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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커플라이프

[결혼준비] 4. 식순 및 밴드, 노래 선정

by 여름햇살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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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든 여자든 각각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을텐데, 나는 '야외예식'과 '밴드'였다. 그렇게나 결혼식을 가기 싫어했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선정과 사운드가 빵빵한 결혼식에 참석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게 된다면 무조건 밴드를 불러야지! 라고 결심했더랬지. 음알못이지만 흥은 많다는 거. ~(-_-~) 밴드가 음악을 빵빵하게 틀어주며, 신랑신부와 하객 모두 즐거울 수 있는 흥겹고 유쾌한 어느 휴일의 하루. 그것이 나의 '유일한 결혼식 로망' 이었다. 

 그러한 나는 운이 좋았다. 나의 로망을 이루어줄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지인 오라버니였다. 나름 2집까지 낸 유명밴드기타리스트였다. 그리고 밑도끝도 없이 대뜸, 민폐작렬하며 부탁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난 이 밴드의 공연을 꽤나 많이 보러 갔기에(지인들 영업해서 데리고 가기도 했으니) 부탁해도 미안하지 않는 정도의 사이였기 때문이다. 껄껄껄. 그렇게 카톡으로 부탁 및 허락 받고 신랑에게 통지(?) 했으니.. 이렇게 밴드섭외가 완료되었다. 다른 밴드를 부르는데는 얼마가 드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라버니가 00만원을 요구했고, 나는 오기전에 밥 든든히 먹고 오라고 00만원을 더줬다. 다른데서 더 부를 수 있으니 영업에 방해되지 않게 비밀로...........ㅋㅋㅋㅋ

밴드퍼즐사랑해요

 섭외 완료후 결혼식이 다가오면서 오라버니가 결혼식에 어떤 음악을 연주하면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 말인즉슨 나는 얼렁 식순을 짜고 그 식순에 해당되는 음악을 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 핑계 저핑계 되며 계속 미루다가 식 2주전에 식순 완료 + 음악을 선정했으니... 민폐 오브 민폐 의뢰인이었다.

 

 어떻게 식순을 정해야 할지 몰라서 미룬 것도 있었고(주례없는 결혼식으로 정하긴 했지만 디테일은 하나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였다), 바쁘기도 바쁜 것도 있었다. 특히 나는.. ㅜㅜ 예식 직전까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청첩장을  주러 다니기 바빴기 때문이다. 흑흑. 그렇다고 신랑에게 부탁하기에는 이 결혼식 컨셉 자체를 내가 잡은 것이라... 내가 다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신랑은 근무시간 내내 바쁘고, 퇴근후에도 나 떄문에 팔자에도 없는 학교 수업을 들어야했다. 그러나 나는 손님이 방문하지 않으면 거의 노는 것과 마찬가지라(나는 공부한다고 끝없이 우겨대지만) 양심적으로 내가 하는게 맞았다............에헴에헴

 

그래도 신랑이 웨딩업체측에 부탁해서 식순+ 큐시트(멘트가 좀 적혀 있었다) 양식을 받아와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신랑은 큰 일을 해주었다. 큐시트 양식은 마음에 들었고, 원래 양식에다가 식전식후 순서 및 소요되는 시간(혼자 작성하면서 멘트 읽으며 소요시간 계산했더랬지...)을 추가해서 나만의 양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걸 디테일 하나하나를 정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창의력은 없지만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 자체는 내가 매우 재미있어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 레크레이션 업체를 알아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직업을 바꾸라는 신랑에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하나둘 맞춰가며 완성한 나의 식순. 

 

식전. 그 위에는 각각 메이크업 및 부케와 화분(밑에 그 이유가 있음 ㅋㅋ) 픽업에 대한 내용이라 잘라냈다.

 

시작 10분 전부터 사회자가 예식 예고 및 식전 안내멘트를 하는 것으로 하고 노래는 오왠의 Picnic으로 정했다. 내가 이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도 있고(한때 팬클럽 가입해서 홍대 공연도 쫓아가고 그랬..) , 공원에서 진행되는 예식이라 정한 점도 있다. 청첩장을 돌리면서 예식에 참석한다기 보다는 주말 휴일에 가족이(아이들이 있는 지인들에게는 꼭 부부가 함께 아이들 데리고 와서 식 끝나고도 놀다 가라고 강조했다) 나들이 나오는 기분으로 와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분위기 어울리는 곡으로 골랐다. 사실 이건 그냥 음악을 틀어 달라고 부탁한 건데, 우리의 성실한 밴드 퍼즐은 이것까지 연습해서 연주했다... ㅡㅜ 원래 섭외할때(?) 말한 금액보다 더 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예식의 두번째 곡은 Ed Sheeran 의 perfect. 보통 이때에 화촉점화로 진행되는데, 우리는 공원 예식이라 불 사용 금지 + 친환경 예식이라 화촉점화 대신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정했다. 이건 우리의 아이디어라기보다 전달받은 큐시트에 있는 항목이라 그대로 차용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그래서 부케를 부탁드린 꽃집에 화분까지 부탁했다. 그냥 화분보다는 꽃화분이 좋을 것 같았고, 꽃은 내가 좋아하는 수국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꽃화분을 2개 해서 양가에 하나씩 선물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도 하나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서 총 3개로 주문했다. 식이 끝나고 결혼을 기념할 수 있는 예쁜 꽃화분. 이건 정말이지 베리 굿 아이디어인 것 같다. 화촉점화대신 화분 물주기는 내 아이디어가 아니지만 3개로 정한 나의 센스는 아주 칭찬받아 마땅.. 크흠. 

