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는 예약기능이 있다. 내가 미리 작성해놓고 원하는 시간에 올릴 수 있는 기능. 완전 신기함. 이것도 예약포스팅! ㅎㅎ
이 날은 좀 일찍 일어나서 아유타야로 가려고 했다. 새벽 다섯시반에 일어나서 후다닥 챙겨서 여덟시까지 북부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잠들기 전까지는....... 여행책자가 만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일정이라고 겁을 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럴 필요는 없었다.ㅎㅎ) 그러나 이미 아침에 눈을 떴을때 거의 8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둘다 몇일의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ㅜㅜ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동생이 먹겠다고 하여 내려가서 식사를 하고 후다닥 튀어나갔다.
바빠도 출발전에 사진 한장은 찍기. 제목은 개념있는 침대위의 팁.(매일 아침 동생과 나의 침대 위에 20바트씩 올려 놓았다. 팁의 위력인지 호텔 청소부들의 직업정신이 투철한건지 룸은 매우 청결한 상태가 유지되었다.ㅋㅋ)
호텔 안내원에게 콘쏭 머칫 마이(북부 버스 터미널, 출발하기 전 아이폰으로 검색을 했다)라고 말을 하자 택시를 잡아주면서, 태국어로 이 사람들 아유타야 간다고 쏼라쏼라 해줬다.(라고 추측한다.) 호텔에서 터미널까지는 한시간이 좀 안되게 걸린 것 같다. 차는 별로 막히지 않았다. 요금은 130바트 정도 나왔다. 잠도 덜깨고 터미널도 낯설어서 한참을 멍때리며 돌아다녔다.
이 많은 매표소에서 아유타야 가는 버스티켓은 어디서 구매 가능한가요? ㅠㅠ 한참 방황하며 ㅋㅋ 돌아다니다가 인포메이션을 발견하고 물었더니 안내원이 손짓으로 가르쳐주었다.
아유타야 행 티켓을 달라고 하니 열시에 출발한다며 표를 내밀었다.(표가격은 1인 48바트) 그리고 113이라고 다시 한번 적어주는 센스. 아마 플랫폼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세븐 일레븐에 들러서 물도 좀 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북부 터미널의 화장실은 유료이다. 1인 2바트) 터미널 구경도 했다. 터미널 안에 던킨 도너츠가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커피를 하나 사먹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비싸서 쿨하게 넘어갔다. 가격이 한국의 던킨과 거의 똑같았다.
요놈이 우리가 타게 될 버스.
태국의 버스 내부는 한국과 비슷하다. 의자가 덜 안락한 편이다.
이렇게 좌석 뒤에 좌석 번호가 적혀있다. 우리의 좌석 번호는 각기 A6, B6. 10시 출발이라고 했는데 10시 15분 정도 출발했다. 가는데 한시간 사십분 정도 소요 된다는 여행책자의 말에 늦게 출발하자 조바심이 났다. 여행일정도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도로에 차가 막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버스는 11시 30분도 되기 전에 아유타야 터미널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보고있놔, 저스트고?
가는 동안 차창밖을 구경하려 했지만, 둘다 피로에 쩔어서 골아 떨어졌다. 차가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 정차하고, 관광객으로 보이던 승차객들이 하나둘씩 내리는 광경이 반쯤 뜬 눈에 들어왔다. 도착한 것 같다며 동생을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 터미널이라고 해서 간이 건물정도는 있을줄 알았는데 차는 정말 도로에 서있었다. 차를 주차한 도로 옆의 인도를 보니 컨테이너 박스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다. 매표소였다. 이런 황당할데가. ㅋㅋㅋㅋㅋ 정말 방콕을 벗어 나면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서야 진짜 태국의 모습같다고나 할까? 방콕말고 태국을 여행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았다. ㅋㅋ
여튼 잠도 덜깨고 지도도 없고 어쩌지 하며 왔다갔다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산골짜기 시골 풍경이며, 유적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허물어져 가는 주택 몇개와 황량한 도로가 끝이었다. 동생에게 나 정말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아유타야가 맡기는 한걸까 라고 내뱉았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다가왔다.
