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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사랑의 기초- 한남자, 연인들

by 여름햇살 2016.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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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한 남자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우달임역
출판 : 톨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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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연인들
국내도서
저자 : 정이현
출판 : 톨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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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 그의 글은 언제나 삶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지만 위트가 넘친다. 그의 책은 다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그럼에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다. 이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두 명의 작가가 쓴 책이라길래 냉정과 열정사이 같은 부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달랐다. 사랑에 대한 성찰을 서로의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었다. 그리고 둘 다 모두 마음에 들었다. 원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메모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어찌나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은지, 거의 모든 글을 메모로 남겼다.


"사랑은 간절한 바람,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 어떤 열병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성적 판타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유일무이하게 타당하다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느낌을 뜻했다. 헬렌빌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데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감정은 더욱 특별하고 강렬해졌다."


이 부분을 읽고 공감을 많이 했는데, 왜 우리는(아니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더 많은 호기심을 보이고,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굳이 이성이 아니더라도 가족만 봐도 알 수 있다. 익숙해진 것에 대한 심드렁, 너무나 당연 해서 되려 소홀히 대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열망하는 존재인 걸까.


"딱히 누군가와 사귀고 있지 않은 사람이야 말로 가장 진지한 로맨티스트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그에 응해 줄 구체적인 실체, 어떤 확실한 존재가 없을 때 훨씬 경험하기 쉬운 어떤 감정인 듯 보였다."


"이렇게 벤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특유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 상대에게 전념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관시한 사람을, 미지의 운명 혹은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힘겨움을."


"그리고 직시하게 되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그 사람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연인들의 첫번쨰 기대가 실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 그 사랑은 최대의 시련과 맞닥뜨린다는 사실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는, 왜 그의 글에 이토록 공감을 하는가. 아마도 꼭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많은 간접경험들이 있으니깐. 그리고 실제로도 그 끝이 보였던 그런 경험들이 내게도 있었으니깐..


"이들과 비교하면 부르주아는 낭만적 사랑을 결코 믿지 않을 만큼 먹고 사는 문제에 짓눌려 있지도 않았지만, 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전혀 거리낌 없이 복잡하게 얽혀들마큼 자유롭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정서적 욕구와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야 하는 곤경에 처한 부르주아는 '영원을 서약한 단 한사람에게 합법적으로 투자하여, 그로부터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자 살망하기'라는 빈약한 해법을 찾아냈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랑과 결혼의 개념이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웠다. 결혼을 사랑의 결실이 아닌 부의 축적 혹은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겼던 과거의 개념들도, 노동의 곤욕스러움에 대한 합리화도 흥미로웠다. 


"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가 자본주의로 알고 있는 것은 부르주아가 발명했거나 적어도 그들의 강력한 옹호와 지지 덕분에 발전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낭만적 사랑도 부르주아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관습은 서로 공생관계에 있다. 자본주의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우리는 낭만적 사랑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얼마나 성공하고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생산하는가를 기준으로 존재를 가차없이 심판하는 시스템속에서, 더구나 이처럼 종교를 저버린 시대에 우리의 정신이 버텨낼 수 있으려면 비물질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춘 다른 평가방식이 절실해진다. 그 보루마저 없다면 심판의 위력이 너무나 막강해서 우리의 내면은 붕괴되고 말것이다.

 그러므로 유감스럽게도 사랑에 대한 우리의 낭만적 이상주의에는 사악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낭만적 이상주의는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방어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가치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준엄하게 평가되는 시스템으로부터 해방될 가능성 또한 차단해버린다. 낭만적 이상주의는 부와 사랑이 보다 골고루 아낌없이 분배되는 대안적 방식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만일 경제 시스템을 바꾼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짝을 찾아 헤매고 두려움에 떨며 서로에게 매달릴 필요를 훨씬 적게 느낄 것이다."


"어른의 사랑은 아이일 때 어떻게 사랑받았는지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는지 상상해보는 것이어야 한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를 그럭저럭 계속해나가는 단순한 일 이것이 진짜 용기이며 영웅주의다."


알랭 드 보통의 책도 흥미있게 읽었지만, 정이현 작가의 책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조금은 무미건조한 문체로 현재 한국 젊은이들의 연애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감동이 컸던 것 같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 그녀.


책 읽을때는 감동에 넘쳐 쓸 말이 정말 많았는데, 읽은지 한달이 지났더니 그 감동은 다 사라지고 쓸 말이 남지 않았다. 앞으로는 읽자마자 조금이라도 끄적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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