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esta/2012 SA

[남미여행_2012/05/11-12] 38. 라빠스의 mirador, 그리고 데스로드(death load)

by 여름햇살 2013. 5. 7.
반응형






아 오늘 너무 좋은데, 오늘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은 걸까.




이틀 연속의 무리한 파티로 인해(파티걸 돋네 ㅋㅋ), 이 날은 엄청 늦게 일어났다. 늦게 잠들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12시에 일어나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하여간에, 라빠스에서는 처음 해보는 경험들을 많이 해보는 군. ㅎㅎ


바에서 점심과 커피를 시켜놓고 멍때리며 정신을 추스렸다. 과음에 과로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어제 같이 놀던 애들이 다 나같은 시체의 모양새를 하고 하나둘 바에 앉아 커피를 주문한다. ㅋㅋㅋㅋㅋ이심전심이란것이 이런 것이구나. 한참 멍때리구 있었더니 다니엘이 나타난다. 오늘은 제발 파티에 참가하지 말자고 둘다 신신당부를 했다. 내일은 데스로드를 가야 하니깐!


같이 아침을 나누어 먹다가, 다니엘이 꼭 나를 데리고 가야 되는 곳이 있다고 말한다. 어디냐고 했더니 그냥 따라와보면 안단다. 숙소에서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오르막길. 고도가 높은 도시라 그런지 조금만 걸어도 심장이 찢어질것만 같다. 우유니 투어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산증세가 꽤 나타났던 라빠스. 그렇게 1분 걷고 1분 쉬고를 반복하며 거의 30분에 걸처(ㅋㅋㅋ) 목적지인 전망대에 도착. 그리고 나타난 환상적인 전망.


티와나쿠에서 라빠스에서 돌아오던 그때 보던 풍경보다 더 멋있다. 경치에 넋을 잃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감상했다. 그리고 여기에 데려다준 다니엘에게 무한 감사를 전했다. 그랬더니 다니엘이 와인을 사들고 와서 해가 질때까지 여기 이러고 있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워한다. 그의 말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와인 한병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건 다니엘 몰래 찍은 사진. 나중에 헤어지고 난 뒤 메일로 전해줬더니 매우 좋아라했다. ㅋㅋㅋㅋㅋㅋ 나의 선물. 


일몰때까지는 있지 않았지만, 꽤나 오랜시간을 위에 있다가 내려왔다.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건 나만의 비밀, 뿅. ㅎㅎ


그리고 숙소로 다시 돌아온 다음에는, 시내구경에 나섰다. 난 아직도 라빠스 시내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ㅎㅎ 그리하여 시내투어. 광장부터 마녀시장도 들르고. 딱히 유명 관광지가 있지는 않아서 거의 시장투어에 그쳤다. 다니엘은 선글라스를 세개나 구입하고 ㅋㅋㅋㅋ 난 딱히 구입하고 싶은게 없었는데, 다니엘이 털모자를 하나 선물해주었다. 처음 호스텔 바에서 모자를 쓴 내 모습이 너무 귀여웠단다. ㅎㅎ 그가 골라준 모자를 썼는데 그닥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모자를 쓰니 나 암환자같아 보여 라고 했더니 가게 주인과 다니엘이 웃는다. 그러면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꼭 이걸 쓰라고 그런다.  반 강제로 선물받은 모자를 쓰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의 고행(....)을 위하여 저녁에 자중하려고 했으나 매일매일이 흥겨운 분위기의 호스텔이었다.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간단하게 맥주만 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그날의 드레스코드는 Beach였는데, 남자여자들 모두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고 웃고 떠드느라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춥지도 않나 저것들이... 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잠들려 노력했다.


그리고 대망의 날이 밝았다. ㅋㅋㅋㅋㅋ 겁많아서 놀이동산에서 바이킹도 못타는 내가 데스로드를 가는 날. 아으 무셔 ㅎㅎ 자전거를 실은 봉고가 호스텔 앞에 대기해 있었다. 나와 다니엘, 그리고 다른 커플을 태우고 고고씽. 중간 중간에 호스텔에 들러 신청자들을 태우고 산으로 산으로 산으로 향한다. 다쳐도 여행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까지 하고 가게 된 데스로드 ㄷㄷㄷ


처음 도착한 운동장(?) 같은 곳에 차를 세우고 자전거를 하나하나 내렸다. 그리고 옷과 헬멧 장갑과 같은 보호 장비도 늘어 놓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착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자전거를 고른 다음에 주위를 돌면서 자전거 상태를 확인해보고 바로 출발! 첨에는 무서워서 제일 꼴지로 출발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엄청나게 넓은 도로임을 확인하고 미친듯이 속도를 내서 달렸다. ㅎㅎ 이때는 어떤 남자와 둘이서 1,2위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었지..........





사이 좋은 스위스 커플.




1등으로 벤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달리고 있는 나.



다들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모습들 ㅋㅋㅋㅋ







별로 힘들지도 않는데 이렇게 중간중간에 세우고 자전거를 점검한다.









아직 즐거운 나. ㅋㅋㅋ





이렇게 흥겨운 시간은 끝이 나고.





