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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총균쇠

by 여름햇살 2016.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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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양장본]
국내도서
저자 :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M. Diamond) / 김진준역
출판 : 문학사상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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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에 드디어 총균쇠를 완독했다. 꽤 오랜기간 동안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변을 하자면 어마어마한 두께덕분에 이 책을 휴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출퇴근 하면서 들고 다니는 책들은 몇권이나 끝내는 동안 일 마치고 집에서만 읽었던 이 책은 하루에 몇 장 못 읽은 날이 많아 이리도 질질 끌게 되었다. 이렇게 투덜거릴 정도로 꽤나 방대한 양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다른 이 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도 제러드 다이아몬드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내가 여태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인간을 위로하는 책이었다. 시쳇말로 '힐링' 도서이다. 그 이유는 저자의 결론에 있다. 이 책은 인류의 문화, 경제, 기술의 격차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탐구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이 잉여 식량이 축적 가능한, 인구 밀도가 높은 정주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럼 잉여 식량이 축정 가능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식량원이 될 수 있는 식물의 작물화 그리고 야생 동물의 가축화, 그리고 그 것들의 확산과 이동 속도에 달려 있는 문제였다. 그럼 그러한 조건들은 또 어떻게 주어진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간다. 이에 저자는 단지 '우연'이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었으며, 우연히 주어진 자연 환경이 이 모든 격차와 우열의 시작이라고 말을 한다. 


사실 잉여 식량이 있고, 잉여 식량이 일정 수준의 인구를 떠받들 수 있다면, 그 안에서 각종 진보적인 제도, 과학과 기술의 발달, 중앙 집권적인 정치 조직등이 발달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결론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인류의 우열이 아닌 단순한 우연으로 발생했다는 그의 견해에 살짝 전율을 느꼈다. 왜냐면 그가 나에게 세상의 일들이 우연의 합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위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열등해서 백인들의 노예가 되었던 것도 아니고, 백인들이 우월해서 현재 많은 선진국을 이룩해 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초기 조건이 유리했을 뿐이었다. (물론 이 것에 대한 반증으로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 역시 설득가능한 이론이 있으니 나는 굳이 언급해서 글을 길게 늘리지 않으려고 한다.)


외국에서 살아본 혹은 살고 있는 꽤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인이 어딜 가나 똑똑하고 야무지다는 주장을 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지도 모른다.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단지 그냥 한국인이 똑똑한 민족이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어렸을적부터 많은 경쟁에 노출되어, 개개인의 기본기가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식의 사고를 빌리자면 한국인의 유전자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경쟁 밀도가 높은 환경이 한국인의 역량을 높이게 만든 것이다. 


책은 내가 언급한 부분은 정말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고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읽고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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