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진 않지만 배부른 2번째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당연히 도보로. 이쯤 되니 거의 발바닥에 불이날 지경이었다.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홈페이지에서 요가 시간을 확인하고 짧지만 강력한 딥슬립에 빠졌다. 그리고 시간 맞추어 다시 래디언트 얼라이브 요가로. 여기까지가 또 도보 삼십분이라서 어우야.. 우붓 3일차에 아주 30일차의 피로를 얻어 있었으니..
원래 12시에 체크아웃을 했지만 협상(?)을 위해 리셉션으로 갔다. 나 오늘 오후 8시쯤에 스미냑 갈 예정인데, 엑스트라 차지 지불하고 체크아웃 좀 늦게 할 수 있을까? 라고 말했더니 흔쾌히 예스라고 한다. 왜냐면 방이 꽤 많이 놀고 있었기 때문이지.. 껄껄껄. 그걸 알고 당당히 물어보기도 했고. 그래서 180,000루피를 더 내고 체크아웃을 8시쯤 하기로 했다. 그와 함께 우붓에서는 그랩이나 우버가 안되는 것 같은데 스미냑까지 가는 택시는 얼마야? 라고 했더니 직원이 또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고는 380,000이라고 알려준다. 헉 너무 비싼데? 라고 했더니 우붓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그런다. 그와 함께 호텔에서 예약해줄까? 그러길래 일단은 됐다고 하고 나왔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그랩을 잡아 타고 280,000으로 스미냑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약 만원 정도 아꼈다. 껄껄껄.
처음 걸어 보는 쪽이라 동네 구경하는 것이 신기했다. 한산하고 관광지라기보다 한달 두달 살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느낌의 분위기였다.
요가반의 규모가 너무 놀랄만해서 그런지, 이 곳은 그저 심플한 요가 스튜디오 느낌이었다.
요가반과 데일리 코스 가격은 같았고, 수강료를 지불하니 요런 돌을 준다. 블로그 글을 읽어보니 나중에 선생님이 수업 시작시에 이걸 수거해간다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너무 귀여운 돌맹이.
스튜디오 모습. 요가반과 특이점은 매트리스에서 냄새가 좀 심했다는 것.. ㅡㅜ 요가반에서 집어든 매트리스가 뽑기 운이 좋았었나보다.
내가 수강신청한 요가는 쿤달리니 요가. 설명을 보니 섹슈얼 에너지를 순환시키고 어쩌고였다. 첨 해보는 것이라 긴장 + 기대를 했는데, 동작 위주보다는 찬트라 위주였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배꼽 주변(이 곳에 섹슈얼, 생장, 뭐 등등 여튼 에너지의 근원이 위치한 곳이라고 했다)을 움직이는 동작 + 그 곳에 배를 가져다 대고 호흡하는 것이 많았다. 요가 선생님은 여자분이었는데, 몸매도 통통하고 코에 검은색 피어싱을 하고 있어서 뭐지..? 뭔가 내가 생각하는 요가 선생님이 아닌데? 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이 찬트라를 할 때 바로 이해했다. 선생님의 찬트라를 들으면 싱잉볼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평화로워지며 안면근육이 풀렸다. 동작 위주가 아니었지만, 피로에 쩔어 있던 나에게는 딱 맞는 요가 수업이라 마음에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스튜디오 안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날의 메뉴가 멕시칸 또띠야 어쩌고길래 그냥 말았다. 난 이상하게 멕시칸 요리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사람이라 잘 챙겨 먹게 되지는 않는다. (말은 이래도 먹을 때는 맛있게 야무지게 잘 먹음)
그리하여 요가 스튜디오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이 곳에 간 이유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눈앞에 있다는 이유만이었다.
아침에 의도치않게 인도 음식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발리 음식을 먹겠다며 후기고 뭐고 찾아보지 않고 그냥 들어간 식당.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테이블 자리도 있고, 한국 식당처럼 좌식인 곳도 있었다. 테이블 자리는 만석이라 나는 좌식자리로 안내 받았다. 간만에 좌식으로 먹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ㅎㅎ
몰랐는데 앉아서 읽어보니 내가 온 식당이 발리 전통 가옥이었다. 뭐랄까. 우리나라처럼 안채 사랑채 등등 각 방마다 독립적으로 되어 있는 구조였다. 차이점은 한옥의 마당이 있어야 할 부분에, 내가 앉은 것처럼 이렇게 지붕만 있고 트인 공간(정자 같이)이 있었다는 것...?!
본식+음료+후식까지 준다는 세트 메뉴, 그리고 본식은 미고랭으로 결정! 발리에 왔으면 미고랭은 먹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하하핫.
