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픽사 스튜디오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소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픽사 라는 감탄을 내뱉고 극장을 나오게 되었다. 휴일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떨며 극장에 간 것이 보람으로 느껴지게 만들어준 영화 소울은 나의 소울을 감동시켰다. 드롭더비트
주인공 조 가드너는 중학교 밴드부의 시간제 교사지만 재즈 피아니스트로의 열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꿈의 무대로 생각했던 하프 노트에서 도러시아 윌리엄스의 밴드에서 공연을 할 기회를 얻게 된다. 흥분한 조 가드너는 부주의하게 길을 가다가 맨홀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좌충우돌끝에 지구로 내려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영혼 22를 만나 자신의 몸을 되찾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I'm just afraid that if I died today, my life would have amounted to nothing.
영화에서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조 가드너와 22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삶의 목적을 '목표의 달성'이라고 생각하는 조 가드너는 하프 노트에서 연주하기까지의 자신의 삶은 '무의미 meaningless'하다고 표현한다. 그의 삶은 온전히 재즈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 위해 수반되었던 삶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Maybe sky-watching can be my spark, or walking! I’m really good at walking!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에 회의적이었던(그래서 그렇게 긴 시간동안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머물러있던) 22는 조의 몸으로 아주 짧게 인생을 경험하면서 작고 사소한 것에 즐거워한다.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닌 그저 삶을 흥미로운 마음으로 관찰하고 온전히 그 삶에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라 여기는 순수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22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목표지향적인 삶이 아닌, 지구별에 여행온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A spark ins't a soul's purpose.
Spark를 갖지 못해서 지구로 내려갈 준비가 되지 않았던 22, 그리고 그런 그에게 spark를 안겨다 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조. 그 험난한(?) 여정 끝에 조는 마침애 spark는 삶의 목적이 아닌 삶을 즐기고 기꺼이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페퍼로니 피자의 냄새와 맛, 어머니가 쓰다 남긴 실타래, 나무에서 반짝이며 떨어진 단풍나무 잎, 지하철역에서 듣던 즉흥 공연 음악 등 우리가 일상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그 소소함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면 삶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조는 결국 22를 지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I'm going to live every minute of it
재즈의 즉흥성은 인생을 닮았다. 예측불가능하지만, 그 점이 재즈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우리의 인생을 재즈처럼 여길수 있다면, 그 순간에 머무르고 즐길 수 있다면,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지라도 우리 인생은 충분히 즐거우리라.
+
뉴욕 여행때 방문했던 블루노트의 추억이 물씬 났던 애니메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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