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6
요즘 찍은 사진은 마스크 사진밖에 없다. 변함없는 내인생에 매일같이 바뀌는 것은 매일 입고되는 공적 마스크 밖에 없다. 이 날은 또 25개 벌크포장이다. 나라에서 비닐에다가 붙이라고 저 스티커를 줬지만, 뭐하러 쓰레기를 만드나 싶어서 그냥 비닐에 마스크를 담아서 판매했다. 그러자 이 마스크가 kf94가 맞냐는 질문을 수십번 들었고, 이 날은 출근하자마자 비닐에다가 공적마스크 안내 스티커를 붙였다. 그랬더니 질문이 1번도 생기지 않았다. 포장의 힘이구나.
이상하게 월요일은 마스크 판매속도가 빠르지 않다. 아마도 월요일이라 다들 바빠서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이 바쁘니 내가 덜 바쁘게 되었다. 그래도 정신이 없었지만.
20200317
몇일 연속 여러개가 함께 포장된 제품을 받다가 이렇게 1개 포장된 제품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요청 즉시 마스크를 전달드렸더니 3시도 되기 전에 마스크가 매진되었다. 편하구만. 끝나고 나서는 간만에 상담실에서 혼자 여유롭게 차 마시며 책을 읽었다. 공적마스크 판매 이후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이런날도 있어야지.
20200318
KF80이 들어왔다. 내가 요청해서 온 것도 아닌데 욕은 내가 다 먹었다. 분명 구매전에 K80인데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하시며 현금영수증도 발급되는 시간동안 농도 주고받으시던 아주머니가, 마치 내가 사기라도 친 것마냥 달려와서 왜 80을 줬냐며 마스크를 카운터에 패대기를 치신다. 토끼눈을 하고 설명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지 않으셨냐고 되물었더니 못들었다며 환불해달라고 하신다. 이런 손님이 오늘 10명도 넘었다. 어떤 경우는 아드님이 달려와서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우리 엄마에게 니가 감히 사기를 치다니 하는 기세로 따지며 환불을 요구한다. 밀고 들어와야하는 약국문에 폰트 400으로 공적마스크 KF80 입고(KF80 은 빨간색 밑줄이다)라고 써붙이고, 마스크를 건네기 전에 마스크에 적힌 숫자를 가르키며 오늘은 80으로 왔는데 혹시 불편하시진 않을까요? 라며 되물었는데도 나는 사기꾼이 된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내가 주문하지도 않은 80 마스크를 판매한 것이 죄니깐, 내일부터는 그냥 공적마스크를 받지 않으면 될까? 벌이가 넉넉치 못해서 기부를 못하니 이렇게 마스크 판매하는 일이라도 맡아서 하자 라는 마음으로 공적마스크를 받겠다고 했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대출받아 기부라도 하고 끝내고 싶은 못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버틸수 있었던 것은 나의 대학교 친구가 놀러와주었기 때문이다. 한의원 개원을 앞두고 있어서 눈코뜰새 없이도 바쁘지만, 우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얼굴 보러 와준 친구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가슴에 맺힌 이야기들도 하고, 눈물도 찔끔 흘리고, 그랬더니 기분이 나아졌다. 그 친구는 원래도 인성이 좋았지만, 정말이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사람이 고와지는 것 같다.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은데, 나는 태어나길 못나서 뾰족뾰족 남들을 찔러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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