태국 발음이 너무 심하게 섞여서 처음엔 영어인줄 몰랐다. 태국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들어보니 영어였다. 대충 자기가 우릴 차에 태워서 관광지를 돌아보며 구경시켜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니깐 잠깐 기다려 보라더니 수첩을 뒤적이다가 어떤 페이지를 펼쳐서 보여줬다. 파란색 볼펜으로 뭔가가 쓰여져 있었는데 이럴수가! 반가운 한국어였다. 글쓴이는 자신을 Mr.여행자라고 소개를 하며, 이 아저씨가 친절하며 영어를 잘하는 것 같지만 자기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못알아 들었다는 설명을 하고 있었다. 물건을 강매하거나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지 않았으며, 1000바트를 불렀는데 900바트로 깎았다는 말도 함께 있었다.
갑자기 이 아저씨의 영리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아저씨,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더라면 수완 좋은 사업가라도 되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깎아볼 요량으로 얼마냐고 물었다. 아저씨가 여기 기재된 것 처럼 1000바트라고 말했다. (그 여행자가 구백바트에 깎았다는건 "구백바트"라고 기재되어 있고 아저씨가 천바트를 불렀다는건 1000B라고 기재해놨었다.) 그래서 내가 아~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가 내가 한국인이라서 싸게 해준거란다. 그러면서 독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는 비싸게 받는 다며 다른 페이지를 펼쳤다. 영어는 아니었고 독일어나 불어였던 것 같은데 거기엔 숫자가 3800B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아 정말 이 아저씨 고수다, 라는 생각과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날 유쾌하게 만든 댓가가 100바트의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잘부탁한다며 악수를 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안내했다.
차가 너무 낡았다. 굴러는 갈 수 있을까?
가면서 자기 이름은 노이라고 소개를 했다. 못 알아 들으니깐 이렇게 차 앞 유리에 붙은 스티커를 가르쳤다. 노이 아저씨. 정말 타고난 장사꾼이다. ㅎㅎ
노이가 우리를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은 왓야이차이몽콘(Wat Yai Chai Mongkhon). 슬리핑 부다를 꼭 보고 오라며 삼십분동안 구경을 하면 충분할꺼라고 했다. 자기는 여기서 기다리겠다며. 웃으며 알겠다고 말하고 동생과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출입구. 기념사진을 한장씩 찍고 들어갔더니 어떤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왜요? 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태국어로 뭐라 하면서 어디를 가르쳤다. 손끝이 향한 곳은 매표소. 매표소 안에 미소가 예쁜 아가씨가 활짝 웃으며 20이라고 적힌 숫자를 가르쳤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웃으면서 돈을 내밀었더니 괜찮다고 말하며 표와 거스름돈을 건네주었다. 의도치 않게 진상짓할뻔 ㅋㅋㅋ
사원의 건물들은 각각 그 크기와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왕궁에서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의 멋과 웅장함이 존재한다. 보자마자 동생과 내가 오 오길 잘했는데 라고 말을 내뱉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여행책에 의하면 너무 멀어서 올지 말지 잠들기 전까지 고민을 했었다.)
플래쉬 번쩍으로 얼굴은 스마일.
다양한 부다들.
제일 높은 탑은 이렇게 계단을 따라 올라갈수도 있다. 이 불탑은 아유타야에서 가장 큰 불탑이라고 한다(72미터)
유적지에 꼭 이렇게 낙서를 해두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기백씨, 보고 있나요?
위에서 내려다 보면 또 다른 눈의 즐거움이.
이름 모를 꽃이었는데 유적지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흰색 꽃이었다.
어딜가나 헌화하며 부다에게 소원을 빌고 있었다.
여행책에 소개 된 태국 전통식 화장실! 처음봤다!
도대체 사원에 왜 도라에몽이 있는 걸까?
시간이 지나올수록 더위에 지쳐서 (고작 30분 관광에) 슬리핑 부다는 못찾겠다며 나가자고 몸을 트는 순간 이렇게 거대한 부다를 발견! 진짜 컸다. 그리고 꽤나 귀엽게 생긴 부다. ㅎㅎ 역시나 이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헌화를 하며 부다에게 소원을 빌고 있었다.
