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게이지가 쌓여가는 중.
방콕에서의 넷째 날은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그 전날 잠이 들기전에 동생에게 아침 늦게 일어나고, 늦장부리며 밥을 먹고, 점심먹기 전까지 호텔에서 잉여짓을 하기로 약속했다. 둘 다 그간 좌식생활만 하다가 힘차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녀서 피곤하기도 했고, 동생은 미드 Rome(아이패드에 시즌 1을 꽉꽉 채워왔다)에, 나는 알랭드보통 책에 빠져서 끝을 보기 전에는 호텔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식사를 하고 동생은 룸에, 나는 작년 여름에 한번 밖에 입지 못한 수영복을 입고 책을 들고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호텔 수영장의 첫 방문자인 나는, 그 다음 방문자가 오기 전까지 열심히 아이폰으로 자뻑셀카를 찍어댔다.ㅋㅋㅋㅋ 두번 째 방문자는 백인 여자였는데 태닝된 피부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나도 저런 피부색을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을 3초하다가, 내가 태닝을 하면 저렇게 세련되지 못하고 몽실언니 뺨치게 촌스러울꺼라는 결론을 내리고 햇빛이 비치지 않는 음지로 피신했다.ㅋㅋㅋㅋㅋㅋ
부러운 유전자. 우리나라 연예인처럼 삐쩍고라스가 아니더라도 간지 풀풀풍기시는 중.
몸에 물이 마르면 물에 들어가 몸을 적시고(안타깝게도 맥주병이다) 누워서 촉촉한 몸으로 책을 보다가 다시 물이 마르면 몸을 적시기를 반복하며, 정말 휴가다운 휴가를 즐긴 몇시간이었다. 그덕에 나의 알랭드보통느님의 책이 테러를 당했지만 말이다.......... 아직도 눈물이.
동생과 나는 그렇게 호텔에서 잉여짓을 제대로 즐기고 이날의 하루 일정을 시작!
이날은 쑤쿰윗(Sukhumvit)지역을 구경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쑤쿰윗 지역까지는 100바트 미만. 언제나처럼 동전은 팁! 매번 느꼈던거지만 카오산에 가까운 숙소는 카오산을 매일 즐길수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에 교통비도 적게 들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쑤쿰윗 지역에서는 먼저 점심을 먹고 구경하기로 했다. 음식점의 주소가 프롬퐁역의 출구 몇번이라고 (동생의 책이라서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표기되어 있어서 출구를 찾으려 역으로 올라갔더니 이런 안내문구가. 역시 어느나라던지 탈세가 가능한 노점은 불법이구나. 그런데 노숙도? 방콕의 청담동이라더니 무섭군, 흠.
엠포리엄 백화점.
이런 고층 건물이 있는 걸 보니 방콕의 청담이 맞나 본데?
다른 지역과 달리 길가에 노점도 없고 매우 깨끗하다.
방콕의 배달피자가게! 번호도 매우 신속할것 같은 1112. 도미노피자보다 빠를 것 같다.
책에 나온 설명에 비해 메인도로에서 더 깊숙히 들어가야 해서 조금 헤매다가 겨우 발견! 동생이 태국음식말고 이태리식으로 먹고 싶다고 하여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파인 레스토랑이라는 설명이 있긴 했는데 그 동네 분위기가 너무 얌전(?)하여 살짝 어색했다. 난 너무 여행자의 차림으로 왔는데, 우리보다 먼저 식사를 하고 있던 3인 가족은 부티가 좔좔... 하지만 그런걸 신경쓸쏘냐!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주겠다! 메뉴판을 보고 이것저것 왕창 주문했다.
주문 전에 딱딱한 막대과자와 식전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맛은? 실패 ㅠㅠ
테이블마다 장식되어 있는 빨간 생화가 참 예뻤다.
피자 주문을 받자마자 오픈주방에서 피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 나온 요리는 아보카도, 토마토, 쉬림프 샐러드. 저 소스를 어디서 먹어봤는데 뭘 먹었을때 저 맛이 나는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콩종류 였던 것 같은데.. 아직도 기억해낼수가 없다. 맛은 진짜 일품!
