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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by 여름햇살 2019.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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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영화를 보고 오열했다. 함께 보던 남자친구는 그간 영화를 보면서 내가 우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젠장, 혼자 봤어야 했는데.


나는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의 역사나 가수등에 대해서는 백치에 가깝다. 당연히 퀸이라는 밴드도 몰랐다. 영화 및 광고 음악에 줄기차게 쓰이고 있기에 음악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음악들이 퀸의 음악인지도 몰랐다. 그런 나였기에 천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퀸을 알고 있고,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퀸의 명곡들을 감상한다고 하니, 추억팔이겠거니 라고 2개월간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진실을 100% 담고 있지는 않지만, 퀸에 대해서 모르는 나에게(이런 이유로 영화가 별로였다고 평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와 퀸에 대해 알려준 친절한 영화였다. 프레디 머큐리의 시작과 함께 영화 중간 중간에 그의 내면을 표현해 내는 주연배우의 연기에 매번 놀랐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영화는 너무나도 놀라웠다. 프레디 머큐리를 모르지만 영화와 배우가 그의 내면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프레디에게 매리가 찾아와 가족으로 돌아오라고 한 장면이었다. 어둠속을 헤매이고 있을 때, 그가 그 기나긴 어둠을 끝낼 수 있게끔 등불이 되어준 존재는 그를 믿고 곁에 있어준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명예로 그런 그들을 내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고 한발작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프레디의 모습 또한 소름이 돋게 감동적이었다. 


또 다른 기억나는 점은 친구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개명 사실을 이야기 하는 장면이었다.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인 아버지 앞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 그의 예술가적인 면과 함께 어울러져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음악, 그러니깐 예술을 하는 사람은 저래야지 라는 나의 선입견을 강화시켜주는 장면이랄까.


감상자는 예술을 감상할 때 감상자 스스로를 떼어놓고 감상할 수가 없다. 스스로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낄 때의 혼란과 외로움, 그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는 상황과의 직면, 그럼에도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주변인들의 믿음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신의 현 시점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는 발전. 그 모든 것들이 치기어린 삶을 살아와 지금의 나로써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눈물이 쏟아졌다. 그 와중에 MX관의 돌비사운드와 함께하는 퀸의 음악이라니. 


영화 덕에 계속해서 퀸의 음악을 틀어 놓게 된다. 이제서야 고등학교때 퀸의 음악에 심취해있던 그 친구가 이해가 된다. 20년만에 이해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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