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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법륜스님의 불교 원전 관련된 책을 제외하면 왠만한 책은 다 봤다. 대부분이 즉문즉설에서 나온 다른 이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법륜스님의 조언에 관한 책이었다. 책 '인간 붓다'는 불교가 생기기 전 인도의 배경부터 불교와 부처님의 이야기였는데, 그 마저도 법륜 스님의 귀로 들으니 즉문즉설의 연장인 듯한 느낌이긴 했지만. ㅎㅎ
법륜 스님의 말에는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사실 법륜 스님과 같은 말은 다른 스님들도 다 하신다. 그럼에도 법륜 스님에게 이끌리는 것은 그 인자한 말투와 듣는이가 웃으면서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재치있는 생각 그리고 본인이 손수 보여주고 있는 삶의 모습 때문이다. 내게 인간적인 존경이 절로 생겨나는 분들 중 한 분이다.
법륜 스님의 말을 외워버릴정도로 책을 많이 읽고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이제는 누군가가 고민을 하면 법륜스님이 이때에는 이런 대답을 했었지 라고 검색가능한 색인(?)도 머리에 새겨졌다. 그럼에도 나는 왜 365일 24시간 훌훌 자유롭게 지내지는 못할까? 결론은 욕망이다. 법륜 스님의 이야기를 닳고 닳도록 듣고 또 외워도 그 내 욕망은 내려지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되려 욕망을 내려 놓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이걸 내려 놓은 뒤의 내 삶의 변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욕망하지 않는 이의 삶을 지금 욕망이 있는 상태의 내가 바라보면 되고 싶지 않은 삶이다. 그러니깐 그 욕망을 내려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럼 그 욕망 때문에 어떨 때에는 가슴 아프고 어떨 때에는 우울하고 어떨때에는 분노하고 어떨때에는 웃고 해야지. 그 욕망을 내려 놓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 덕에 덜 아프고 덜 우울하고 덜 분노하고 더 웃는다. 태생이 욕망을 내려 놓지 못하는 인간이지만(아니 사실 그러기 싫다가 정답이다),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 들이고, 그런 나라서 내 삶에 일어나는 일들을 수용하며 살아야지.
산 정상에서 보면 내가 사는 곳은 점만해 보인다. 그 점만한 곳에서 내가 살고, 그 내 마음 안에 희노애락이 있다. 그 작디 작은 마음으로 겪는 일들이 전체인양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지. 오늘도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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