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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by 여름햇살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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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국내도서
저자 : 양귀자
출판 : 쓰다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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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다녔던 회사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규모가 어마무지해서 매달 수십권의 도서가 입고되는 그런 화려한 도서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달 꾸준히 도서를 구입했고, 그렇게 70년을 버텨온 덕에(내가 69기 마지막으로 입사를 했으니...) 사내 도서관 치고는 나름 책이 많았다. 외국계처럼 빵빵한 복지가 없었지만, 사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내게는 꽤 매력적인 복지였고, 아마 첫번째 회사를 좋아했던 이유 중 반절은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여하튼 그 도서관에는 표지가 너덜너덜하게 낡아버린  <원미동 사람들>이 있었고, 입사 동기 중 한 명은 그 책을 빌려다 읽고 이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며 내게 추천을 해주었다. 그 이후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정작 이 소설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9년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읽지 않았던 소설을 이번에서야 읽었다. 독서모임만세.


 이 소설은 연작 소설로 각 단편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부천의 원미동의 주민이다. 이 동네로 흘러들어오게 된 이유가 구구절절한 사람 부터 그 곳에 살다보니 삶이 구구절절해진 사람(?)까지 다양한 사회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배경은 80년대라 그 시절에 존재는 했지만 생애 최초 기억도 없는 어린 나이였던 탓에 나는 이 시기를 귀로 전해 들은 걸로만 알고 있을 따름이다. 신혼집을 셋방에서 시작한 부모님이지만, 생애최초기억이 있는 7살때부터는 아파트에 산 덕에 배경적 공감 또한 없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공간인 원미동과 원미동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럼에도 90년대까지는 우리가 정이라고 추억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면서 나는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옆집의 초인종을 눌러볼 일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어릴 적에는 이사를 가면 떡을 해서 집집마다 돌렸다. 어제 이사온 누구에요 .얘는 우리 딸이고 잘 부탁드려요. 어머 우리 아들이랑 동갑이니 등교같이 하면 좋겠네요 등등 의 말도 나누었다. 어른들의 그런 대화가 가식적으로 느껴진적은 없었다. 사리판단도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어려서가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이 실제 그러했기 때문이다. 집에 사람이 없고 문이 잠겨있다면 엄마가 올때까지 옆집에 놀러가서 그 집 냉장고를 축내며 친구랑 노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예전에 유시민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예전에는 아파트 한 동의 식구들 전부가 그 아파트에 있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양육했다.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이 자리잡은 지금에 와서 보면 오지랖인 경우도 많았고, 거기다가 무례한 경우도 많았다. 사이 좋게 지내다가도 말다툼을 하고 사이가 나빠져서 몇달을 꽁하니 웬수처럼 지낸 적도 있었다. 서로의 영역을 너무나도 깊숙히 침범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었다. 문자 그대로 옆집 밥숟가락 개수까지 알던 시절이었다. 아마 지금의 아파트 문화에서 그런다면 그 사람은 그 동네에서 매장 혹은 민사소송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난다. 


 원미동 사람들을 읽으며 각 단편의 주인공들들이 소설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이의 삶을 묘사한 기분이다. 소설 속 캐릭터의 백그라운드와 그 캐릭터의 성격에서 핍진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캐릭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는 캐릭터를 양귀자는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흡입력이 높을 수 박에 없다. 그런 점에서 그의 소설이 몇십년간 지속해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때의 향수를 추억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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