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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몇년전까지도 소설가가 꿈이었던 나였지만 최근에는 소설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국소설은 더 읽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소설을 읽어야 좀 더 폼이 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허세덕에 나는 소설가는 커녕 문장 하나도 못 쓰는 인간이 되어있다. 그 허세덕에 김연수라는 이름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많이 들어봤는데 단 한 번도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전 내가 매우 좋아하는 교수님이 그의 책을 좋아한다고 수업중에 말을 하셨다. 그러자 이제서야 그에게 관심이 갔다. 저 교수님이 좋아하는 작가라면 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또 이상한 고집에 그의 소설은 읽어보기 싫었다. (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되지 못한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감히 비교대상도 될 수 없으면서) 그래서 그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읽고자 몇권을 검색했고, 한 때 나의 소망이었던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일을 설명해준다는 제목의 책 '소설가의 일'을 찾았다. 완벽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난 김연수'에' 사랑에 빠졌다. 흠, 얼마전에 결혼한 새색시로서 좀 정숙하게 그냥 좋아한다라는 말로 좀 수위를 낮출까?
그의 글은 노골적으로 웃기다. 책을 읽다가 피식하게 웃는 것이 아니라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나를 보며 남편은 뭐가 그렇게 웃기냐며 나를 신기해한다. 내가 가장 감명깊게 웃겼던 부분을 찾아서 읽어줬더니, 남편의 반응은 '웃기긴 한데 나처럼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한다. 아아.. 나의 천생연분은 내 남편이었으나, 나의 유머 코드 천생연분은 내 남편이 아니라 김연수 작가였나보다. 그 사실을 결혼식 일주일 뒤에 알게되다니 이것은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의 글은 사람을 왼쪽방향으로 몰고 가다가 그래도 한 시야에 들어는 오는 오른쪽방향으로 트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하늘로 솟구치게 만든다. 산문이라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한 줄기만을 따라 가야하는 소설과 달리 산문은 분량으로치면 한 페이지마다 반전을 넣어 둘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는 그런다. 참,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한다. 그리고 참 부럽다 쩝.
선배의 말과 달리 소설가가 되는 방법은 인간이 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소설을 쓰는 행위에서 온다고 했지만, 그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말한 선배들의 말과 동일하다. 그가 말한 모든 방법을 다 해내는 사람은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연수 작가는 모르겠지만(아니면 사실 알고 있지만 능구렁이처럼 모르는척 내숭떨고있거나), 그는 본투비 소설가형 '인간'인 듯 하다. 선배들이 말하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해~~'의 그 인간.
그의 산문이 너무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기로 했다. 나만 읽는 것이 아닌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까지 했다. 기대된다. 김연수의 소설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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