며 환자로 규정하고 불필요한 거기에 부작용이 잠재되어 있는 약을 복용하게 한다. 연구결과들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제약회사는 주장하지만, 그 연구는 약을 판매해야 하는 제약회사의 펀딩으로 이루어진 연구일뿐이다.
암에 대한 접근법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못된 지점이 많다. 이미 전이된 암이라면 죽는 그 순간까지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부작용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어떤 경우에는 죽음을 앞당기는 항암치료보다는 남은 인생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특정 암의 경우에는 말기가 되더라도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통증이 있더라도 진통제로 완화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공감가는 부분은 많지만 반문을 제기하고 싶은 부분도 많다. 계란과 우유를 매일 먹는 습관을 이야기 하는데, 우유에 대한 효능에 대한 의견은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특히나 항생제와 성장촉진호르몬이 잔뜩 들어간 우유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검진으로 인한 조기 발견 및 항암치료를 통해서도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통계의 허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암의 발견율이 좋아졌고, 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많아지니 그에 따른 사망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는 사망하더라도 암으로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집계 되었을 것이다. 이런 숫자 놀음으로 주장을 펼치는 것은 곤란하다. 암 검진율을 낮추었더니 암사망율이 낮아졌다는 마을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 맥락이다. 베타카로틴을 섭취한 남성흡연자 군에서 유의성이 있게 폐암이 발병했다는 이야기는 베타카로틴과 흡연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모든 인공영양제와 폐암 발병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이것들을 책이 잘팔리게 하는 특정 상술이라고 감안해준다면 전체적인 이야기에는 동의를 하는 편이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과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현대 의학 및 각종 쏟아지는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인다. TV 건강관련 쇼에서 언급한 채소나 과일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른다. 그 정보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것들이 마케팅임을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내 건강을 마케팅에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미로, 우리가 무지하기 때문에 그 권위에 의지하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현대 의학 또한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 책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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