음식이 좀 늦게 와서 계속해서 사진 찍는 중. ㅋㅋㅋ
아이스티. 첨에는 엄청 달다고 생각했는데, 시럽이 가라 앉아있는데 섞어 먹지 않아서 그랬다. 어휴.. 섞어 먹으니 전혀 달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시럽을 첫모금에 다 먹어치워버렸거나.
그 전에도 생각했는데 발리는 어딜 가도 플라스틱 빨대를 주지 않는다. 관광업이 주라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니 정책적으로 못 쓰게 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여튼 기분이 좋았다. 요기는 스테인레스 빨대를 가져다 주었다.
미고랭만 주는 것이 아니라 치킨 사떼도 준다. 와우~! 이 얼마만에 먹는 사떼란 말인가.
미고랭 첨 먹어보는 사람 마냥 찍은 사진. 너무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서 본의 아니게 사진을 여러번 찍었다. ㅋㅋㅋ
짭쪼롬한 치킨사떼도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후식. 분명 내가 골랐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안에 코코넛이 있어서 살짝 달았는데, 이것도 꽤 맛있었다. 세트메뉴긴 하지만 혼자서 먹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었다. (아니면 아침 2번 먹어서 그랬을지도...)
식사 후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 발리 전통 가옥이라니깐 괜히 사진 더 찍고 싶어서 사진 몇장 더 찍었다. 우붓에 간다면 , 래디언틀리 얼라이브에서 요가후에 이 곳에서 다시 한 번 식사를 하고 싶다!
요건 식재료를 파는 가게였는데, 현지인들보다는 외국인들(특히 서양인들)의 출입이 많았다. 아무래도 이 곳에 머무르는 서양인들이 즐겨 찾는 식재료 가게가 아닌가 싶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재료들로만 가득했다. 또 이런 것 보면 나도 발리에서 한 세달 머무르면서 이런 곳에서 장봐서 건강하게 먹는 생활을 즐기고 싶기도 하고.
역시 개팔자가 상팔자. 부럽구나.
그리고 소화 시킬겸 동네구경. 이 2곳은 지인이 추천해준 숙소 + 음식점인데 숙소는 예약을 늦게 해서 못했고, 음식점은 배가 항상 불러 있어서(?) 갈 기회가 없었다.
맞은편에 투키스가 또 있길래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양심적으로 한 스쿱만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근처를 구경하다가 예쁜 에코백이 있는 가게에 들어가 구경했다. 처음에는 에코백을 사려고 들어갔는데, 티셔츠가 너무 예뻐서 남자친구와 내 것을 하나씩 샀다. 이런 곳에서 파는 것 치고 소재가 굉장히 좋은 편이었는데(한번 빨고 나면 목늘어나거나 보풀이 일어나는 재질이 아니었다), 가격 또한 저렴했다. 하나 250,000 정도? 안타깝게도 가게 사진이 없구만. 진짜 강력 추천 가게였는데.
코리안 바베큐를 파는 신씨화로까지 발견.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없구나...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짧은 산책(?)을 마치고 다시 커피를 한 잔 하기 위해 세니만 커피 스튜디오로 왔다.
이날에는 카페가 한산해서 가운데 있는 정사각 테이블에 앉았다. 원래 테라스 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그 곳에 한국인 커플이 앉아 있길래 실내로 피신(?)했다. ㅋㅋㅋ 내가 앉은 넓은 테이블에는 두명의 여자분이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계셨는데..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가끔 낄낄거리며 웃는 것으로 보건데 페이스북 메신저로 채팅하는 것 같기도 했고... ㅋㅋㅋㅋ
비알레띠는 봐도봐도 지겹지가 않다. 저걸 내가 알게 된 것이 2009년 유럽여행때였으니.. 만 10년째 보고 있구나.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걸 보니 저것이야 말로 명품이로세.
이 날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봤다. 찐~한 것이 아주 제대로였다. 물이 이렇게나 흥건(?)하지만 한국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보다 좀 더 진하다. 커피를 홀짝이며
괜히 아쉬워서 나가는 길에 다시 사진 한 방 찍음.
아쉬워서 맞은편 가게로 들어왔다.
굿즈 중에는 갖고 싶은 것이 정말 단 하나도 없었고(컵 조차 예쁘지 않았다...) 원두하나 구매했다. 원두는 전날 마셨던 Bali Kintamani washed proccess!! - 한국에 와서 드립으로 내려 먹으며 발리를 회상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을 하나 구매했다. 에코백 같지만 손잡이 부분은 가죽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었는데, 얼마전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우붓에 이런 고급져 보이는 제품이 파냐고 놀라면서 되물어서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 여하튼 내 맘에 쏘옥 드는 제품이었다. 이국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들고 다녀도 튀지 않은 정도? 가격은 450,000 루피 정도였는데 정가라고 아줌마가 깎아주진 않았다... ㅡㅜ 아님 내가 못깎은 것이거나.