노이가 두번째로 우리를 데려간 곳은 왓 쁘라마하탓(Wat Phra Mahathat). 이곳엔 나무뿌리 사이에 부다 머리가 있으니 잘 구경하라며 신기할 것이라며 설명을 해주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향긋한 냄새가 나서 쳐다보니 바나나크레페로 추정되는(ㅋㅋㅋㅋ) 무언가를 팔고 있었다. 달콤한 냄새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생에게 먹을꺼냐고 물었더니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을 하면 아줌마가 동글동글하게 뭉쳐져 있는 반죽덩이를 하나 꺼내서 철판에다 대고 내려친다.
그리고는 달걀 하나를 깨서 넣고~
그전에 썰어 놓은 바나나와 마가린 덩어리를 안에 넣고 잘 감싼다.
그리고 그위로 다시 설탕과 연유 같은 것을 마구마구 뿌려주면 완성! 별 특이한 맛은 없었지만 설탕과 지방이 과도하게 미각을 자극해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주는 맛. 나는 몇개 먹다 말았고 시큰둥하던 동생이 되려 흡입을.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책자의 멘트를 그데로 옮기자면, "라메수안 왕이 세웠다는 설과 보롬마라차 1세가 세웠다는 설이 분분한 13세기의 수수께끼를 간직한 유명한 사원이다."
13세기의 수수께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왕궁과 달리 한적하고 탁 트인 사원이 아주 맘에 들었다. 동생과 내가 아유타야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한 장소. 탑 하나하나 모두 공을 들여 장식되어 있고 붉으스름한 그 색은 신비함과 경건함을 함께 내뿜어냈다. (여기를 한바퀴 구경하고 나서 탈진하긴 했지만.ㅋㅋ)
부처님 수줍어 보여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붉은 벽돌의 사원.
곳곳에 이렇게 사람들이 탑을 쌓아 두었다.
어느 사원에 가더라도 있는 꽃. 종교적 의미라도 있는 건가??
사원 옆에는 이렇게 운치있는 호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 이동한 곳은 왓 짜이와타나람(Wat Chai Watthanaram). 안에 들어가볼 수 없고 밖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여태 보던 것과 또다른 모습에 감탄하게 되는 사원. 아유타야 유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다음은 왓 로카야수타(Wat Lokkayasutha). 황량한 벌판에 정말 이 슬리핑 부다만 존재한다. 뒤에 터가 있는 데 미얀마군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다고 한다. 정말 흔적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있다. 왓 야이차이몽콘에서 봤던 슬리핑부다보다 크긴 했지만 날도 덥고 많이 지친 상태여서 그런지 감흥이 크지는 않았다.
부처가 있는 모든 곳엔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동생을 보고 어떤 청년이 달려와 꽃이량 향을 드밀며 부다에게 기도를 하란다. 첨엔 거절했는데 자꾸 왜 이걸 안하냐는 그의 재촉과, 기념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구매했다. 가격은 고작 20바트. 꽃은 금박지 부처에게 바쳤다. 좋겠다. 누워만 있어도 사람들이 꽃을 갖다 바치고 금을 붙여주다니.
향은 동생과 각각 하나씩 나누어서 소원을 빌며 꽂았다. 나의 소원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욕심쟁이인 나는 무려 3가지나 빌었다.
그리고 마지막 왓 파난청(Wat Phanana Cheong)
태국양식과 달리 중국냄새가 물씬 난다.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가 창건되기도 이전인 1324년 세워진 오래된 사원으로, 중국에서 태국으로 건너왔다는 전설에 나오는 공주를 기리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군의 파괴를 피했다고 하는데 미얀마의 왕인지 태국의 왕인지 여하튼 어느나라 왕이 여기에 거주하고 있어서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약간 두씻 지역 사원의 느낌과 비슷했다.
끝업이 기도하는 사람들.
부처 앞에 놓인 제단이 너무 예뻤다.
