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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4 Korea

정말 오랜만에 청계산!

by 여름햇살 201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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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백수 생활 이었던 어제는 쿨하게 낮잠으로 날렸다. 자고 자고 또 자도 어찌나 잠이 오던지. 배고파서 잠에서 깨면, 아구아구 먹고 다시 자고 깨기를 무한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어디 가서 불면증이 있다고 말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아잉2


그렇게 거의 24시간 잠만 자며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간만에 운동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조깅을 할까, 자전거를 탈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고른 것은 간만에 청계산 등산! 블로그를 뒤져보니 작년 5월에 다녀오고 한번도 다녀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이럴때 매우 유용한 나의 블로그 ㅋㅋ) 이에 가벼운 마음으로 청계산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그렇게 험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빌딩 숲이 아닌 나무 숲을 본지가 얼마만인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청계산의 모습이었다. 평일 오전이더라도, 청계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많았다. 아마도 정산까지 만만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산 곳곳에서 나뒹굴고 있는 도토리들. ㅎㅎ 우리 엄마면 도토리묵 해먹자며 요놈들을 가방에 쏙쏙 챙겨넣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떠나기도 전에, 도토리를 열심히 줍고 계신 어떤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괜히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



끝없는 계단들. 간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다리가 움직이지도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워낙에 체력이 좋아서-_-인지, 오르내리는데에 드는 시간은 평상시와 비슷한 2시간. 아줌마들이 아가씨 혼자 등산 잘한다며 칭찬을 했다. 추월당했다며 빨리 올라 가라며 서로 티격태격 하는 소리도 들렸다. 사진 연습 좀 해볼 요량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갔더니, 그 큰 것을 들고 무겁지도 않냐며 아저씨 한 분이 농을 걸기도 했다. 등산은 혼자 하더라도, 이래저래 말을 걸어 주는 아줌마 아저씨들때문에 계속 웃게 되는 것 같다. 정많은 한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이여. :D



청계산을 오르면서 처음 본, 충혼비 안내문. 올라가다보니, 82년에 비행기 사고로 추락 사망한 군인들의 혼을 기리는 비가 청계산에 있는 것 같았다. 



끝나지 않는 계단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청계산은 원터골쉼터? 거기서부터 매봉까지가 진짜 등산인 것 같다. 그 전에는 설렁설렁 올라가다가, 여기서는 완전 빡센 가파른 계단의 향연. 간만에 등산이라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들었다.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계단을 오르는데, 힘은 들지만 재미도 있었다.


요즘 인생 전반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인생계획이란 것을 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정리해주는 장소로 산은 참 적합한 것 같았다. 호주로 가기 전까지 자주 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소리와 계곡 물소리의 합창에 머리가 맑아지는 듯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복잡할때 산에 오르는 것일까? 어릴때는 죽기보다 싫었던 등산인데, 이제는 누가 가자며 재촉하지 않더라도 혼자 산에 오르게 되었다. 이런 변화가 인생의 맛인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ㅎㅎ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매바위. 난 청계산에 오르면 열에 아홉은 매봉으로 가지 않고 매바위까지만 오르고 내려간다. 매봉은 풍경을 볼 수 없어서 뭔가 끝이 아닌 기분이 든다.



청계산에 몇번 오르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깨끗한 서울시 전경을 보았다. 아마 전날 비가 내려서 대기중의 먼지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서 그런가 보다. 징그럽게 많은 빌딩과 아파트들. 이 좁은 땅떵어리에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에 왠지 숨이 막힌다. 그런데 또 막상 이 산을 내려가면, 그런 생각은 언제 했냐는 듯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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