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 생각보다 두꺼웠고 번역체라서 끝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줄거리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았다.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때처럼 나는 대단한 작가로 추앙받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대단한 감동을 얻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는 문학적인 감각은 제로에 가까운 것 같다.
오만과 편견처럼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는 주인공들이 오로지 '결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이 회화, 미술, 독서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 대부분의 내용이 등장인물의 행동과 감정의 묘사에 치중하고 있기에 주인공의 관심사는 온통 타인과의 관계 혹은 자신의 감정 표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 인간의 사고의 흐름, 행동의 방식 등을 관찰하는 재미는 있지만, 그 캐릭터 자체가 매력있지 않기에 전체적으로 재미 없다는 평이 내려진다.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심리의 묘사, 이런 이야기는 굳이 책이 아닌 친구와 술한잔 기울이며 그 친구의 '의식의 흐름'으로 유추하는 것이 내게는 조금 더 재미있다.
캐릭터 자체도 흥미롭지가 않다. 대다수 내가 싫어하는 부류(너무 감성적인 메리엔, 그리고 속물적인 대시우드 부부, 그 외에 가볍기 그지 없는 다수의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왜 굳이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다. 그와 함께 의외의 소득(?)이 있었으니,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해 내가 다양한 사람들과 교우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시당초 듣고 싶어하지 않았던 그 마음, 그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내 마음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서 쏙쏙 만나며 살면 좋겠지만, 삶이란 것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나를 내 입맛대로 살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회사에서건 사회에서건 싫어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어떤 부류를 싫어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으니, 나의 밴댕이 속알딱지마냥 좁은 마음가짐을 조금 넓혀야겠다는 인식을 안겨다 주었으니 소설에 감사해야할까.
그럼에도 화려한 서사가 아닌 내용을 이렇게 자세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오래동안 호흡의 끊김없이 기술할 수 있는 그 능력은 정말 대단한 듯하다. 한 때 꿈이 소설가였던 사람으로써, 작가의 능력이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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