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랬던가.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말이 생각났다. 가까이에 있던 나의 과거 연애사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징글징글 맞은 부분도 많았는데,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멀리서 타인이 행하고 있으니 너무 재미있어서 문자 그대로 배꼽빠지게 웃다가 넘어갈 지경이었다. 역시 남의 일이면 다 재미있는건가
유별나게 이 영화에 공감이 갔던 것은 상처로 냉랭해진 선영의 모습이었다. 살면서 이런일 저런일 겪어오며 그까짓 전남친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일 따위에는 태연하게 응대하는 내공이 쌓였지만, 인터넷에서 신상털리기와 같은 어마무지한 일을 겪어왔기에 얻을 수 있는 내공이었으리라. 같은 일을 겪어서가 아니라, 그 변화의 결과에 공감이 갔다. 나이를 먹으며 시니컬함이 나날이 더해간다. 좋은 일을 온전히 좋다고 표현하지 못하고 싫은 일을 싫다고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그 이상한 시니컬함이.
영화같이 멋진 러브스토리가 우리네 연애사면 좋으련만, 실제 우리의 연애사는 선영과 재훈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의 합에 더 가깝다. 누군가는 아니라고 우겨대겠지만, 그 것은 1.극소수의 확률로 진짜 아님 그리고 99는 2. 보통의 연애를 구구절절한 러브스토리로 묘사한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이야기는 더 공감이 가고 더 재미있다. 진짜 우리 이야기를 덜 구질구질하고 유쾌하게 해주고 있어서.
러브스토리와는 별개로 선영이 직장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갈등 또한 재미있다.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는 것이, 딱 사랑에 빠진 꼴인 것이, 사랑스러운 배우 공효진덕에 그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기승전공효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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