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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에서 오라버니 한 분이 추천해준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작년에 정보통계학을 배워보겠다고 깔짝거린 경험이 있어서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처음 몇 장을 읽을 때에는 문체 때문인지 그냥 그런데라고 생각 했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운 책이라 갈수록 속도가 붙어 금새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 만큼이나 흥미롭다. 평균으로 구성된 사회 질서 속에 살고 있는 존재라서,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의심 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책 첫 표지에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격언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가 책을 다 읽은 다음에야 마음에 제대로 와 닿았다.
책은 제 1부 평균의 시대에서 평균의 탄생과 함께, 계층별 구분 지음과 '표준화'라는 것의 시작을 이야기 한다. '평균주의'는 '개개인이 평균과 비교돼 평가되고 분류되고 관리될 수 있다는 가정(P69)''에 의한 개념이고 이 평균주의가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의 공이 크다고 한다. 펌프 제조사 공장에서 공장 운영과 근로자들을 관찰했던 그는 '평균 방법이 오류를 최소화해준다는 가정과 같은 방식으로 비효율성을 최소화해줄 새로운 산업조직의 비전(P73')으로서 표준화Standardization의 개념을 만들고, '효율을 위해서는 인간의 그 어떤 창의력도 필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시키는 대로 명령에 순종하고 시키면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태도 (P78)' 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훌륭한 표준화 시스템이 잘 굴러가기 위해 '관리자' 라는 지위가 생겨났다.
여기까지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내가 7년간 다녔던 업종이 이 테일러주의Taylorism의 최고봉에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산업시대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는 모든 업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SOP라는 표준작업지침서에 따르게 되어 있었다. 그 SOP라는 것은 어찌나 방대하던지 입사 후 1달 동안은 실무는 보지 않고 SOP를 학습했으며, 그럼에도 그 많은 SOP를 꿰고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직급에 상관없이 전 직원은 정기적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과장이 아니다) 매일매일 진화하는 SOP를 습득해야 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매니저(관리자)로부터 SOP에 따라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SOP에 따라 업무 효율을 평가 받았다. 당연히 그래야했다. 내가 있었던 부서는 통계적 유의성으로 신약의 효능을 입증해내는 곳이었고, 통계를 위해서는 지극히 테일러의 주장대로 업무를 진행해야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사무실에서 일은 했지만, 데이터를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에서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평균을 통한 표준화는 완벽했다. 인류는 한 부분에서 성공을 하게 되면 그 원칙을 그대로 가져다 와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표준화는 교육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평균의 기준은 학생들을 영재와 구제 불능아를 구별짓고 분류하기 시작했다. 테일러 주의는 성공했다. 산업 시대에서는 평균 중심의 기준은 아주 편리하고 효율 적이었다. 사회가 평균주의를 받아 들이면서 기업들은 번창했고, 사회 전반적으로 임금이 인상 되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고 이에 많은 이들이 빈곤에서 구제 되었다. '대학 지원자들과 구직자들이 평균화 시험을 치를 수 밖에 없게 됨으로써 족벌주의와 연고주의가 줄어든 한편 불리한 배경 출신의 학생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출세 기회가 부여됐다' (P92)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개개인성을 포기해야했다. 우리 이제 우리 자신이 되기 보다는 '평균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길 원하게 되었다. 평균보다 뛰어날 경우에만 특별함을 인정받고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력하여 평균보다 뛰어난 그룹이 되었을때 우리를 반기는 것은 우리를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취급당하는 시스템이라니, 참 서글픈 일이다.
평균의 시대를 특징 짓는 2가지 가정은 1.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라는 케틀레의 신념과 2.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골턴의 신념이다. P107) 이에 저자는 반기를 들며 개개인은 오류가 아니며 개개인을(재능, 지능, 인성, 성격 같은)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단 하나의 점수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는 개개인성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내세운다. (P107) 소모품으로 전락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반짝이는 희망을 안겨다 주는 주장이다.
그렇게 저자는 3가지의 원칙으로 제 2부 교육 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에서 본격적으로 평균주의에 강요 당하지 않아도 됨을 이야기 한다. 첫째는 들쭉날쭉의 원칙으로 평균이라는 단 하나의 수치로 여러가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헛점을 내세운다. '성적, IQ, 급여 같은 단순한 단위를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비교하도록 조장'(P125)하고 있지만 실제 그것들이 다차원(특히 이 여러 차원들 사이의 관련성이 낮은 경우)으로 이루어진 개인을 설명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그렇게 말을 하지만 왜 여전히 사회는 일차원적 사고를 통해 재능을 평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 대다수가 평균주의 과학에 길들여져 은연중에 개개인보다 시스템을 우선시 하기 때문'(P137)이라고 대답한다.
둘째는 맥락의 원칙으로 개개인의 특성은 고정변의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내용으로. 평균적으로 어떠한 경향이 있다라고 정의내리기 전에 '특정 맥락 내에서' 일관성이 있다(P158) 라고 정의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천성이라는 것은 없으며, 개인의 특정 행동과 성격은 맥락과 함께 했을시에만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세번째는 경로의 원칙으로 이는 어떤 것에는 평균적은 올바른 경로라는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여러페이지를 할애해 많은 사례들로 그런 것들은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문제를 빨리 푼다고 더 똑똑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배밀이'를 반드시 해야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우울증 치료 경과에 표준 경로가 있는 것도 아닌 우리가 마주하는 그 모든 것들은 평균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3가지의 원칙의 결론은 아름답다.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는 것이다.
제 3부 평균 없는 세상에서는 개개인성을 중요시 하는 회사와 그러한 철학으로 교육에 적용되면 좋은 예시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들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이대로 바뀌고(실제로 미국의 대기업에서 직원 채용시에 변화하는 기준을 예를 들고 있었다), 교육계에서도 평균 중심이 아닌 개개인적 특징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면 더할나위 없는 사회가 되겠지만, 또 그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사회가 조금씩 변화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나의 세대만 하더라도 평균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요받았지만, 지금의 젊은 이들은 남들처럼 사는 삶을 강요받지도, 그런 삶을 원하지도 않는다. one of them 이 아닌 the one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조금씩 물들어 갔으면 좋겠다. 평균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환기시켜주는 좋은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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