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8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뭘 할까 하다가 우붓 왕궁이 근처에 있길래 관광인모드로 바꿔 관광을 나서기로 했다. 아무리 발리의 극성수기인 건조기라고는 하지만(발리는 7-8월이 건조기라 일년 중 기온이 가장 낮고, 그래서 극성수기라고 한다) , 땡볕에 걸어다니기에는 조금 더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우붓이라는 동네가 마음에 드니 날이 덥건 말건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 두둥.
우붓 왕궁과 우붓마켓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우붓 왕궁과 우붓 마켓은 세트메뉴(?)로 선택되는 관광 루트인 듯 했다. 그래서 나도 우붓 왕궁을 구경하고 우붓마켓에 가보았지만.. 뭐 사실 딱히 사고 싶은 것은 없었다. 보통 라탄 가방을 기념품으로 많이 구매 한다고 하는데(이건 어차피 한국 여름에도 알차게 쓸 수 있으니깐), 나는 여름 끝물에 가서 한국에 가지고 가봤자 1년 뒤에나 쓸 수 있을 것 같고, 현지에서 쓰기에는 내가 들고 다니는 물건들을 다 넣기에는 작아 보였다 (사려면 크로스백을 사려고 구경했는데 사이즈가 작은 것만 있었다). 그리고 또 굳이 사가지고 가야 할 이유는 없어 보여서.. 되려 나무 식기 제품을 봤는데, 그냥 한국에서도 살 수 있으니(그냥 현지가 싸다는 것일뿐 디자인이 특이하거나 퀄리티가 어마무지하게 좋거나 하는 장점은 없었다) 요것도 스킵했다. 여튼 결론은 뭐 딱히 살 건 없더라... ㅋㅋㅋ
우붓마켓이 왁자질껄한 것에 비해 우붓 왕궁은 관광객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한산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왕궁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다.
이런 조각상들 너무 맘에 들어. 하나하나가 매우 독특하게 생겼단 말이지!!
우붓은 특이하게 개들이(그것도 덩치 엄청 큰 애들) 길에 많이 돌아 다니는데.. 그래서 개똥도 많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왕궁 잔디에도 개똥이.... 뭐 개가 왕궁인지 길인지 알게뭐냐만은 ㅋㅋ
우붓은 확실히 식물들이 특이한 것이 많다. 이건 요즘 내가 키우는 줄리아페페랑 종이 비슷해 보여서 신기해서 찍어봤다. 화분에서 키우는 애들과는 확연하게 싱싱하고 크기도 크다. 갑자기 우리집과 약국의 화분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안쓰러워진다... 비료라도 넉넉히 줘볼까.
석상에 옷까지 둘러주고.. 뭐지 너무 귀여워.
요건 바나나크로톤..? 그 식물 혹은 그거랑 비슷한 놈인 듯. 이렇게 큰 아이는 처음 봤다.
석상뿐만 아니라 제단? 같아 보이는 데에도 천을 둘러서 옷을 입혀놓고(?)있는 우붓인들. 왜이리 귀여운 것인가. ㅠㅠ
우붓 관광 투어 끝내고 숙소 돌아 오는 길에 더 귀여운 장식 발견. 길 가는 남녀노소인종 불문하고 다들 함박 웃음 지으며 쳐다봤다. 닭과 달걀이랑 관계있는 사원인가..?
코코마트라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마트(체인이라 스미냑에서도 봤다)가 하나 있는데, 물 사러 들어갔다가 과일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요걸 하나 사왔다. 땀 흘리고 먹는 과일은 꿀맛이다.
