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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늙지 않는 비밀 The Telomere Effect

by 여름햇살 201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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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비밀
국내도서
저자 :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엘리사 에펠(Elissa Epel) / 이한음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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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건강 섹션의 베스트셀러들을 둘러 보다가 발견한 책이다. 결과적으로 매대에 나란히 놓여 있던 다른 책들보다 월등히 좋은 책이었다. 요즘 건강 분야를 휩쓸고 있는 스타일의 책, 즉 <알지 못하는 정보로 공포 조장 + 자신이 규정한 지식 억지 주장 + 상품(음식, 운동 등등) 광고>로 구성된 책이 아닌, 신뢰성있는 근거가 충분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선의의(혹은 가치 중립적인) 내용으로 글을 이끌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텔로미어의 길이와 노화의 관계에 대한 유의성으로 시작한다. 우리 몸속의 유전자의 끝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실제 나이 혹은 신체 나이의 척도가 되는데, 텔로미어가 길수록 우리가 원하는 외적으로도 젊고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책이 마음에 드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판매 목적인지 근거가 약해서인지 많은 책들이 반드시 ~ 하다 라는 식으로 글이 쓰여져 있는 반면, 이 책의 저자들은 연구를 오래 하신 분들인지 확률적으로 연관성이 낮다 높다로만 이야기 한다) 우리 몸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제일 바깥에 있는 피부부터 내장기관의 세포까지 각자의 싸이클에 따라 태어나고 활동하고 죽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 것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유전자 복제 덕분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반복적으로 복제하며 늙어 사용가치가 떨어진 세포들을 교체해나가며 우리 몸을 구성하게 한다. 그 유전자가 복제 될때마다 그 끝의 텔로미어(유전자를 보호하고 있는 부분)들은 조금씩 길이가 짧아진다. 즉, 텔로미어가 일정 길이 이하로 줄어들면 유전자를 보호할 수가 없다. 복제가 원활한 속도로 되지 않거나 복제과정에서 돌연변이(암이 된다던지 등)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텔로미어(+텔로미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라제)의 높은 수치는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텔로미어가 무엇에 의해 줄어드는지와 어떻게 하면 보호하고 혹은 그 길이를 늘릴 수 있는지를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방법에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독자들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누구나가 매일 듣지만 실천하기 힘든 바로 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안내하는 실험들은 꽤나 재미있다. 먼저 소개되는 실험은 만성질환을 지닌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텔로미어 수치를 측정한다. 그리고 예상가능하게도 돌본 햇수가 어머니의 텔로미어를 닳아 없애는 데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P114)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느낄수록, 어머니의 텔로미어는 짧아졌다(P114). 이와 같은 결과는 아래의 신체활동과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는 머릿속뿐만 아니라 몸도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반응 체계가 긴급 경보사애에 있을 때, 몸은 코르티손과 에피네프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한다. 그러면 심장이 더 빨리 뛰고 혈압이 더 높아진다.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일을 하는 미주신경은 활동이 약해진다. 숨 쉬기가 힘들어지고, 자제력을 발휘하기가 더 어렵고, 세계가 안전하다고 믿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이런 반응들은 나닉하지만 계속 경보를 발하면서 우리 몸을 생리적으로 경계하는 상태로 유지한다.


미주신경의 활동이 약해지고 잠잘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은 것을 비롯하여, 간병인 집단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으킨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의 몇몇 측면들은 더 짧은 텔로미어나 더 적은 텔로머어라제와 관련이 있었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들은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촉진시키는 듯했다. 우리는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들이 더 초췌하고 아픈 듯이 보이는 새로운 이유를 발견했던 것이다. 심한 스트레스와 간병이 그들의 텔로미어를 마모시키고 있었다.(P116-117)


이것은 알아듣기 쉽게 간단하게 후려쳐(?) 말하면 이와 같다. 우리는 우리 몸에 사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응급상황이라고 여기고 응급 상황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응급 상황은 지금 당장 보살피지 않으면 내 생명에 위협을 준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텔로미어는 지금 당장은 보살피지 않더라도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러니 그 쪽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중이라고 미루는 것이다. 더 후려쳐서(프로후려처) 말하면 이와 같다. 회사생활은 스트레스 상황이고 연인관계는 텔로미어다. 회사생활은 당장의 내 생계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그 곳에 쏟아 붓게 마련이다. 연인관계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보살피지 않는다고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지금 당장 고객의 컴플레인을 처리하지 않거나 상사가 지시한 보고서를 완료하지 못하면 짤릴 수 있다. 그렇게 응급 상황들을 처리하다보면 관계는 소원해지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 더 나아가면 이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에서 이와 똑같은 반응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이 간병인 어머니들은 결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없을까? 연구는 재미있는 점을 시사한다. 놀랍게도 연구한 간병인들 중에는 엄청난 부담에 찌들고 있어도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P119).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상황에 대한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어떤 스트레스 상황이 있을때 이 것을 위협반응으로 볼 것인지 혹은 도전반응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몸에 나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긍정적인 스트레스 반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P125).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거리두기 인데 이 것은 1. 자신의 일을 3인칭을 써서 생각해보는 언어적 자기 거리두기, 2. 현재의 상황을 미래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는 시간 거리두기, 3. 영화의 한 장면을 지켜보는 것처럼 인지 탈융합의 방법으로 시각적 거리두기의 총 3가지 방법( P141) 이 있다. 


 이러한 모든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마음챙김훈련이다. 상황을 변화 시킬 수 없을 때에는 그 상황에 대한 반응, 즉 내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마음챙김훈련(명상)의 효과를 인식하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서양 특히 미국은 이 것을 대학병원에서도 널리 사용할만큼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최첨단에 있는 그 곳에서 왜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원인이 밖에만 있다고 인식의 한계를 느끼고 내면을 보게 된 것이다. 연구 결과에 그 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 책이 조금 놀랍다. 몇십년 전에는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졌던 부분이 이제는 정상과학의 범주 안에 들어온다고 노벨의학상 수상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깨닫는것과 실천은 또 별개이다. 머리는 알지만 몸이 잘 따르지 않는다. 아마도 충분하지 않은 연습 때문이겠지. 건강한 삶을 위해서 긴장된 순간에 호흡을 크게 들이키고 내쉬어 본다. 안달복달 못해하는 그 마음가짐도 내려 놓고자 의식적으로 시도해본다. 



패리시는 <뉴욕 데일리 뉴스> 칼럼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에게 신념으로 주입되는 것이 전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자신이 내리는 가정을 타파하고,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고 있는 더 개화된 인종이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충동에 맞서 싸우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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