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대주의도 아니고 허세에 찌든 것도 아니다. 가볍게 소비되는 영화가 주로 제작되는데, 중간중간에 있는 웃음코드들이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 대사가 진짜 웃으라는 거야? 라며 어느덧 코미디를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보며 그냥 코메디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이 영화도 영화 포스터만 보고 그저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고 싶지 않았지만 CJ가 배급사이기에 상영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고, 영화가 보고 싶다는 남자친구 때문에 그냥 예매했고, 피곤했던 터라 극장에서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장면과, 의외로 배우 고두심과 박인환의 연기에 몰입되었다. 아마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우리 부모님을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취업에 실패하고 동네 철봉 바보로 불리우는 백수 용남과 부지점장이라는 타이틀은 달고 있지만 알바와 다를바 없는 의주는 흔하디 흔한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이 눈물콧물 쏟으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건물을 뛰어넘고 옥상을 달리고 크레인에 매달려 울부짖는 모습은 불황이라는 재난속에서도 그래도 힘내며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서 그런지 괜히 영화 김씨표류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코메디를 보면서 마음껏 웃을 수 없이 쓴 웃음만 짓고 나오는데 기분이 나쁘진 않다. 독가스가 조금씩 차오르는 그 압박감이 결국에는 해소되어 더 큰 안도감으로 돌아왔는데, 그 느낌이 마치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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