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왜 맛있을까

by 여름햇살 2019. 6. 25.
반응형


왜 맛있을까
국내도서
저자 :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 / 윤신영역
출판 : 어크로스 2018.04.23
상세보기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보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평상시 우리는 우리 혀가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맛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온전히 우리 혀에 질감과 풍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뢰를 자극하는 맛은 음식을 섭취할때의 일부 정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풍미(후각에 가깝다), 그리고 음식을 먹고 있는 곳의 인테리어, 소리, 동행자의 여부, 그리고 음식을 먹는데 사용하는 식기의 무게 및 질감마저 우리가 맛을 느끼는데에 관여하고 있다. 

 한 때 맛집탐방을 여가시간의 낙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회사 근무중에도 요즘은 어디가 맛있나 검색하고, 핫하다는 곳은 꼭 주말에 친구와 함께 방문하고는 했다. 집에서 꽤나 멀어 오로지 그 음식점만을 위해 짧은 여행을 할 때도 있었고, 어떨때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점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 방문했던 모든 음식점들이 그 정도로 맛있었나 생각해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그 음식점으로 가는 여정, 그리고 1시간 이상 기다리며 보았던 풍경 혹은 그때의 상황이 더 잘 기억에 남는다. 


 커피의 천국이라는 멜번에 있을 때에는 이곳저곳 유명하다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와 음식을 맛보았던 때도 있었다.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커피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나의 기억은 모국과는 다른 이질적이었던 분위기, 맞은 편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멜번사람들의 모습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고나서 보니 맛이란 것, 그러니깐 음식이란 것은, 순수하게 즐기는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하고 있는 그 순간의 양념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 냠냠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좀 덜 맛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즐겁고, 음식도특별하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쓸데없이 식탁보와 테이블매트를 사버렸다. 이왕 소비했으니, 테이블을 예쁘게 꾸며놓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져야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