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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처음 읽은 고전 철학책. 야심차게 작년에 플라톤의 국가를 구매했었지만, 두께의 압박으로 시작을 하지 못했다. 그러고 올 해에는 꼬옥 고전 철학책을 읽는 다짐을 지키겠다 하여 고른 만만한(?) 두께의 장자. 여기저기서 흝어져 돌아다니고 있던 장자의 이야기를 곽상이라는 자가 '장자'를 33편으로 하고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자기 나름의 주를 달았다고 한다. 장자의 이야기는 전부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매우 함축적이다. 아마도 나 스스로 그의 글을 읽었어야 했으면 거의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행히 이 책은 저자가 각 이야기마다 해석을 달았는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매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덕에 나 또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호접지몽은 장자의 이야기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 유명한 조삼모사가 장자의 이야기였다는 것은 이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장자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분법적인 의식에 대한 이야기다. 공자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치는 공자라는 사람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해석된 세상이고, 장자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치는 장자라는 필터를 거친 이치고, 내가 이렇더라 우기는 것들은 전부 지난 나의 삶을 바탕으로 내가 읽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결코 내가 맞고 니가 틀리다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의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생각은 나의 존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좁은 경험에서는 1이 1이 아닌 적이 없었으니, 단 한번의 예외의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1은 1일 수도 2일 수도 있음을 겪은 이를 틀렸다라고 판단내리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는 이정도의 탈이분법적인 사고는 수용이 가능하다 싶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와 이건 장자님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내 사고마저 너의 생각은 지나치고 내가 합리적이다 라는 시비분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비교도 되지 않은 수준에 다다른 자의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그의 사상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장자의 철학은 현대인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현대인의 많은 갈등은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만이 맞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다. 사사로이는 가족이나 친구관계에서부터 넓게는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해당된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관점으로만 사건을 보려고 한다. 그 이유에는 그 것이 좀 더 익숙하다는 것과 함께, 다른 식의 사고를 갖을 여유가 없는 팍팍한 삶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중에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이라는 농담이 생각이 났다. 어느 집단에서나 또라이의 숫자는 변함이 없기에, 어딜 가나 일정 수의 또라이가 존재하며, 만약 그 중에 또라이가 없다면 자신이 그 집단의 또라이라는 뜻이다. 처음 이 농담을 들었을때는 그 기발한 생각에 박수를 쳤으나, 지금에 와서 보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농담을 처음 들었을때보다 좀 더 많은 삶을 살아본 지금에서는, 상대가 또라이라고 폄하하는 그 사람이 이상해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듯, 또라이 눈에는 또라이만 보인다. 어딜 가나 또라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불평불만만 늘어 놓는 사람이 어딜 돌아다녀도 만족스럽지 않으니 상대방이 또라이로 보이고 그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나의 이 생각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 자체가 긍정적이면 항상 주변의 사람들도 좋은 편이었고, 그 사람 자체가 불평불만만 늘어 놓는 사람이면 어딜 가나 불만족스러워 했다. 항상 내가 맞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하는 그 편협함이 상대를 또라이로 만들고 만족스럽지 않은 현재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이들에게 장자를 권한다. 내가 장자를 읽는 것 만으로도 세상의 또라이가 반은 사라지리라 확신한다.
나 그나저나 이 거룩한 장자의 리뷰에 또라이라는 단어를 도대체 몇번이나 쓴겨.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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