술이 들어가지 않은 non-alchol cocktail을 태국에서는 먹테일이라고 불렀는데, 웨이터가 추천을 해서 한번 주문해봤다. 동생은 이탈리안 라임소다, 나는 트로피칼 어쩌고였던 것 같다.
바질페스토 파스타. 끝내주는 맛. 처음 먹어보는 동생마저 맛있다고 칭찬을.
마르게리따 피자. 첨엔 잘못시킨줄. 바질 어디 갔니?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황에 동생에게 예의상(?) 디저트를 먹겠냐고 했더니, 먹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후식으로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이 괜찮았다. ㅎㅎ
빵 맛없도 해놓고 다 거덜낸 접시가.. 동생은 빵이 맛있다고 했다. 많이도 시켰고 정말 맛있게도 먹었는데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랬다. 1212.50바트. 태국에서 이정도로로 먹어치우다니. 앞으로 택시비 잔돈 받아야겠다.(....) 또 배부른 오찬을 즐기고(태국에 와서는 정말 매일매일을 처묵처묵하기만 한 듯) 엠포리엄으로 갔다. 이곳은 좀 백화점 다운 백화점이었는데 천장도 엄청 높고, 명품 브랜드의 매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샤넬도, 디올을 제치고 배부른뒤 나른하고 게을러진 나의 카메라에 담긴 분들이 있었으니..그분들은 바로!!!
슈퍼쥬니어와 소녀시대! ㅋㅋ 한류의 인기가 이정도라니. 씨암지역을 돌아다닐때 한국 아이돌 노래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클래식 컬렉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었다니. 몰라뵙고 맨날 안티질만 굽신굽신 죄송합니다 슈느님.
엘리베이터 문에 왜곡된 모습을 보고 좋아라 사진한컷 찰칵.
여행책에 의하면 와코루 속옷이 세일기간을 맞이하면 1/10분에 가격이라며 꼭 사라는 멘트가 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사이즈가 안 맞으니 꼭 입어보고 사라는 말에 포기했다. 짧은 엠포리엄 구경을 끝나고 간 곳은 엠포리엄보다 더 기대되는 짜뚜짝 시장! 세계 최대 규모의 주말시장이라는 짜뚜짝 시장! 엠포리엄 앞에서 택시를 타고 짜뚜짝 시장으로 가자고 했다가 아저씨에게 승차거부 당하고 조용히 BTS 역으로 향했다. 태국말로 뭐라고 하면서 시계를 가르쳤던걸로 보아서 너무 오래 걸린다 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프롬퐁역에서 종점인 머칫역 까지는 60바트.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이라 다들 작정하고 가는 사람이 많은지 지하철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안내판을 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죄다 한방향으로 가서 사람들만 따라가도 짜뚜짝 시장에 갈 수 있다. 역에서는 그리 멀지 않다. 5분거리.
역에서부터 짜뚜짝 시장까지 온갖 노점상이 줄을 지어 있다. 확실히 시내에서 보지 못한 물건도 많았다. 눈이 즐거운 시장구경!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 짜뚜짝 시장엔 이렇게 섹션별로 안내판이.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ㅋㅋㅋㅋㅋㅋ여행책자에 부록으로 있던 짜뚜짝 시장 맵까지 갖고 있었지만 우리는 광활한 짜뚜짝 시장에서 길을 잃었다. 막판엔 포기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길로만 갔더니 출구가 나와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오렌지쥬스. 50바트 주고 샀는데 카오산에서는 20바트였다. 역시 진리의 카오산.
루이비똥과 어깨를 견주는 엠씨엠 ㅋㅋㅋ 슈퍼쥬니어 다음으로 빵터짐. 내가 사진을 찍자 어떤 외국인이 도대체 왜 라는 표정으로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씨익 웃어줬다.
나 태국에서 만들었어요 포스를 물씬 뿜어내는 티셔츠들.