그리고 입구 도착. 여기서 입장료를 내고 아침을 먹게 된다. (입장료는 투어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_ㅠ) 아따까마 간헐천 투어의 아침을 기대했다가 살짝 실망. 빵이나 우큐, 커피 정도는 있었는데 거의다 아침식사에 어울리지 않는 과자였다. 다니엘이 사온 요거트 하나 냠냠. 그리고 다시 미니벤을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벤이 겨우 통과하는 좁은 산길을 따라 가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창밖을 계속 내려다 봤다. 여기 정말 위험한 길인 것 같지 않아? 라고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하니깐, 차에서 친해진 어떤 남자애가 그럼 자전거는 어떻게 타려고 라고 물어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라고 했더니, 여기가 데스로드잖아.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소리를 질렀더니 차에 탄 사람들이 전부 날 쳐다본다. 다들 얼굴에 짖궂은 표정을 띄우며 여기가 데스로드야 몰랐어? 라고 한마디씩 한다. 몰랐다고 나 여기 죽어도 못간다고 취소할꺼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더니 이놈들이 미친듯이 웃기 시작한다. 심지어 벤에서 내리지 않겠다는 나를 억지로 끌어 내리기까지.. 아놔.. 늬들 나 언제 봤다고 이러는겨. 나 바이킹도 못타고, 2층 테라스에만 있어도 고소공포증 느끼는 여자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시작된 데스로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두 번 다시 이런 미친짓은 할 일이 없겠지 라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내 인생 최고의 미친짓 데스로드. 나같이 겁많은 애가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래 사진은 여행사에서 찍어준 사진들!











저 길을 자전거 타고 가다니. 길이 얼마나 좁은지 느껴지는가? ㅜㅜ 자전거 타다가 자칫하면, 벼락으로 나가 떨어지며 그냥 황천길. 커브는 어찌나 많은지 ㅜㅜㅜㅜ



이건 나! ㅋㅋㅋㅋㅋ 울면서 꼴찌로 쫄래쫄래 따라왔다. 속도를 내면 그대로 절벽으로 나가 떨어질 것 같아서 거의 기다 시피해서 달렸다. 그런데도 몇번이나 미끄러질뻔, 우어어.



투어에서 가장 나를 많이 놀리고, 가장 많이 친해졌던 놈.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ㅎㅎㅎㅎㅎㅎ



저길을 가다니, 저길을 가다니.



이건 벼랑이 없는 걸로 보아 거의 마지막.





커브길 너무 많아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직도 사진만 보면, 내 왼쪽에 벼랑이 날 기다릴 것 만 같다.













여기는 벼랑에 비스듬히 난 나무에 기대어 사진을 찍는 포토존인데, 각자 독사진을 찍는데 난 죽어도 못찍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다니엘이 뒤에서 잡아줬다.그덕에 기념사진 한장 찰칵!




















































홀로 외롭게 달리고 있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측은하다.




아 지금 봐도 무섭다........무서워.........





오른쪽 뒤에 쭈구리가 나. 덩치가 작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외국 애들 사이에서는 진짜 꼬맹이다. ㅋㅋㅋㅋ




여자애들도 어찌나 다들 잘 타던지. 장난 아니야. 정말.
















그리고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죽음의 질주를 끝냈다. 유니폼을 벗고 헬멧을 벗는 순간 사람들이 전부다 나에게 기립박수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평생 살면서 이토록 많은 기립박수를 받아보다니. 땀을 꼬질꼬질, 흙먼지를 뒤집어 쓴채로 다시 벤에 올랐다. 벤은 그대로 허접한 리조트 같은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허접한 샤워장, 그리고 야외 풀, 테라스, 뷔페.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 편이었는지,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얼른 샤워를 끝내고 뷔페에서 음식을 담아와 퐁풍흡입. 밥먹는데 남자애들이 어찌나 날 자꾸 놀리는지.. 사실 자기네들도 무서웠는데 나의 넋이 나간 표정때문에 웃겨서 겨우겨우 왔다는 둥, 내가 없었으면 데스로드도 재미없었을 것 같다는 둥......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식사였다. 작작좀 놀려, 이 짖궂은 놈들! 맥주도 한 잔 하고, 좀 휴식을 취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벤에 탑승!




앞이 보이지 않는 수증기. 농담 아니라 진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뒷자석의 유리만 이런 것이 아니라 차량 정면도 이랬다. 이쯤되면 차를 세우고 나이지길 기다려야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속도를 조금 늦추기만 할뿐 변함없이 계속 운전을 하고 간다. 앞뒤로 앉아 다니엘과 나와 함께 수다를 떨던 남자애 하나가 조심스럽게 읊조린다. "This is real death raod!"  그 절실함에 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난 웃음도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다 사실 ㅠㅠ 데스로드에서 겨우 살아 돌아 왔더니, 여기서 죽는건가 라는 생각을 정말 라빠스 시내로 진입할때까지 했다. 엄청 피곤했는데 잠이 싹 달아날 정도였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라빠스. 살면서 이토록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탈진한 상태에서 저녁식사. 그리고 다니엘과 나는 호스텔에서 마지막 파티를 즐겼다. 처음 호스텔 바에서 만난 아침이후 너무 친해져서, 그날 저녁 파티에서 사람들이 둘이 같이 여행하는 사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그때마다 위트있게 나를 자신의 피앙세라고 소개하던 다니엘. 우리둘은 사랑하는 사이인데,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남미로 사랑의 도피여행중이라고 능청스럽게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이 함께 노는 마지막 밤. 다니엘이 장난스럽게 말을 한다. 첫째날 우리는 만나 사랑에 빠져서, 둘째날 스테이크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약혼을 했고, 셋째날 함께 갔던 mirador에서 결혼을 했으며, 넷째날인 오늘 데스로드로 허니문을 떠난 거라고 한다. 그의 끼워맞추기가 은근 말이되서 너무 재미있었다. 여행 중 처음으로 마음 맞은 친구를 만났던 라빠스. 그 도시에서의 마지막 날이 흥겨운 파티와 함께 지나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