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이후로 남미여행기는 한 건도 쓰지 않다니.. 나의 게으름에 반성 또 반성.
아침에 픽업버스가 호텔로 나를 데리러 왔다. 생각해보니, 이 곳의 호텔에서는 진짜 순수하게 잠만자다가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그 와중에 했던 것 같다. 벤의 운전기사는 비몽사몽인 나와 다른 여행자들을 부둣가에 데려다놓았다. 그곳에서 또 다른 인솔자를 따라서 배를 타고 첫 목적지인 갈대섬 플로팅아일랜드에 도착했다. 페루는 관광가이드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이 가이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확실히 가이드가 전문성(?)을 띄고 있었다. 우리 그룹의 가이드는 훌리오라는 이름의 남자 가이드였는데, 영어 발음도 좋고 재치도 있고 성격도 좋은 편이었다.
배를 타고 플로팅 아일랜드로 가는 중.
플로팅 아일랜드는 한 곳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고, 이 구역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갈대로 띄운 섬 하나하나가 모두 플로팅 아일랜드인 셈. 그리고 이 곳의 관광소감부터 말하자면 정말 끔찍한 관광이었다. 지나친 상업화와 원주민의 일상이 동물원의 동물과 다를바 없는 상황부터가 매우 불쾌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려는 악착같은 원주민의 모습에 없던 정마저 떨어져 나갔다. 정말이지, 플로팅아일랜드에 와보는 것 외에는 다른 의의는 없다고 느껴졌던 투어였다.
관광객들이 섬에 도착하면, 둥그렇게 둘러 앉아 플로팅아일랜드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집안에 들어가 구경을 하게 되는데, 사실 구경의 목적보다 물건판매 영업의 시간이다.
플로팅 아일랜드를 지탱하고 있는 갈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록달록 그들의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들은 끝없이 무언가를 만든다. 거의가 카페트, 방석, 쿠션 종류이다.
갈대의 겉을 깎아내면 이런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예민한 사람은 먹고 폭풍설사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에 맛을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쾌하지 않은 물건 판매의 시간.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원하는 관광객은, 원래 타고 왔던 모터배가 아니라 이렇게 생긴 원주민의 배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가격은 10솔이고 15분 정도 탔던 것 같다. 2층에 앉아서 가면, 플로팅 아일랜드의 모습이 잘 보였다.
멀어지는 배를 향해 인사하는 원주민들. 그리고 이런 모습 하나하나 마음에 안드는 나는 정녕 삐뚫어진 마음의 소유자인걸까? ㅠㅠ
관광객들이 우리만 아니었기에, 이렇게 많은 수의 원주민의 배가 호수위를 떠 돌았다. 그리고 기껏 투어비 지불하며 왔는데, 난 계속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두번쨰 도착한 곳에서는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주방기구 관람(?) 및 관광품 판매 말고는 별 것이 없었다. 바로 그 다음 목적지로 이동.
그런데 예기치 못하게 다음 목적지로 가는데 등산을... 고산증상으로 씩씩거리며 일행들을 따라 올라갔다. 그러다가 런던에서 온 콜롬비아인(고향은 콜롬비아인데 런던에서 클럽을 운영중이라고 했다.)을 만나 폭풍 수다를 떨며 점심먹는 장소로 이동을 했다. 이야기 하는 도중에 계속해서 나보고 영어를 왜이렇게 잘하냐고,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 배운거 외에는 어학연수를 가지 않았다고 하니깐 믿을 수 없다며 계속 칭찬을 한다. 4박 5일간 다니엘과 붙어 다니며 하드 트레이닝(?)을 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래서 외국인 친구가 있으면 영어가 쉽게 는다고 하는 구나~ 라는 것도 깨닫고. ㅎㅎ
올라 가면서 바라보는 띠띠까까의 풍경이 참 예쁘다. 그리고 호수라고 믿기지 않은 광활한 넓이.
