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포트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이다. 대학교 2학년때에 학교 근처에 핸드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생겼다. 친구를 따라 처음 가게 된 그 곳에서 처음 '핸드드립'이라는 추출 방법을 알게 되었으며, 종이컵이 아닌 너무나도 우아한 커피잔에 담겨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똑같이 검은 용액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노와 맛과 향이 다른 것에 컬쳐쇼크(!)를 받았었다.
커피를 '둘, 둘, 하나'인 맥심으로 처음 접하고, 산 정상에서도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가 다 인 줄 알며 10대를 보냈다. 그리고 대학교에 와서야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통해 커피에는 우유 외에 다양한 부재료들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니 이제는 커피에서 은은한 꽃향기까지 풍긴다고? 진한 아메리카노와 달리 너무나도 풍부한 아로마로 마시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핸드 드립 커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 놀라운 커피의 세계. 그리고 매혹적이기까지 한 커피의 세계.
그렇게 핸드 드립 커피에 반한 나는, 인터넷으로 핸드 드립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핸드드립 세트(처음에는 칼리타 제품을 사용했었다), 핸드밀과 드립 주전자까지 구매하여 휴강시간에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커피를 만들고는 했었다. 지금은 귀찮아서 핸드드립 커피는 잘 마시지도 않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원두를 달리 해가며 하루에도 몇번이고 커피를 내렸었는지 모르겠다.
< 옛날 옛적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 올렸던 사진. 카페뮤제오(광고는 아니고........)에서 주문하였던 커피와 핸드드립, 그리고 칼리타 드립 세트. 향이 다른 원두들로 신나게 커피를 마셔댔었다.>
드립 커피는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추출 방법인데, 그 이유는 편리하면서도 최소한의 찌꺼기와 오일만 걸러져 나오면서도 풍미가 있는 꺠끗하고 명료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출할 커피의 원두 굵기는 중간 굵기로 하고, 고깔 모양의 홀더에 필터(종이, 융, 금속망 등)에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추출을 하게 된다. 간단한 방법과 달리, 어떤 면에서는 가장 어려운 추출방법이기도 하ㄱ다. 그 것은 추출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커피의 맛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가 추출했을때는 커피숍 아저씨가 내려 주던 것과 같은 풍부한 아로마가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커피숍에 갈때마다 아저씨가 내리는 것을 어깨너머로 유심히 배웠다. 그리고 궁금한 점도 이것 저것 물어보며 나름의 무료과외(!!)를 받게 되었다. 커피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추출된 커피가 내려지는 유리 포트도 미리 뜨거운 물로 예열을 해야 되며, 물이 끓는 100도가 아닌 90~95도 정도의 온도로 추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종이 필터를 사용할 경우에는 종이에 직접 물이 닿으면 종이의 쓴 맛이 함께 추출되므로, 주의해서 따라야 한다고 한다. 가운데에서 처음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여 회오리를 그리듯 점점 바깥으로 원을 그리는 방법으로 물을 더해주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울이 내려 올때까지 드리퍼를 서버에 올려 두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내려 갔을대에 추출을 멈추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커피의 맛을 해치는 일종의 잡맛(?)이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두 가루가 물을 만나면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 것은 원두를 로스팅 하는 과정에서 원두 내에 생성된 가스로, 신선한 원두일 수록 핸드 드립시에 더 많은 거품이 생긴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핸드드립을 할때마다 뽀글뽀글 올라오는 거품들이 너무 귀엽고, 그 양이 많을 수록 일종의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간단해 보이는 핸드드립의 커피에도 이렇게 무수한 조건들이 있지만, 사실 몇 번 스스로 추출해보면서 개인 스스로에게 맞는 커피를 찾아 가는 것이 더 옳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커피 전문가들이 훌륭한 커피의 조건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맥심 커피가 가장 맛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식은 커피를 맛있게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깐 말이다.(참고로 나는 식은 아메리카노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ㅎㅎㅎㅎ) 나도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혼자 집에서 드립커피를 마실때는 그때그때 내가 마시고 싶은 방법으로 추출해서 마신다. 그 것이 정말 커피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맛있는 추출방법을 따르지 않는 내 자신에게 변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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