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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by 여름햇살 2019.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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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국내도서
저자 : 올더스 헉슬리(Aldous Leonard Huxley) / 안정효역
출판 : 소담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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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모임의 6번책 멋진 신세계. SF소설을 좋아해서 이 책을 추천한다고 하신 한 회원분의 추천을 듣고 읽었는데, 단순 SF소설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꽤 심도 있는 책이었다. 이래서 고전은 고전인가 보다. 1984로 유명한 조지 오웰의 스승답게, 그 역시도 미래 인간에 대한 디스토피아를 이 책 멋진 신세계에서 그리고 있다. 아니, 올더스 헉슬리의 제자였기 때문에 조지오웰이 1984를 쓰게 된 것이겠지?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무스타파와 야만인 존의 대화 장면이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무스타파가 말하는 행복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조건들로 이루어져있다. 노화 없는 무한한 젊음, 안락한 생활과 끝없는 오락거리, 그리고 감정적으로는 항상 즐거운 상태의 유지. 그에 반해 존은 불쾌한 것들을 인내하는 종교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들의 대화를 읽으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 나는 그 둘이 제시하는 행복의 조건을 거부한다. 존은 일단 종교적인 삶에서 제외이고, 무스타파가 제시하는 행복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습관처럼 행복이란 단어를 쓴다. 행복이란 감정을 추구하는 우리는 행복이 수능 만점, 현금 100억 같이 무언가의 목표를 정복해야 얻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것은 '행복'이라는 감정의 속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행복은 변화에서 발생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자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떤 여자가 한 여름 땡볕에서 4시간을 일을 하다가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에 들어가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사람은 그 순간 행복을 느낄 것이다.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의 시원한 커피'라는 조건이 행복을 준 것이 아니라, 상태변화에서 행복을 느꼈다는 말이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행복감을 느끼는 여자의 옆자리에서 같은 조건으로 '에어컨 빵방한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다음날 있는 공무원 9급 시험(심지어 그는 4번째 낙방중이다) 공부를 하고 있는 청년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된다. 그는 과연 그 순간 행복할까? 이런 예는 얼마든지 많다. 현금 100억을 가지면 행복할까? 매일 같이 폐지를 주우며 힘든 생활을 연명하던 어느 노인이 우연찮게 메가밀리언로또에 당첨이 되어 현금 100억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가 행복하리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삼성의 이재용이 모든 것을 다 잃고 통장에 겨우 현금 100억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행복할까?


이처럼 행복의 조건은 멋진 신세계에서 인류에게 행복의 조건이라고 상정한 끝없는 오락, 죽는 그 순간까지 젊음의 유지등 조건에 의거해서생겨나는 감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행복은 오직 변화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고, 그 변화는 사실 살아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우리는 매순간 변화고 있다. 불과 1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을 수 없다 끝없이 변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중간논증을 생략하고 결론으로 점프하면 결국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행복 한 것이다. 다른 조건은 필요 없다. 


 행복의 요건외에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인간을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이다. 애석하게도 그 관점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 같다. 1일 적정 섭취 칼로리(1일 적정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끝이 없다), 주 몇회 이상의 운동, 적정 혈압 수치와 혈당 등 우리의 몸을 수치화하고 그 틀에 우겨 넣는다.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이 책의 절대자 포드는 사실 현대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몸을 기계화하고 대상화하며 사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모두다 알고 있듯이 우리의 신체는 기계가 아니다. 매일 변화하고 생동하며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우리 몸에 관심을 갖고 감사함을 느끼며 사랑하는, 그 태도가 어쩌면 행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토론 중에 나온 결말에 대해서는 끝내 현실을 바꾸지 못한 작가의 좌절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은 존이 그냥 자살해버려서 결국 소설이 허무주의로 간 것같다고 했다.  이렇든 저렇든 작가는 당시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이 분명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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