숙소구경 한번 해주시고.. 낮에 보니 확실히 더 예쁘다. 이 정원을 관리하는 어린 남자 직원들이 있었는데,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서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다. ㅋㅋ 과일 먹고 남은 플라스틱을 버리려고 휴지통 어디 있냐고 물어봤는데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손에 쥔 쓰레기를 버리는 흉내를 냈더니 검은 봉지를 가져오더니 이 안에 넣으라고 했다. 이런 대화 간만이라 너무 즐거웠다. ㅋㅋ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터라, 숙소 침대를 보자마자 잠이 왔다. 요가반의 저녁 요가를 들으려고 스케쥴을 봐놓았는데, 결국 시간을 넘겨서 자는 바람에 요가 수업을 듣지 못했다. 일어나니 배고프다고 배에서 요동을 치길래 저녁이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 하며 옷을 갈아 입었다. 침흘리며 잤더니 침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면세점에서 산 향수를 사려고 향수를 찾았다. (씻지 않고 향수를 뿌리려 했다니..) 그런데 암만 봐도 향수가 없는 것이다. 뭐지? 하고 생각해봤더니 지난 밤 이 곳으로 올때에 면세점 가방이 없었던 것이 기억에 났다. 그러면 수하물을 기다릴때에는 있었나? 라고 생각해보니 그때에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 기억이 났다. 아니 그러면 내가 기내에서 내릴때 꺼내긴 했나 라고 다시 추측해보니, 그때 분명히 내가 꺼내지 않은 것이 기억이 났다. 오마이갓. 내 향수도 향수인데 선물할 립스틱들이 들어 있어서 심장이 철렁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기내유실물 찾기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서둘러 들어가서 기내 유실물 찾기 클릭 + 날짜 편명 물품 검색으로 했더니.. 내 면세품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역시 두고 내렸구나... 라는 나의 자책 +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대한항공 발리 공항 지점에 메일을 써서 나 그거 잃어버린 사람인데 9월 1일에 갈때 가져갈수 있느냐며 주저리주저리 메일을 썼다. 당연히 한글로 썼는데.. 나중에 보니깐 영어로 회신이 왔다. 아마도, 나의 한국어 메일을 구글번역기로 돌려본 것은 아닐까 싶다. 하핫. 일단 아예 분실하지 않았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끼며 저녁 식사를 하러 나왔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Warung Enak. 일단 숙소에서 가까웠고, 여행책자에서 괜찮은 음식점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붓 센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식당이 매우 널찍하다. 내가 저녁 타임의 첫 손님이었다. 그래서인지 매우 환대(?) 받으며 자리로 안내받았다. 껄껄껄.
테이블 위에 올라 와 있는 꽃 . 안스리움 같은데. 물꽂이로도 살 수 있는 놈인가보지?
분위기가 좋다.
메뉴사진. 지인이 추천해준 가도가도 샐러드와 우붓 전통 요리 오리 요리 Bebe goreng을 주문Babe goreng이 오리 반마리라고 되어 있어서, 이거 두개 먹기에는 양이 많지 않을까? 라고 종업원분에게 물어봤더니, Babe goreng과 나오는 밥을 안 먹으면 양이 괜찮을 꺼라고 했다. 그와 함께 발리의 맥주 빈땅~을 주문했다. 드디어 여행지에서의 첫 맥주인가.
따뜻한 물티슈와 웰컴드링크 그리고 알새우칩 같은 과자를 가져다 주었다. 저 소스에 찍어 먹는 것 같았는데, 난 이게 이 식당의 서비스인줄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저 새우칩같은 건 어느 식당에 가도 나오는 녀석이었다. 스미냑에 있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때 보니, 현지인같아 보이는 여자분이 저 새우칩으로 나시고랭을 퍼서 드시는 것을 보고 이건 거의 서양식의 빵같은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빈땅. 크흑. 맛있다. 역시 여행지에서는 맥주지.
전채요리로 나온 듯한 전. 이걸 먹다보니 명절 전이 생각났다.
요것이 인도네시아 전통 샐러드 가도가도. 땅콩소스로 버무린 야채와 함께 저 세모난 것이 올라 가있는 것이었는데, 저 세모난 것에서 청국장 냄새가 났다. 참고로 난.. 청국장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청국장처럼 심한 냄새는 아니라서 그냥 먹을 만은 했는데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저걸 Tempe라고 하는데, 두부를 발효시킨 것이라고 했다. 추천해준 지인에게 이거 청국장 냄새가 나더라고 했더니, 두부 발효 음식이라고, 나보고 후각이 귀신같다고 했다. 아니 후각이 귀신같은게 아니라 누가 먹어도 청국장 냄새가 나요... ㅜㅜ
다각도로 찍어본 오리고기. 일단 생각보다는 작았고, 작은 만큼 딱히 먹을 살코기도 없었다. 살코기가 많이 없어서 뭐지하고 껍질이 있는 부분을 먹게 되었는데 너무 느끼해서 토할뻔했다. 이건 다시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기름기가 쫙~ 빠지면 먹을만 하다는 것을. 전체적인 맛은 보통.
여기와서 가장 비싼 식사였군요. ㅋㅋ 점심에는 80,000 루피 정도 먹었는데 말이지.
식사를 했으니 디저트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인이 또 추천해준 코코넛 아이스크림 맛집 투키스로 향했다.
여러 메뉴가 많았지만 아이스크림킬러인 난 당연히 아이스크림!