 

그런데 수국의 꽃말이 진심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주문 마치고 찾아보니 변덕이.... 진심으로 변덕부리는 나를 잘 나타내는군. 허허허. 

 

꽃집 사장님이 화분 보러 오라고 해서(약국 근처에 있다) 근무중에 총총총 달려갔다. 너무 큰 화분이 와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주문해서 바꿔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화분이 크니깐 꽃도 크고 화사함도 더 커져서 화분이 너무 예쁜 것이 아닌가! 교환없이 이대로 요걸로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2개는 크고 1개는 작았는데,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것들은 크고 우리가 가져가는 것은 작은 것마저 의미가 있어 좋았다. (실제로 사이즈는 따로 언급도 해드리지 않았는데!)

실제로 식에서도 2개는 크고 1개는 작은 것이 예뻤다. 그리고 이것보다 사이즈가 더 작았으면 별로였을 것 같기도 하다. 

 

 

신랑입장곡은 Eye of the tiger, 무려 본인이 스스로 골랐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도 그러면 특이한 것 하겠다며 beautiful girl로 골랐다. 본의아니게둘이개그배틀

신랑신부 맞절 및 혼인서약 낭독, 반지교환에서는 뻔한(?) 음악으로 골랐다. 

 

그리고 서프라이즈가 있었으니 바로 축하 피아노연주. 신랑의 누님의 전공이 피아노라 축하연주를 해준다고 했는데.. 알고 봤더니 신랑이 3개월간 연습한 피아노 연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더 웃긴건 그 곡이 Can't take my eyes off you. 이게 왜 웃기냐면 신랑이 예전에 이 노래 가장 좋아한다고 해서, 식순 및 음악 정할 때 양가부모님 및 내빈께 인사드릴때의 음악으로 내가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식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 음악선정 할 때 신랑이 자기의 최애라는 이유로 내가 골랐는데 싫다고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고. 껄껄껄.

 

축가 1은 신랑의 직장 동료 외국인 남자 선생님이 축가 2는 밴드 퍼즐이..로 되어 있었지만 또 다른 훼이크가 있었다. 바로 밴드가 Blink의 Kiss me를 부르면 중간에 피아노 치시는 여자분이 나와서 보컬의 마이크를 뺏고 나에게로 가지고 와서.. 나는 Sixpence None The Richer 의 Kiss me 를 부르는 것이다. 원래는 기타 연습을 해서 기타치며 노래 부르는 것이 목표였지만 8월 즈음에 포기했고(...) 노래도 내가 귀엽고 깜찍하게 부르는 것을 못하는데다가 이 노래 자체가 기교를 부리는 노래라 안하려고 했는데.. 오라버니가 무조건 해야 재미있다고 해서 식올리기 3일전에 박자 2번 맞춰보고 노래불렀다. 아놔....... 친구들이 동영상 촬영해서 보내줬는데 다 지워버리고 싶다. 

 

그나저나 우리의 이벤트 전에 신랑의 이벤트가 있어서 우리의 이벤트 아이디어를 냈던 오라버니의 당황한 표정을 봐서 너무 웃겼다능.. 식끝나고 오라버니가 이벤트부부라고 장난을 치길래 속고속이는 사이라고 했더니 바람직한 부부관계라고 했다. 응?

 

 

마지막은 명곡 라라랜드의 Another day of sun. 요건 오라버니가 연주하는게 그래서 노래를 틀어줬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쬐금 아쉬웠던건 식 전에 연습실에서 들었던 wedding march 연주는 드럼 소리가 엄청 요란해서 경쾌한? 음악이었는데(근데 내 취향저격함) 실제 본식에서는 으르신들이 신경쓰였는지 드럼없이 연주되었다. (사람들은 그렇게나 긴장한다던데, 나는 웨딩마치 하면서도 드럼 소리 안들리는것까지 분석질...ㅋㅋ)

 

그리고 본식 이후 피로연의 식순도 짜 놓았는데...

 

1. 친구들로부터 축사 2.신랑신부게임 - wedding shoe game 3.하객게임 - Bring me game 순으로 정했는데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본식 끝나고 일단 밥먹는 순간부터 다들 배불러서 집중력이 흩어졌으며..... 본식 끝나고 급 날씨가 추워져서 사람들에게 오래 있으라고 말을 하기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도 2,3번은 결국 해내고(3번 게임에서는 하객들에게 돈봉투를 뿌려대었지..ㅋㅋ) 1번은 나의 친한 고향친구가 준비해온 것만 들었다. 안 울려고 했는데 듣다가 울컷해서 눈물이.. ㅠㅠ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하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은 "매우 불만족"이지만, 청첩장 돌릴 때처럼 일일이 돌아다니며 다시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하객의 입장일 때에는 몰랐는데 예식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축하해주고 와주신 그 모든 분들께 감사와 애정이 솟구쳤다. (이렇게 반사회적인 인간이 사람귀한줄 알아가는 것인가..다 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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