그렇게 아유타야 일정이 끝났다. 원래 이 코스가 끝인건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지쳐서 자꾸 널부러져 있어서인지 노이가 여기까지 투어가 끝났다고 이제 터미널로 가겠다고 했다.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노트를 내밀며 자기에 대해 적어 달란다. 자기는 한국어를 모르니 한국인 관광객에게 보여주겠다며. 장난끼가 발동해서 처음에 장난 멘트를 적었다가, 노이의 친절함과 수고스러움을 생각해 900바트로 깎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노이가 매우 친절하니 깎지말고 1000바트를 내자는 말까지 적어주었다. 내가 적은 글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흐뭇하게 보던 노이는 우리를 터미널로 무사히 데려다주었다. 천바트를 주고 다시 한번 악수를 했다. 왜인지 모르게 나는 그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콕으로 가는 다음 버스는 3시 출발이었다. 20여분 남은 우리는 점심 대신 군것질로 끼니를 떼우기로 했다. 근처에 식당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앞에 꼬치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꼬치는 하나에 10바트. 동생과 나는 각기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흡입했다.
동생은 정체모를 고기가 의심스럽다며 어묵꼬지를 골랐다. ㅋㅋ
다시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한 우리는 한참을 널부러져 있었다. 아유타야에서의 관광은 너무 더웠다. ㅠ_ㅠ 사실 그 전까지는 그렇게 덥지 않아서, 우리나라의 한여름보다는 시원하다는 생각(비록 낮 최고 온도가 32도를 넘어섰지만)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정말 우리가 동남아로 여행을 왔구나, 라는 사실을 실감한 날이었다. 동생은 미드를 보고, 나는 씨암 디스커버리에서 사온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6시가 넘어서야 오늘 마지막 일정인 쏨분 시푸드를 향해 호텔을 나섰다. 호텔 안내원에게, 쌀라댕역(쏨분 시푸드로 가자고 하면 많은 택시 기사들이 가짜 쏨분 시푸드로 데려간다고 들었기 때문이다)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안내원은 알겠다고 하고 도로에서 택시를 잡기 시작하는데, 무려 6개의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는 것이었다. 30분 넘게 택시를 잡던 안내원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서 택시를 탈수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까삐깝"이라고 말했다. 응??????????????? 까삐깝이 뭐야, 사실 이 발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까삐깝???????? 이라고 하니깐 다시 오묘한 발음으로 까삐깹이라고 말했다.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웃으며 뚝뚝이를 타고 가라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뚝뚝이 탈떄 넘 비싸더라며, 얼마냐고 했더니 200바트라고 하며, 택시는 탈 수 없을 것이라고 다시 말했다. 지난번 300바트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서 타겠다고 했다. 그러자 1분도 안되서 뚝뚝이를 잡아주었다. 바가지의 추억으로 뚝뚝이의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바람을 쐬며 달리는 방콕의 도로는 항상 재미있다.(물론 폐병 걸릴 것 같은 매연도 필수옵션이지만...)
쌀라댕역으로 가는 길에 쏨분 시푸드 간판이 보였다. 씰롬지역에 있는 쏨분 시푸드는 쌀라댕역에서 막상 가려면 조금 걸어야 하기에 바로 아저씨에게 세워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태국어로 뭐라뭐라(아마 쌀라댕역은 아직 멀었다는 말이 아닐까)했지만 계속 스탑을 외쳤다! 드디어 뿌빳퐁커리를 먹게 되는 것인가!!!
방콕에 5개의 지점을 운영한다는 대형 체인 시푸드 전문 레스토랑! 뿌빳퐁커리 다 흡입해주겠어!!!
생각보다 건물의 규모가 커서 놀랐는데 안에 들어가서는 더 놀랐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것이었다. 헉, 예약안했는데 우리 먹을 수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2명이라고 말했더니 바로 3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부러워하는 눈빛을 쏘아보내는 대기자들을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섰다.
메뉴판들고 기념사진 촬영. 메뉴판에는 메뉴마다 사진과, 영어로 자세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다.
음료는 동생은 망고, 나는 코코넛.
새우계란볶음밥. 마지막 만찬을 다 흡입할 기세로 중사이즈로 주문. 180바트. 특별할 것 없는 새우 계란 볶음밥인데 의외로 덜 기름지다. 그렇다고 담백한건 아니다. 쪽파때문인 듯.
옆 테이블 사람이 먹고 있는데 맛있어 보였는지 동생이 시키자고 한다. 메뉴판에 seabass로 요리한다고 설명이 있다. 국물이 진짜 끝내준다. 똠양꿍의 맛과 비슷하게 새콤매콤한데 정말 맛있다. 가격은 400바트.