점심식사를 하는 곳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원주민 아낙 및 소녀들이 이렇게 실을 꼬아 팔찌를 만들고 있다. 나와 말동무를 하고 있던 콜롬비아 남자는 기념으로 각각 하나씩 실팔찌를 샀다. 그런데 여기서 산 것이 조금 헐거웠던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잃어버렸다. ㅜㅜ
섬의 풍경이 전반적으로 참 예쁘다. 태양의 섬과는 또 다른 맛.
통실통실 귀여운 양떼들.
그리고 점심식사. 점심식사의 선택으로는 육류 아니면 생선. 생선으로 골랐더니 뜨루챠를 기름에 구운 것이 나왔다. 수프는 키누아로 된 수프. 둘을 먹으면서 유우니 투어와 꼬빠까바나의 식사가 생각났다. ㅎㅎ
그리고 이동한 곳은 섬의 광장 같은 곳. 매일 정해진 시간에 원주민의 축제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재미도 없었고,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쇼라고 느껴져서 약간의 거부감과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태양의 섬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투어를 끝내고 다시 배에 올랐다. 태양의 섬보다 나은 유일한 점은 배가 좀 커서 배멀미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시 뿌노의 시내로 돌아왔다. 아르마스 광장에 내려줘서 혼자 시내를 구경했다. 전날 보았던 것처럼 뿌노의 메인거리는 정말 정말 정말! 번화가였다. 띠띠까까호수 때문에 관광지가 되어버려서인지 지나치게 상업화적인 모습도 보여서 씁쓸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꼬빠까바나가 더 좋았다. 거리 구경을 하고, 약간의 쇼핑을 즐겼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 백배즐기기에 소개되어 있는 음식점을 찾았는데 없는 곳도 있고, 찾은 곳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덜 번화한 골목 눈에 보이는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갔다.
내가 저녁으로는 첫 손님인 듯. 말이 통하지 않는 동양인 여자가 오자 당황한 기색이 여력해 보이는 주인 아저씨. 하지만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음식은 뜨루챠 세바체와, 홈메이드 버거, 복숭아 쉐이크. 다 먹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꾸역꾸역 주문해서 홈메이드 버거는 결국 테이크 아웃 해갔다. ㅎㅎ 세바체도 정말 정말 맛있었고, 홈메이드 버거도 정말 맛있었다. 매우 독특했던 것이 홈메이드버거 안에 두부가 있었다! 얼마만에 먹는 두부인지. ㅎㅎ 뿌노의 이름 없는 음식점에서 고향의 맛(?)을 느끼게 될 줄이야. ㅋㅋ
호텔 숙소로 향하는 길에 먹게 된 아이스크림. 이탈리아의 레몬 젤라또를 기대했다가..... 피봤다. 이런 맛일 수가. ㅋㅋ 그냥 쓰레기통에 투척. 그리고 호텔에 들러 짐을 찾아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9시 30분 차였는데, 8시가 조금 안 되서 도착했다. 터미널 안에서 어제 나에게 호텔을 안내해주었던 가이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나에게 왜이렇게 일찍 왔냐며 호들갑을 떤다. 휴 ㅋㅋ 술 안먹고는 딱히 할일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아저씨가 날 데리고 가서 Depart tax(1솔)를 내게 하고 스티커를 표에다가 붙여준다.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으면 또 헤맬뻔했네 라는 생각과 함께 고마웠다. 그리고 1시간 30분을 기다려, 버스에 탑승. 뿌노에서 꾸스꼬로 가는 버스안의 화장실은 특이하게도 사용할 수 없게 문을 잠구어 두고 있었다. 유료 화장실에 들렀다가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버스가 얼마나 고속으로 달렸던지,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넉넉히 4시 30분에서 5시 정도에 터미널에 도착하리라 예상했는데, 말도 안되게 새벽 네시도 안되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 버스기사 아저씨는 소싯적에 폭주족이었던걸까. 여하튼, 비몽사몽으로 드디어 꾸스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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