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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by 여름햇살 2019.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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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북]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국내도서
저자 :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 전병근역
출판 : 김영사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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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유발 하라리의 3번째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하루 이틀 미루다가 독서 모임 핑계로 드디어 완독을 했다. 독서 모임이 취소되어 아쉽게도 다른 사람의 뷰를 통해 생각의 확장은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감상을 기록하고자 한다.


21가지의 챕터로 나뉘어서 각자의 챕터에서 자신의 주제로 접근해가는 구성으로 글이 쓰여져였을까, 알랭드 보통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군데 군데 그의 찰진(!) 비유에 전작들처럼 혼자 깔깔 대고, 그의 놀라운 통찰에 혼자 감탄하며 읽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번에도 완벽하다. 특히 결론 부분은 개인적으로 극호이다. 그가 위빠사나 명상가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쩌다 어른에서 그가 고엔카의 명상 센터에서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나도 가보겠다고 10일 코스를 덜컥 신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1. 환멸부터 21.명상까지 이어지는 신작은 내가 경험한 명상의 여정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이 즐거웠으리라.


나의 명상의 첫 시작은 과거의 리뷰와 재해석(?)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명상을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했다. 그러니깐 이 현재를 해결하려면 나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돌아보는 작업부터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를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입맛대로 편집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깐 아무리 '나는 진짜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야' 라고 우겨봤자 그 사람입에서 나온다는 그 이야기들은 존재론적인 문제(?)로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런 과거는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많은 면제권을 줄 것이다. 실수는 성장의 당연한 부분이라고 미화하게 되고, 5:5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에서 상대에게 은근슬쩍 책임을 전가하여 2:8로 변경시키기도 한다. 그러니깐 이런 것들을 감정을 배제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 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상태를 인정하는 일 말이다.  그래서 유발하라리는 각 주제별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마저 빠뜨리지 않고 언급을 한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의 이야기가 거의 다이다. 인류가 어떤식으로 삽질을 해왔고, 그리고 그 삽질로부터 진화해오는 줄 알았지만 삽을 바꿔서 다시 삽질을 시작 하며 뭘 골라야 다음 삽은 좀 덜 힘드려나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글이랄까. 그래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그렇게 명상으로 과거를 재해석고 부인했던 면까지 인정하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깨닫는다. 내가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1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30년을 넘게 살아온 내 세상이, 나라는 사람의 안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70억개의 세상이 융합된 세상에 있지만 하나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맞다 저것이 맞다 시비분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인해 진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깐 처음부터 여기까지 한줄로 요약하자면 내가 인지하는 세계는 (태어났을때 주어졌던 환경은 내가 원한게 아니었을지언정) 보고 싶은대로 본 대로, 믿고 싶은대로 믿으며 구성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우리는 순 구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것인가 묻는다면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존재만 하면 되느니라 라고 부처님의 말을 정답으로 제시해줄수도 있었건만, 양심적인 그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당장 내일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어리둥절인 우리에게 부처의 말은 인용문으로만 남긴다. 대신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 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능력은 명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은근슬쩍 약을팔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우리 인류가 미래에 닥칠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을 하지는 않고 그저 관찰하라는 말만 남기지만, 내 장담하건데 그에게는 스스로 내린 답이 있다. 굳이 이야기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러면 그의 책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독자 스스로가 과거를 살피고 현재에 집중하는 성찰의 과정을 통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의 전작들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통찰과 더불의 그의 용기덕에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보다 더 감명깊었던 것 같다.


한줄요약: 기승전깨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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