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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8 Korea

[제주여행] 8. 기분좋은 산책, 송악산 둘레길

by 여름햇살 2018.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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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0


 협재에서 다음 장소로 고른 곳은 송악산. 저녁에 중문에 약속이 있었기에 중문으로 가는 길에 어디가 좋을까 하고 고른 장소이기도 하지만, 나는 송악산의 탁 트인 광경을 정말 좋아한다. 언제와도 변함없이 둥그렇게 솟은 산방산도, 귀엽게 느껴지는 노란색 잠수정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표면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으니 말이다.


협재에서 송악산을 가는 방법은 서일주도로를 타고 내려가는 202 버스를 타고 하모2리에서 752-1번 버스로 환승하여 산이수동에서 내리면 된다. 그러나... 752-1번은 배차간격이 어마무지하여.. 나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원래 잡았던 택시 기사님이 배차시간 때문에 다른 차를 불러주겠다고 하셔서 바로 뒤따라 오는 택시를 탔는데, 미터기를 켜지 않으셨다. ㅡ,.ㅡ 분명 6,000원이 나오지 않는 거리인데(택시타고 한달에 6-8번은 외근 나갔던 회사원짬) 어이가 없었는데, 송악산에서 빈 차로 다시 시내로 돌아가실 것 같아서 그냥 별말 없이 결재했다. 

언제봐도 푸근한(?) 느낌의 산방산. 혼자 봉긋하게 솟아 있어서 그런지 볼때마다 귀엽다. 

올라가면서 사진을 오조오억장을 찍은 것 같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란 말은 이런 곳에다 쓰겠지. 특히나 오후의 따뜻한 햇살과 함께 바라보면 풍경 그 모두가 따뜻하게 보여서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실상은 바람이 아주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었지만 ㅋㅋ)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들.

바다와 함께인 탁트인 송악산 둘레길.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아가며 위로를 받게 된다. 자연이 주는 힘이란 이런 것이겠지.




송악산을 몇번이나 방문했음에도 나는 송악산 둘레길을 완주해본 적이 없었다. 바쁜 일정과 바다뿐인 같은 풍경을 보면 질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처음으로 송악산 둘레길을 완주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여태 이 길을 걷지 않았던 나를 탓했다. 이렇게 좋은 산책로가 있었다니?!

바다도 바다인데 이렇게 파도무늬가 새겨진 아름다운 바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다.


이쪽으로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한적함을 즐길 수 있었지만, 그와 함께 인적이 너무 드물어 무섭기도 했다. 다행히 앞뒤로 중년의 커플들이 멀찌감치 있었기에 덜 무서웠지만, 진짜 나 혼자였다면 스산한 느낌이었을 듯 했다. 





인공적인 나무 계단이지만 어쩜 이리 잘 어울릴까?

올레길 표식.




중간 중간에 이렇게 안내도가 있다. 나는 항상 부남코지까지만 보고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곳 전망대 3에는 나무가 너무 자라 바다가 잘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관리 좀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으나, 바로 고작 관광객들이 바다를 이 곳에서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나무를 잘라내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라며 나 스스로를 반성했다. 힝, 나는 아직 멀었구만.

둘레길의 끝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 숲길이다. 내가 순환했던 시계방향이 아닌 이곳에서 출발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풍경이 지겨워질때쯤 많은 인파들을 만나게 되니 말이다.

안뇽 송악산.


송악산 한바퀴를 다 돌고 나니 이곳의 뷰가 달라보였다. 몇번이나 왔건만 겉핥기만 하다가 이번에서야 송악산이란 놈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큰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곳에서 버스를 타야했다. 맞은편은 저렇게 정류소가 그럴듯하게 세워져 있지만, 내가 있는 곳은 버스 안내판 마저 날아가서 모르는 사람은 버스 정류소인지도 모를 정도이다. 내가 이곳에 주저앉아 있었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했더니 여기가 버스 정류장인지는 어떻게 아냐고 그러셨다. 그래서 원래 안내판이 있었는데 날아간 것 같다고 했더니, 본인도 이 곳에서 버스를 타야 되는 것으로 아는데 버스정류소 표지가 없어서 헤매고 있었다고 하셨다. 하핫, 나 이러니깐 제주도민 같구먼~ ㅋㅋㅋㅋ 

멍청하게 기다렸던 버스 정류장. 반대편에서 타야 중문으로 향하는 버스였는데 한참이나 이 곳에 서 있었다. 네이버 지도가 이곳을 가르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잠시 후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에 옆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에게 중문으로 가려면 이 곳에서 타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반대편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나는 부랴부랴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크흑.. 역시 당 떨어지면(?) 머리가 안돌아가는 인간인 것인가.


그리고 도착한 중문동. 여기에서 1차 난관이 있었으니 핸드폰 배터리가 없었다. 편의점에 문의 했으나 요즘은 충전 서비스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충전할만한 곳을 찾아 헤매다가 핸드폰 대리점에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을 충전시켰다. 원래는 돈을 지불할 생각이었으나, 아주머니께서 괜찮다고 하셔서 무료로 충전을 받았다. ㅠㅠ 정말이지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Y양과의 짧은 만남. 빠르면 겨울, 늦어도 내년 봄에는 다시 와서 만나야겠다. 


그리고 완전 꼬여버린 일정. 밥만 먹고 숙소로 향했는데도, 그 것은 너무 늦었던 것 같다. 중문동에서 동복리로 넘어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었다. 제주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급행버스 181을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간 다음 그 곳에서 201을 타고 동복리를 가는 방법과 서귀포버스터미널로 간 뒤에 그 곳에서 201을 타고 동복리까지 동일주로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다. 시간으로는 1번이 빠르지만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에 201 버스의 막차를 탈 수 있을지가 불확시한 시점이었다. 대신 2번째 방법은 시간은 훨씬 더 걸리지만 서귀포버스터미널에서 201을 얼마든지(심지어 막차도 아니다) 탈 수 있었다. 그리하여 2번을 선택했으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으니...


특정 시간대 이후의 201번 버스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가 아니라 성산까지만 가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서야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성산이 다가올때쯤 버스기사님에게 동복리에 가야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더니, 이 버스는 성산까지만 가기 때문에 근처 숙소에서 자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짐 때문이라도 숙소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더니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데 돈이 꽤 많이 나올 것이라며 걱정해주셨다. 그와 함께 버스를 몰아(!) 택시를 탈 수 있는 곳 근처까지 데려다주셨다. 이렇게 2번째 난관을 헤쳐나갔으니(?), 두번 모두 도와주셨던 고마운 분들 덕에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하루 여행으로 쓴 돈을 다 합해도 택시비가 더 많이 나왔다는.. 울먹울먹. ㅋㅋㅋ 


택시로 숙소로 이동 중에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귀가가 늦어져서(10시가 넘었으니) 걱정되서 전화를 해주셨다고 한다. 여행자의 안위까지 걱정해주는 고급서비스(!) ㅋㅋ 


숙소에 도착했더니 룸메이트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산청에서 놀러온 귀여운 꼬마 아가씨. 인사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고 골아 떯어졌다. 쿨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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