뿌팟퐁커리!!!! 진짜 맛있다. 그 엄청나게 기름진 계란과 통통한 게살. 진짜 정신없이 흡입하게 만들었다. 첨엔 밥과 함께 먹지 않으면 짜서 먹기 부담스러웠는데 먹다보니 그 특유의 맛에 중독되어 이것만 퍼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무식한 식사의 결과로 다음날 비행기에서 위경련을 일으켜 스튜어디스를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동생도 함께 미친듯이 처묵퍼묵. 진짜 한국으로 돌아오고도 며칠간 이 뿌팟퐁커리의 맛에 가슴앓이를 하며 지냈다. 이것 때문에 다시 방콕을 가고 싶을 정도이다. 가격은 400바트.
다시 가고픈 쏨분 +_+
식사를 마치고 동생과 소화도 시킬겸 쌀라댕역으로 산책을 갔다. 그 유명한 팟퐁거리를 향해! 쌀라댕 역으로 향하는 거리는 노점상의 천국이었다. 가려고 했던 수안룸 야시장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에 매우 슬퍼했는데, 이 거리를 걸으며 나름 야시장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밥먹고 너무 피곤해져서 호텔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동생이 아쉽다고 하여 나오게 된 것인데 ,나중에는 여기 구경 안하고 갔으면 어쩔뻔했냐며 내가 더 신나했다. ㅋㅋ
밤이라 그런지 이런 예쁜 조명을 파는 곳이 많았다.
성모병원 방콕지점이라며 키득대고 찍은 사진. 아 이죽일놈의 직업병.
그리고 팟퐁거리! 엄청 야시시한 사진을 드밀며 팟퐁,팟퐁 거리는 호객꾼들이 많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동생과 그런 호객행위에 휘말리니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길의 간판들도 괜히 야시시해 보인다.
그렇게 나의 Holiday가 끝이 났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와 차곡차곡 짐을 정리했다. 항상 여행 마지막날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이번만큼 돌아가기 싫은 적은 없었다. 그건 출근의 압박일 수도 있고, 당분간 이런 휴가는 없다는 사실 때문일 수도 있고, 어딜가나 싸와디캅 이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 태국인들 때문일수도 있고, 태국의 더위 때문일수도 있고, 카오산의 팟타이와 쏨분 시푸드의 뿌팟퐁커리 때문일수도 있다.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피곤에 잠식되어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 마지막 밤이었다.
한국행 비행기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넉넉하게 한시간 걸린다고 생각한다면, 6시 30분에는 출발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인천공학 출국때 많은 인파로 너무 식겁해서 3시간 전에는 꼭 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전날 호텔 데스크에 6시 반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더니 500바트라고 이야기 했다. 그걸 들으니, 수완나품 공항에서 호텔로 올때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때의 아저씨가 매우 착하게 느껴졌다. (여행책자에는 350바트정도면 간다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택시기사가 450바트를 요구했었다) 여하튼, 모닝콜서비스를 해준다고 했지만 쿨하게 거절하고 핸드폰 알람으로 5시에 일어났다. 비몽사몽으로 30분만 더 자겠다며 5시 30분에 다시 일어났는데, 전날 너무 과식을 했는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샤워를 하고 짐을 꾸리니 6시.
동생이 배고프다며(!) 밥을 먹겠다고 하였다. 다행히 아침뷔페는 6시부터였기에 나도 커피나 한잔 할까 하는 마음으로 내려갔는데, 우리보다 먼저 내려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 백인 중년 여성을 발견했다. 아, 정말 부지런하구나. 에스프레소를 두 잔으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텔 직원이 택시가 도착했다고 알려주었다. 느릿느릿 좀비 상태로 택시를 타고 정신을 잃고 잠에 빠졌는데, 택시기사가 도착했다며 알려주었다.
