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매터의 우리 삶이 빛나는 순간들
2014.07.15-2014.10.26 사비나 미술관
소식을 듣고 알게 된 이후로, 조던 매터의 사진전 '우리 삶이 빛나는 순간들'이 보고 싶었다. 계속 시간이 나지 않아 초조(!)해 하다가 휴일을 맞아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나에게 '종로'로 칭해지는 이 일대는 학부시절부터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지역인데, 집도 회사도 강남에 위치해있어서 자주 방문해지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사진전 등등의 핑계를 대야만 겨우 방문하게 된다. 앞으로는 자주 방문해야지.
사비나 미술관이 안국역 1번출구 주변인 것까지만 확인하고 갔다가 한참을 헤매였다. 어려운 길도 아닌데(우체국 왼쪽 작은 길로 올라가면 바로 보인다), 괜히 다른 길로 갔다가, 그 일대를 한바퀴 빙빙 돌았다. 자칭 '네비게이션'인데 귀신에 홀렸는지 이상한 곳만 드나들며, 골목골목을 헤매였다. 그 덕에 이 주변의 예쁜 길을 제대로 구경했기에 기분은 좋았다. :P
우체국 바로 옆에 표지된 안내판. 왜 이것을 보지 못했을꼬.........
표지판을 보면서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자마자 마법같이 나타나는 사비나 미술관.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방문객들이 적어 한산했다. 사진촬영은 1층 안내데스크 맞은편에 위치한 2 작품만 가능하고, 다른 작품들은 촬영이 불가능했다. 사진외에, 조던 매터가 촬영하던 모습이 녹화된 영상도 상영되고 있어서,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아래의 사진들은 조던 매터 사진전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Jordanmattersavina)에서 가져온 전시되고 있는 작품 사진중의 일부이다.
모든 것이 멈춘 순간 Stop Traffic
어느 멋진 날 Fetching
작품 명대로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요?'
실제 촬영 전 일주일전에 약혼을 한 커플의 사진.
발길 닿는 대로 가보는 거야! Just Rollin' Through
공중부양 Floating away
사랑은 뜨거울때 가장 아름답다 Dirty Kiss
폐허속에 핀 꽃이 더욱 아름답다 Ruins
발레단원과 무용수들, 서커스 단원 등과 함께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전체적으로 매우 경쾌함을 가져다준다. 보는 내내 사진작가의 위트에 미소를 짓고, 무기력하고 의미없다고 여겨지는 일상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그 즐거움때문에 미술관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였다.
조던 매터의 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서커스가 매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중 많은 이들이 방랑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지루한 삶을 떠나 활기 넘치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안전한 삶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지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서커스와 곡예사들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이다. 그들은 꿈을 쫓는 삶에 대한 흥분을 상징한다. 성공의 기대감에 대한 도취가 실패의 두령무을 마비시키는 그런 흥분 말이다."
전시장 한켠에 특기재되어 있던 이 말이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는 예술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남들과 다른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익숙한 것이 좋으며,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좇으며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이따금씩 반복적이고 안일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사진전을 찾게 되고, 매년 여행을 꿈꾸며,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소망하게 되는 것 같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이 지루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렇게 말하기에는 현재 생활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찾고 있는 나인데.. 역시 나란 사람은 아직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록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엽서를 샀다. 잠시 뒤 만날 친구에게 처음으로 엽서를 썼다. 그리고 안국역 주변의 동네 구경.
독특한 가게가 많아서 사진 찍는 연습을 하기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 본격적으로 사진연습을 하러 와야겠다 다짐했다. 퇴사하는 그날부터 사진 공부 열심히 할테다...라고 마음 먹고 있는데, 글쎄..
길기다 마주친 에그타르트 가게. 예전에 마카오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의 추억이 떠오르며 하나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마카오의 그 에그타르트와 비교해볼때는 바삭함이 조금 더 부족한 듯했다), 가게 종업원이 너무나 불친절해서 조금 기분이 나빴다.
다리가 아파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카메라를 보며, 렌즈가 몇 mm냐고 물어본다. 말없이 카메라 렌즈를 보여주니, '아~ 24-105구나.. 그럼 77 정도 되는 건가' 라고 말을 한다. 카메라에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서(....) 그냥 웃었다. 내가 말을 안해서 대화가 끊길 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다시 얼마 줬냐고 물어본다.구매한지 조금 되서 얼만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때 당시는 조금 이상한 아저씨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경계를 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담장 너머로 기어나온 꽃들. 무슨 꽃일까 색깔이 곱다.
휴일에 인사동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인파에 질려버렸다. 다신 휴일에 나오지 않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이런 공연도 하고 있었다. 외국인도 많았지만, 내국인들도 꽤 많이 관람하고 있었다. 요즘 갈수록 국악이 좋다. 나이가 들었나보다.
예전 내가 대학생때는 이 곳을 피아노거리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젊음의 거리가 되어 있었다. 조금은 낯설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즐거웠던 종로 나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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