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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8 Korea

[제주여행] 11. 함덕 해수욕장에서의 노을, 그리고 귀가

by 여름햇살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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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1


낮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서는 노을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제주도 여행 내내 노을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것이다. 장소는 동복리에서 가까운 함덕 해수욕장으로! 이 곳에 장기 투숙객 분은 매일 함덕으로 노을을 보러 가던 시기가 있었다고 했는데, 귀찮지만 않으면 항상 왕복을 도보로 이동하셨다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걸어 갔다가는 길에서 노을을 보게 생겨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해변으로 가다가 만난 새끼 길냥이. 오구오구 너무 귀여운거 아니니.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그리고 탁트인 해변에서의 노을.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어서 발갛게 타오르는 노을은 볼 수가 없었지만, 이 풍경은 이 풍경대로 아름다워서 좋았다. 

하늘에서 천사라도 내려 올 것 같은 광경. 

노을도 노을인데 파도도 참 예쁘다. 그나저나 이 추위에 서핑을 즐기시는 많은 분들.. 대단하십니다. 후덜후덜. 

이 곳은 웨딩촬영 스팟인가보다. 2커플이나 촬영하고 있었다. 제주도로 웨딩촬영이라~ 낭만있다. 

멋있는 광경. 추웠지만 계속해서 쳐다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쪽 언덕으로 올라와 나와 함께 자연의 선물을 즐겼다. 매일 이런 광경을 보면서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한 삶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주가 그리워요~~!!


함덕해수욕장을 가득 채운 문어라면을 저녁으로 먹을까 했는데 해녀김밥 매운 맛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서 얼큰한 라면국물이 먹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면서 삼각김밥도 하나 샀다. 제주도까지 와서 편의점 음식이라니! 하겠지만 난 이게 진짜 먹고 싶었다. ㅋㅋ

숙소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계셨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남아 계셨다고 한다. 내가 사온 편의점 음식을 보시더니 그런걸 먹냐며 샐러드를 만들어 주셨다. 그와 함께 내어주신 청귤차. 직접 담그신것이라고 했는데 완전 맛있었다~~!

내 편의점 음식... ㅋㅋ 꿀맛이다. 

사장님이 챙겨주시 샐러드. 치즈와 버섯을 듬뿍 듬뿍 올려 주셨다. 너무 맛있었다. +_+ 그렇게 사장님과 마지막 작별인사.

혼자 빈둥대며 놀이터를 구경하다가 발견한 리틀 포레스트. 안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하고 재밌게 읽었다. 이걸 다 읽고 나니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보고 싶어져서 넷플릭스를 뒤졌는데, 영화가 없어졌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흑흑. 


혼자서 지내는 밤은 의외로 무서웠고 의외로 한적했다. 한 때 시골집에서 혼자 사는 것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함께 살 사람이 없다면 그러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서워서 밤새 팟캐스트를 틀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조용한 제주 시골 동네에서 혼자 지내는 밤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조금 더 내면에 집중하게 되는 경험이라고나 할까. 명상을 한 것도 종교적인 활동을 한 것도 아니지만 영적으로(혹은 내적으로) 뭔가가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넘실대는 인터넷은 분명 흥미의 대상이지만, 가끔씩은 의도적으로 멀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흥미보다는 나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고나 할까. 생각을 말과 글로 잘 표현해내는 인간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2018. 10. 12


마지막 인사. 혼자 정리를 하고 열쇠로 문을 잠그고 약속된 장소에 숨겼다. 고향집같은 느낌을 줘서 감사합니다. 담에 또 올게요. 안녕.

안녕 동복리.


공항에서 먹은 아침. 옵션이 없었다. 오니기리와 우동이 있길래 뜨끈한 우동 먹어야지 했는데 가격도 비싸고 맛도 없었다. 에잉. 두번다시 먹지 않아야지.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되어 있었다. 개인적 지인과 회사 지인의 믹스 자리. 이 자리를 굳이 만든 것은, 사회생활 하며 살다 보니 생각보다 만나는 사람의 종류와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서로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나라는 매개체로 만나게 하여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해주면 어떨까 라고 감히 생각했다. 결과는 나는 만족(?)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어색함, 하지만 그로 인한 호기심등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자주 서로 모르는 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밥이나 한끼씩 먹어야지 라는 다짐을 했다.


제주 여행 내내 혼자였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과로에 지친 나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제주여행의 마무리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파티였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좋지만, 그럼에도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느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사람으로부터 즐거움을 얻었다. 존재해줘서 감사한 그들과 즐겁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행복의 열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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