카메라를 꺼내들기가 너무 귀찮아서 공항에서의 사진은 전부 아이폰으로 찍었다. 그때는 편리해서 그랬는데, 지금에 와서 여행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카메라로 찍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광경과 감흥이 잊혀졌기 때문이다. 역시 기억은 기록을 이길수 없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공항 규모가 크지는 않았는데, 최근에 지어진 공항이라 그런지 시설은 깔끔하고 좋았다. 구정 휴가를 맞아 중국인들이 여행을 많이 온 것 같았다. 동양인중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어마어마한 인파들로 인해 체크인에 40분 소요.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으로 가기 싫은 마음(ㅠ_ㅠ)에 태국땅에 더 비비려고 밍기적 밍기적, 그리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수완나품의 면세점 규모는 크지 않았다. 있을 건 왠만큼 있는 정도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두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그 규모에 짐톰슨의 매장은 3개나 (사실 더 있었을지도) 입점해 있었다. 태국에 온 기념으로 하나를 살까 했는데, 그 많은 제품중에 내게 어울리는 스카프 무늬와 색을 발견하지 못했다. 역시, 쇼핑을 하려면 화장도 하고 제대로로 갖춰 입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달았다. ㅋㅋ
면세점 이름이 King power 였다. 혼자 빵터져서 사진한잔 찰칵.
환전해간 돈도 남았고, 아빠의 선물을 하나도 사지 않아서 급히 페라가모 매장으로 달려가서 동생과 고심고심하며 넥타이를 하나 샀다. 하얀 아빠의 피부와 잘 어울리는 파란색 넥타이로 결정. 선물을 받은 본인이 아빠도 매우 흡족해 하셨을 뿐만 아니라 엄마도 예쁘다고 칭찬해준! 가격은 5300바트. 한국 면세점에선 가격을 보지 못해서 싸게 산건지 비싸게 산건지는 잘 모르겠다. 포인트 적립(...)의 아쉬운 면이 있지만 비싸게 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회사에 가져갈 선물로 건망고와 건과일을 조금 샀다. 그리고 해외여행 나올때마다 잊지 않는 귀여운 마그네틱도 구입! 마그네틱을 150바트를 줬는데, 카오산에서 살껄~ 하고 후회 막심.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았고, 면세점 쇼핑도 끝을 내고 나니 먹을 일밖에 할일이 없어서 스타벅스로 들어왔다. 여행기간 내내 느낀 사실은 던킨, 스타벅스, 하겐다즈 등 이런류의 외국 브랜드 식음료들은 우리나라 물가와 비슷했다.(160바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스타벅스 매장을 구경하다가 요 깜찍한 아이를 발견하여 나의 기념품으로 구입.
시간이 되어서 탑승구로 갔더니, 비행기가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이렇게 공항내 작은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가야했다. 비행기까지는 5분도 안걸리지만, 사람을 다 채워야 버스가 출발해서 20분정도 대기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탔더니,, 지난 밤 과식으로 인해(거기에 에스프레소 두잔도 들이붓고) 위경련과 두통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골골댔다. 한국 승무원이 있어서, 혹시 기내 의약품중에 위염약이 있냐고 물었더니 전문 의약품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헤롱헤롱대며 ranitidine은 그럼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물었더니 그런건 없다며 NASAID 진통제를 가지고 왔다. ㅡㅡ; 다음 여행때는 온갖 구급약을 다 챙겨야겠다는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옆에서 처묵처묵 기내식을 먹고 있는 동생의 식사 소리에 더더욱............................... 아놔.
약을 먹고, 홍콩 공항(주유를 위해 홍콩에서 1시간 경유를 하는 비행기였다.)에서 좀 쉬며 돌아다녔더니 허기까지 질 정도로 상태가 괜찮아졌다. 다시 비행기를 탔더니, 괜찮아진 내 얼굴을 보고는 한국 승무원이 웃으며 식사를 할수 있겠냐고 물어보며 기내식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너무 기름진 생선요리에 물만 먹고 다시 덮어 버렸다. 다시 비행기를 탔더니, 괜찮아진 내 얼굴을 보고는 아까의 한국 승무원이 웃으며 식사를 할수 있겠냐고 물어보며 기내식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너무 기름진 생선요리에 물만 먹고 다시 덮어 버렸다.
여행 마지막에 호되게 고생을 하고 저녁 8시가 되기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부산한 공항. 대한항공의 차가 지나다니는 걸 보니 현실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즐거던 휴가가 그 순간 추억으로 변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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