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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20190710

by 여름햇살 201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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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날은 퇴근후 오백만년만에 갱냄을 방문하여 친구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약재가 늦게 배송되고 탕전이 늦게 시작되었고 나는 7시까지 갱냄을 갈 수가 없었고.. ㅠㅠ 다음에 보겠다라고 했더니 화끈한 친구들은 퇴근 후에 갱냄에서 나의 약국까지 달려와주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왜냐면 최근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 활력이 조금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싫었끼에, 퇴근 후는 물론이거니와 주말에도 딱히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약국에 혼자 있고, 거기에다 한가하기까지 하니 하루에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2시간 미만이다. 그렇게 3개월 정도 보낸 지난 주.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였는데 무기력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활기차지도 않고, 지루한건 아니지만 재미있지도 않고, 슬프진 않지만 그렇다고 울적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닌, 내 맘을 내가 모르겠다 라는 상태를 맞이한것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이 주는 활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덥잖은 수다를 떠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그 시간을 갈망하다니. 놀랍고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간만의 대화는 즐거웠다. 고민도 말하고 들어주고 하면서 다시 에너지를 얻었다. 그와 함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골수가 되어 간다는 것도 느꼈다. 안그래도 자기 성격 강한 캐릭터였는데, 교류가 줄어들다보니 그런 경향이 더 강하게 발전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깐 쉽게 말해 성격이 지랄맞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반대로 하기 싫은 일은 안해도 되기 때문에 안그래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캐릭터였는데, 지금은 도가 지나친 수준이 된 것이다. 문득 종교라도 갖고 어르신의 훈계라도 들어야 되는 걸까 라는 생각도 했다. 허허, 큰일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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