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정확히 2008년이었다. 계기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급화된 커피문화가 대학생인 내 삶의 영역에서 머무를 정도의 시기가 도래해서 자연스레 시류에 흘러 들어갔던게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본다. 대학교에와서 처음 밥값보다 비싼 프랜차이즈커피의 맛을 보게 되고, 맥심 모카골드 맛 외에도 다양한 맛의 커피가 존재하며, 그런 다양한 커피를 즐기기 위한 추출방법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자발적으로 커피의 노예가 되었다.
나는 실력있는 바리스타처럼 커피를 한모금 마시기만 해도 산지가 어쩌고, 바디가 어쩌고, 아로마가 어쩌고 하면서 커피를 평가내리는 다양한 척도를 갖다 붙여서 현재 눈앞에 있는 커피를 표현하는 능력은 없다. 아마 죽을때까지 커피를 마시게 되더라도 그런 없는 재능은 계발되지 못할 것 같다. 대신에 커피를 즐기는 것 만큼은 남들 못지 않다고 자부 할 수 있다.
여하튼, 그러한 내가 커피 추출기구로 처음 접하게 된 것이 모카포트이다. 멋드러진 값비싼 에스프레소머신을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때 당시 나는 가난한 학생이었고, 가정에서 저렴하게 에스프레소머신에서 추출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모카포트'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카포트'는 유럽과 중남미 등지에서 가정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에스프레소 포트로, 원래 에스프레소 포트로 불러야 하나 이탈리아의 비알레띠사가 처음으로 만든 포트의 모델명을 따라 '모카포트'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모카포트튼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져 있으며, 상부와 하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개는 돌려서 여닫을 수 있다. 그 사이에는 둥근 깔대기 모양의 곱게 갈린 원두(모카포트용 원두는 에스프레소머신보다는 굵게 갈아야 한다. 너무 곱게 갈면 커피 추출시에 원두가 딸려 들어가서 추출부위를 막는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한다.)를 담을 수 있는 필터바구니가 있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은 포트 하부에 표시되어 있는 곳까지 물을 붓고 필터바구니에 잘게간 커피를 넣은 후 상부로 돌려 닫은 뒤, 모카포트 그대로 직접 불위에서 끓인다. 하단부의 물이 끓어 압력이 올라가면서 수증기가 커피가루를 관통하여 상단부로 추출되어 나온다. 처음 모카포트로 추출했을때는 그 우렁찬(?)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그 소리에 묘한 희열을 느낀다.
생긴 것은 이렇게 생겼다. 저 모카포트를 직접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이면 저렇게 나름 풍성한 크레마를 자랑하며 커피가 추출된다. 모카포트를 만드는 회사도 여러곳이고, 용량(기본적으로 1컵에서 6컵)도 다양하다. 내가 구매한 것은 비알레띠사의 브리카라는 모델로, 추출상단부에 압력추가 있어서 더 풍성한 크레마를 추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2009년 구매 당시에는 압력추가 없는 일반 모델보다 1.5배는 비싼 가격(10만원 정도)이었는데, 요즘 가격을 검색해보니 6만원 정도로 가격대가 많이 낮아져있었다. 이로써 더욱 모카포트의 진입장벽이 낮아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렇게 추출과정에서 커피가 이렇게 삐져 나왔다. 안쪽에 고무가 좀 닳아서 그런 것 같다. 바꿔줄때가 되었는데, 나의 비알레띠 브리카는 구모델이라서 부속품을 구하기가 마땅치않다. 모카포트는 주방세제로 세척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물로만 세척한다. 오래 사용할 수록 원두의 기름때(?)가 끼이고, 기름때로 검게 변해갈 수록 더 훌륭한 커피를 내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가정집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꼬질꼬질한 모카포트들을 자랑스럽게 집에 하나씩 비치해둔다고 한다.
비알레띠 브리카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모카포트에서 추출되자마자부터 사라지는 크레마들. 잔에 부으면 크레마는 더 옅어진다. 풍성한 크레마를 마주하면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반드시 크레마가 풍성해야 해!' 라며 크레마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난 이정도의 에스프레소도 좋다.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와 가장 근접한 맛을 가져다주는 모카포트. 천만원짜리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난 올해로 5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저렴한 모카포트가 훨~씬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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