로얄버니라는 토끼. 진짜 귀엽다. 그렇게 짜뚜짝 시장투어를 끝내고 다시 BTS를 타고 파이타이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짜뚜짝시장에 너무 시달려서 동생과 나는 저녁 여덟시까지 호텔에 짱박혀 있었다.
호텔에 돌아왔더니 메이드가 이런 깜찍한 선물을 두고 갔다. 흑룡의 해인건 양력을 세는 태국인들이 어떻게 알고 음력을 세는 중국,한국인들을 위해 이런걸 만들어 뒀을까.태국도 음력을 세는 건가? 궁금해진다. 여튼 타국에서 음력 새해를 맞이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내일이 음력 1월 1일이라고 이렇게 가져다 준 그 마음씨에 너무 훈훈해졌다.
나는 배도 고프지도 않고 맘같아선 그냥 계속 쉬고 싶었는데 동생이 배고프다고 해서 다시 기어나갔다. 원래 이날 저녁은 쑤쿰윗이나 씰롬으로 넘어가 물좋은 클럽(베드서퍼라는 클럽이 그렇게나 유명하다던데)에서 클러빙을 즐기려 했는데, 꼼짝도 하기 싫어서 핸드폰에, 지갑만 갖고 카오산으로 갔다. 뭘 먹고 싶냐니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여 길거리 음식 투어를.
길거리 음식 퀘스트.
케밥. 가격은팟타이보다 비싼 60바트였는데 동생이 먹더니 팟타이가 더 낫다고 했다.
카오산의 명물 팟타이. 끓이기 전에 안 먹겠다고 해놓고 막상 끓이면 라면 한 젓가락 뺏어먹는 심보마냥 안먹겠다고 해놓고 한입 낼름 얻어먹음. 팟타이의 그 냄새는 배가 몹시 불러도 먹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후식으로 이 정체불명의 과일을 샀는데 단 맛은 거의 없고 아삭함과 수분맛으로 먹는 듯.
밤의 카오산은 역시나 흥겹다. 카오산의 마지막이었는데 안나왔으면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
태사랑에서 추천하는 집 ㅋㅋㅋㅋㅋ
첫날 싱하 맥주를 먹어던 럭키비어. 오늘도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이 가게의 컨셉인 듯. 이번에 간 곳은 여행책자에서 추천한 실크 바. 카오산의 고급화를 주도하는 곳이라는데 전혀 고급스럽지 못하다. 그냥 화면 크길래 축구 볼려고 갔다. 사실 여길 가기전에 핸드폰으로 검색해본 카오산로드의 클럽 라바라는 곳을 갔었다. 근데 막상 클럽에 들어갔는데 동생과 나 뿐이라서 자리에 앉지도 않고 바로 나왔다. 동생과 둘이서 부비부비 할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영국에서 배낭여행온 새끈한 에드워드를 기대했다고, 아니면 아르헨티나에서 온 페르난도나...
동생은 모히또 나는 데낄라 선라이즈. 내가 먹어본 칵테일 중에 제일 맛이 없었다. 보고 있놔 저스트고? 정말 깜짝 놀랄 맛의 칵테일이었다. 모히또 역시 쉣. 감자튀김 떔에 겨우 먹었다. ㅋㅋㅋㅋㅋㅋ
동그란 아이는 이날 짜뚜짝 시장에서 100바트에 건진 아이. 내맘에 쏙 든다.
방콕에서도 나의 어색어색열매의 효과는 사리지지 않았다.
카오산 로드의 마지막. 언제 다시 오게 될까. 한참을 카오산 거리를 돌아다니고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더이상은 내일의 기대로 인해 설레이는 밤이 되지 않았다. 아쉽고 아련한 마음도 함께 잠이 들었다.
'Siesta > 2012 Thai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여행_2012/01/23-24] 5. 아유타유를 방문하다. (0) | 2013.04.26 |
---|---|
[태국여행_2012/01/21] 3. 두씻, 칼립소쇼 (0) | 2013.04.12 |
[태국여행_2012/01/20] 2. 왕궁과 씨암 관광. (2) | 2013.04.07 |
[태국여행_2012/01/19] 1. 안녕, 방콕 그리고 카오산 로드. (2) | 2013.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