숙소로 돌아와서는 야무지게 짐을 쌌다. 안그래도 많았던 짐이 쇼핑으로 인해 더 불어났다. 여기에다가 공항에서 향수까지 인도받을 것까지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짐을 다 싸고 침대에 누운 것이 6시. 이때까지 아직 스미냑으로 넘어가는 교통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맘이 편하진 않았지만, 몸이 피곤해서 일단 누워 있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시작부터 함께 한 웹툰 신의 탑을 보며(아니 세상에 이거 왤케 재미있는건지...) 좀 쉬다가, 일곱시쯤 갑자기 진짜 그랩이 사용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랩으로 내가 이동할 우파샤 호텔을 목적지로 찍어서 택시를 검색했는데, 5초만에 택시가 덥석 잡혔다. 그래서 허둥지둥 짐을 챙겨 나오게 되었고, 원래 8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7시에 우붓을 떠나게 되었다. 보아하건대 우붓내를 돌아 다니는건 안되도 우붓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 까지는 용납이 되는 듯 했다. 거기다가 나의 숙소가 센터에서 좀 많이 떨어져 있기도 했고.
스미냑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걸렸다. 사실 우붓과 스미냑 사이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스미냑안에 들어와서 호텔까지 가는 그 짧은 길이 어마무지하게 오래 걸렸다. 역시 도심은 도심인건가..
발리에 여행하면서 풀빌라를 묶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 호텔만의 독특한 체크아웃 시스템. 이 호텔은 체크인을 한 시간을 기준으로 체크아웃 시간이 정해진다. 오전 7시에 체크인 했으면 오전 7시에 체크아웃, 오후 10시에 체크인 했으면 오후 10시에 체크아웃 하면 되는 것이다. 24시간을 1박으로 카운트해주는 호텔이라니. 한국에서 발리로 오는 비행기는 대부분이 밤에 떨어지고, 발리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밤비행기가 많아서 숙박이 애매한데, 이런 호텔이 있다니!!!!!! 진짜 너무 마음에 드는 시스템이다. 이 매력적인 체크아웃 시스템 덕분에 전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듯 했다.
체크인할때 주는 물티슈와 비누. 맘에 드는 비누를 고르라길래 골랐더니 웰컴 기프트라고. ㄲ ㅑ ㅇ ㅏ 너무 좋습니다.
호텔 로비. 맞은 편이 조식을 먹는 식당이었다. 평상시에는 카페로 이용되고 있었는데, 이 곳 카페에서 커피를 먹는 여행자는 많이 없어 보였다. (밖에 나가면 좋은 카페가 많으니) 좋은 것은 이 곳에서 항상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오가며 한잔씩 마셨는데 꽤 좋았다.
숙소는 말도 안되게 넓었다. 내 생각에 내가 사는 빌라보다 넓지 않았나 싶다.
깔끔한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와서 짐 정리하고 샤워를 한 바탕 하고 쾌적한 침구를 간만에 맞이한 것에 기쁨을 만끽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허기가 져서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했다.
밤이 더 요란한 스미냑의 거리. 그런데.. 우붓과 달리 이곳은 너무 도시 같아서 썩 좋지는 않았다. 그냥 너무 뻔한 관광지 같다고나 할까. 우붓이 너무나도 그리운 순간이었다. 더욱이 팬시한 레스토랑만 있고 간단히 요기 할 수 있는 음식점은 전혀 보이지 않아서 더 싫었다. 게다가 레스토랑 보다 많은 상점들은.... 이건 뭐 쇼핑만 하다 가라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붓과 다른 보도 블럭 모양.
아무리 둘러봐도 미고랭이나 나시고랭같이 간단하게 요기할 음식점이 없어서 길에서 파는 군옥수수를 먹었다. 짭쪼롬한데 그닥 맛은 없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과자를 사왔다. 김과자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맛 없는 걸로 배를 채웠더니 되려 불쾌했다. (우어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또다시 신의탑 웹툰을 보며 남자친구를 기다렸고, 거의 새벽 2시가 다되어 도착한 남자친구를 체크인 시키고(동행자도 여권을 꼬박 복사했다, 역시 철저해) 룸으로 올라왔다. 룸 크기에 놀란 남자친구는 이 곳이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 똑같구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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