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번에 귀여운 짓을 했다. 육아로 몇년간 내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나에게, 1박 2일(이라 쓰지만 시간으로는 24시간 정도 ㅎㅎ) 의 자유부인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시부모님께 두 아이를 부탁드리고, 남편과 나는 호텔에서 주말동안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 남편의 계획이었다.
원래는 조금 아침부터 아이들을 맡기고 영화부터 보러갈 계획이었다. 우리에게 마지막 영화관 방문은 첫째가 태어나기 2일 전인 2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늦은밤 집에서 숨죽이며 TV로 신작영화를 결제해서 보던 우리는 대단한 것이 아닌 소박한 영화관 방문이 하고 싶었지만… 육아를 하는 부모들은 알겠지.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서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예상불가의 허들이 있는지를… ㅎㅎ 결국 영화시작시간 30분전에 시부모님댁에 도착했고, 영화는 그전에 취소했다.
대신에 맥도날드에 들러서 여유있는 점심을 먹었다. 배고프지 않은 남편은 치즈버거 단품, 나는 풍성한 배토디 세트. 두 아이의 시중을 드는 것 없이 온전히 식사를 했더니 이상할 지경이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우리가 평상시 하지 못했던 속깊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집중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구나를 알게되었던 순간이었다.
영화를 보지않아, 체크아웃시간에 딱 맞춰서 호텔에 도착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정말 많았다. 얼마전에 다녀왔던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과 분위기가 비교되었다. 간만에 북적하고 세련된 느낌을 누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비스타 스파룸. 다들 갓난아기를 데리고 호캉스를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매정한 우리는 갓난아기를 떼어놓고 우리만 왔다. 얼마만의 둘만의 시간인지.
저녁에 방문하기로 한 음식점이 있어서 나머지 시간에는 호텔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4층에 위치한 작은 공원인데, 족욕시설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우산을 쓰고 운치있게 족욕을 즐기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그런 운치가 부족했다. ㅎㅎ
테라스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
비가 내려서 나가는 것이 귀찮아진 우리는 카운터에 문의해서 저녁 뷔페에 자리가 있느냐고 문의했다. 원래는 조식 뷔페를 먹으려고 했는데, 호텔에 들어오니 다시 나가기가 너무너무 번거로웠다. 운이 좋게도 1부에 예약이 취소된 자리가 있어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후다닥 예약을 했다. 럭키~~ ㅎㅎ
몇년만에 온 워커힐 더뷔페는 매우 맛있었다. 남편과 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한 흡입을 즐겼다. 생각해보면 호텔 뷔페도 정말정말 오랜만이다.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놓여져 있던 수프. 게살이 들어갔는지 감칠만이 좋았다.
주문하면 가져가주는 커피. 폴바셋 커피이다. 디카페인 아몬드라떼로 주문했는데 정말정말 맛있었다.
야무지게 냉면도 먹고
마지막 디저트까지. 전체적으로 간과 맛이 세지 않음에도 하나같이 음식이 맛있었다. 남편과 매우매우 만족한 식사. 이거 안 먹고 밖에 나가서 먹고 왔으면 후회했을뻔 ㅎㅎ
하지만 배가 너무 불렀던 탓에 객실에서 마시려고 챙겨갔던 와인은 다시 그대로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있던 와인을 산책시켜준셈..
호텔 2층에 라이브러리가 있어서 방문했다가, 둘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해서 1시간 조금 안되게 각자 책을 읽었다. 조금 남아서 나머지 부분 읽으랴고 책 표지를 찍어왔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려고 실내만 가볍게 산책했다. 녀행객으로 북적북적하고, 실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로 낯선 여행지에 온 기분이었다.
객실에서는 무료로 이용가능한 미니바를 즐기며, 집에서 보지 못하는 TV를 마음껏 봤다. 원래는 요즘 둘 다 재미있게 보고 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보고 싶었지만, 호텔 TV에 넷플리스 기능이 없었고 삼성폰으로 미러링만 가능해서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육아와 벗어나 언제 이런 시간들을 가졌나 싶다. 아이들이 없으니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상 간략한 일기. 나이가 드니 사진도 잘 안찍어서
몇장 없지만 그래도 기록을 남겨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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