코코넛 아이스크림. ㅋ ㅑ 정말 맛있다. 보통의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맛이다. 좀 쉬었다 가려고 앉아서 먹는데, 어떤 외국인이 이거 뭘로 만드는 것이냐고 직원에게 물어봤다. 역시나, 외국인들은 내용물에 민감하다. 직원은 세가지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물, 팜슈거, 코코넛 크림 이라고 대답을 했다. 정말 그것만 들어가냐고 재차 물었는데 그것만 들어간다고 했다. 아마도 알러지때문이겠지...? 아니면 할랄푸드 땜에 그렇거나. 그러고보니 이 아이스크림에서 유지방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보통의 아이스크림과 달리 끝맛이 깔끔했던건 우유가 들어가지 않아서였구나. 하여튼 이거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다. 우붓에 간다면 모두모두 추천!!
디저트도 먹었겠다 센터를 다시 천천히 돌아다녔다. 다들 식사를 하거나 소소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오토바이로 가득한 도로가 밤에는 더 위험한 기분 + 쉬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커피집으로 향했다.
요것도 꽤 괜찮은 카페. 내 개인적으로는 세니만이 더 나았다.
핸드드립커피 중 루왁 다음으로 비싼 놈을 주문해봤다. (그래봤자 얼마 안한다. 40,000?) 골든 라벨?? 이라는 메뉴였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 군.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기억이 남았던 카페다. ㅎ ㅏ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가고 싶다 발리 ㅠㅠ (발리 다녀와서 지금 계속해서 발리앓이중. 발리는 정말 지상낙원이었어. 특히 우붓!!)
카페 처음 오는애 모드로 여러장 찍어봤다. 커피는 진짜 맛있었다. 확실히 인도네시아도 커피를 재배하니 신선한 원두를 쓰는 것 같다. 향이 정말 제대로다. 한국의 커피향과는 다르다. 발리에오면 꼭 커피를 마십시다!!
한국인의 친인척 호칭을 조사하지 않고 섣부르게 글을 쓴 미국의 뇌과학자.jpg
길마다 있는 요 장식. 첨에는 가게 앞에 마다 있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스미냑에 가보니 문양이 다른 것이, 지역마다 다른 모양의 블럭을 까는 듯 했다. 이건 도대체 뭘까? 이랬는데 그냥 의미 없는 하수구 뚜껑은 아니겠지... ㅋㅋ
어느 제단 앞이건 저렇게 꽃과 음식을 올려 놓는다. 그 마음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호시탐탐(?) 노리던 싱잉볼 판매 가게에 드디어 갔다. 원래 싱잉볼을 사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어디서 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의미없게 인터넷으로는 사기 싫어서 그냥 안사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붓의 길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기필코 사겠다며 가게에 들어갔다.
ㄲ ㅑ ~ 싱잉볼 천국일세.
첨에는 주인이 없어서 혼자 구경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동료들과 수다 떨던 주인분이 들어와서 싱잉볼들을 하나하나 소개 시켜주었다. 첨에 보여준 것은 핸드메이드 제품이었는데 소리가 정말 청아했다. 그런데 가격이 25만원 돈이길래 너무 비싸다고 다른 걸 추천해달랬더니 이건 1/2의 가격인 공장제품을 보여줬다. 그런데 소리가 확연히 달랐다. 핸드메이드 제품이 좀 클리어한 느낌인데..? 라고 했더니 그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럼 핸드메이드 중에 좀 싼걸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손바닥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가격은 공장제품과 같아서 한화로는 12만원 정도. 이정도면 기념품으로 살만하지 해서 사겠다고 했다. 막판에 아저씨가 50,000 루피를 깎아줬다. 그래봤자 얼마 안되지만 ㅋㅋㅋㅋ
포장해주고 있는 아저씨. 이 아저씨가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현지인인 듯 하다. 일단 아저씨의 영어가 굉장히 좋았고, 싱잉볼을 사러 온 한국인은 첨이라서 아저씨가 이것저것 물어봤기 때문이다. 요가는 했니, 명상은 집에서 하니, 싱잉볼은 좋은 명상 도구란다 등등 수다는 끝나지 않았고, 나도 간만에 대화 상대를 만나서 정말 수다스럽게 말을 했다. 희희 아저씨 이름이나 물어보고 올껄 그랬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들 다 사는 기념품이 아닌 나만의 기념품도 사고, 수다도 떨고, 맛난 것도 먹고. 아주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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