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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4 Viet Nam & Cambodia

[캄보디아여행] 16. 씨하눅빌, 놀고 먹고 자는 신선 놀음하기 좋은 곳

by 여름햇살 201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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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Oct 2014


캄보디아의 씨하눅빌 Sihanoukville. 론리 플래닛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곳은 '아름다운 해변과 서정적인 열대 섬들로 둘러싸인, 캄보디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해변 휴양지' 라고 한다. 씨하눅빌 부근에는 유명한 해변이 몇군데 있는데, 고급스러운 곳은 아마도 세계체인의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선 곳만으로 한정되는 것으로 추정(?) 한다. 나는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모여서 흥겹게 노는 세렌디피티 비치에 위치한 숙소에 묶기로 했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커텐을 꽁꽁 쳐 놓아서인지, 전날 시골길을 달린 버스안에 하루종일 보내서인지 나 답지 않게 꽤 늦게 일어났다.  씻지도 않고 조식을 처묵처묵하고 수영장에 비치되어 있는 비치베드(나름 라임........ㅋㅋㅋㅋㅋ) 에 벌러둥 누웠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그래도 탁 트인 공간이 있어서 그런지 좋았다. 뒹굴뒹굴 놀다가 비키니로 갈아입고 비치로 나가서 산책을 했다. 예상보다 비치는 너무 보잘 것 없었으며, 쓰나미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폐허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이런 곳에 도대체 왜 유럽인들이 많이 온다는 거야?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이 많은 서양 남자들이 꽤 많았는데, 그들의 옆에는 모두 캄보디아 현지 여자로 추정되는 매춘부들이 있었다. 매춘부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모르지.. 서울에 살때 선릉역 부근에 살았으니 오다가다 만난 여자들 중에 있었을지도..), 충격적이고 끔찍했다. 불쾌하고 더러운 기억, 그 부분은 이번 여행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엄청나게 허름한 시설들. 하지만 뭐 어떤가, 고급 휴양 시설을 찾으러 온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나도 남들처럼 맘껏 즐겨 주겠어 라는 생각을 했다. 물조차도 탁하고 깨끗하지 않다. 그래도 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물에 뭐가 떠다닌다. 응 저게 뭐야 하고 봤는데, 으악 해파리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놈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기겁을 하고 뛰쳐나왔다. 하아, 그래 수영도 못 하는데 무슨 바다야 그냥 뒹굴뒹굴 하자.




인정사정 없이 바싹 익히고 싶었는데, 햇살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따가워서 이렇게 그늘로 피신했다. ㅋㅋㅋ



칵테일이 싸길래 어떻게 만들어 오나 싶어서 궁금해서 마티니를 주문했다. 우웩. 내 평생 이렇게 맛없는 마티니는 처음 마셔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해산물 볶음밥. 양은 많은데 맛은 없다. 하하하하하하.


그래도 남김없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 먹어 치웠다. 갑자기 비가 온다. 가게 직원들이 파라솔과 비치베드를 모두 치운다. 나도 짐을 챙겨서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마티니에 식겁하고 맥주를 주문했다. 


애미애비도 못알아본다는 낮술하고 축 늘어져 있는데, 출장 네일 아티스트(?) 아줌마가 다가 온다. 해변에는 목욕 바구니에 매니큐어와 아세톤 등등의 네일 제품들을 넣고 돌아 다니며 관광객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여자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10명도 넘게 지나간 터라 이번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쳐다도 보지 않고 그냥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줌마가 꿋꿋이 말을 건다. 어디서 왔느냐, 남자친구랑 왔니 혼자 왔니. 한국인이고 혼자 왔다고 하니깐, 그럼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본다. 없다고 하니깐 왜 없는지 아냐고 또 물어본다. 모르겠다고 했더니 자긴 안다며, 그건 니가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아서야 라고 대꾸한다. 아줌마의 재치에 제대로 빵터져서 마시고 있던 맥주를 뿜었다. 빵터진 나를 보며 아줌마도 같이 웃는다.




결국 손톱발톱 모두 받았다. 베이스코트도 바르지 않고 그냥 네일 칼라를 칠해버리셨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자, 이제 남자친구 생기나요? 



반나절을 여기에서 보냈다. 인터넷도 되지 않고 할 것도 없는데 시간은 어찌나 잘가는지. 해가 지고는 딱히 할 것이 없어서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왔다. 할게 없으니 자꾸 먹는다. ㅋㅋㅋㅋ






씨하눅빌에는 저녁이 되면, 모든 음식점에서 BBQ 요리를 선보인다. 여기서 BBQ는 딱히 고기만을 뜻하지 않고, 그릴에 굽는 요리 자체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각종 해산물과 고기를 진열해놓고 그릴을 설치해서 먹음직스럽게 구워준다. 내가 고른 것은 King prawn. $3.5에 구운 감자에 샐러드에 빵까지 준다. 음료는 라임쉐이크를 주문했는데 진짜 맛있었다! 그릇을 싹싹 비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캔맥주를 한잔 하고 잠들었다.


그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았고, 관광조차 하지 않은 하루. 하루 참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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