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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책 미하엘 엔데의 모모

by 여름햇살 2019.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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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국내도서
저자 : 미하엘 엔데(Michael Ende) / 한미희역
출판 : 비룡소 199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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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생의 즐거움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제외하면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는 신사의 품격(2012)이었다. 미드는 봤던 것을 또 보고 또 보면서도 이상하게 한국 드라마는 눈이 안갔는데, 식상한 스토리 때문이었다. 그저 예쁘고 날씬하기만한 여주인공, 비현실적인 이야기 등등. 그래서인지 나의 최애 드라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뚱뚱하고 나이 많은 노처녀 김삼순(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의 3주전의 미혼의 나는 김삼순보다 더 나이도 많고 더 뚱뚱했다!!!!)을 주인공인데 아주 당차다. 상대가 돈이 많건 예쁘건 상관하지 않고 할말은 하고 산다. 그녀가 말하는 대사는 모두 현실을 후벼판다. 신데렐라 코스를 타다가 결국 현진헌의 어머님의 반대로 결혼도 하지 못하고 연애만 하고 있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결혼을 했는지 아니면 둘이 연애하다가 헤어졌는지 시청자들은 알 수 없다. 


 여하튼 그런 김삼순에서 언급된 책이 이 '모모'이다. 진헌의 조카로 나오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꼬마 여자 아이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충격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김삼순이 모모의 이야기를 꺼낸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 말만 하는 어른이 되버렸다고. 그 때부터 모모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검색을 해보니 동화라고 나와 별로 오래 걸리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로도 이 드라마를 3번이나 더 보았는데도 2005년 이후로 2019년 까지 단 한 페이지도 펼쳐보지 않았다. 나란 인간도 어떻게 보면 징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 책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집착의 끝판왕 인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예상보다 더 좋았다. 김삼순의 나즈막한 고백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한 진헌의 조카가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등에 올라 어디론가 돌아오는 꿈을 꾸고 난 뒤에 말을 할 수 있는 장면이, 과거에 머물러 있던 정신이 현재로 되돌아 온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도 알게되었으니 말이다. 모모를 읽었더니, 김삼순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작품성으로 상을 받는 소설의 공통점(내기준)이 있다. 기독교를 비유하자면 예수와 같은 마음, 불교에 비유하자면 부처와 같음 마음을 갖는 것을 선善 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에 머무르며 방황하지말고 현재로 돌아오라 이 단순한 이야기를 각각의 상상력으로 꾸며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가 무수한 시대, 그리고 무수한 국가에서 또 생산되고 또 생산되고, 그리고 나올때마다 칭송받고 또 칭송받는 것은 사람들은 항상 그 계율을 잊어버리고 과거 혹은 미래에 마음을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는 이 소설 모모는 내 마음이 과거에 있는지 미래에 있는지 아니면 컴퓨터 게임에 있는지 옆반 반장에게 있는지 잘 모르는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적합한 동화가 아닌가 싶다. 


 동화가 재미있는 점은 '비유와 상징'이다. 그 비유와 상징이 무엇을 뜻하는지 고민해보고 생각하는 것이 동화를 읽는 재미이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고민이 있으면 모모를 찾는다. 온전히 집중해서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는 모모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고민이 해결된다. 그럼 모모는 무엇일까? 차분하고 평온한 심정으로, 그리고 끝까지 관찰하려 하는 '진짜 나'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이고 불교에서는 위빠사나 명상이다. 그런 '진짜 나', '현재의 나'를 잃고 미래의 나에 집중한 사람들은 회색 신사로 변신한 나의 욕망에 빠져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호라 박사는 모모를  시간이 오는 곳으로 안내해주는데 그 곳에서는 매 순간 꽃이 피어나고 진다. 매번 그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단 한번도 같은 꽃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 이전의 꽃이 덜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나중에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새로 피는 꽃은 번번이 먼젓번 꽃들과는 전혀 다르고, 갓 피어난 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모모는 깨닫는다. 항상 현재에만 머무르는 모모는 시간이라는 속성을 알게 되었다. 매순간순간이 아름답다. 즉 우리 인생은 매 순간 아름다움으로 가득차있다는 것을.


 모든 종교에서 이 순간을 묘사한다. 현재에 온전히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때에 발견하는 그 기쁨과 환희 눈부심을. 그 것을 미하엘 엔데는 시간의 꽃으로 표현한다. 매우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비유이다. 동화는 이 아름다운 시간의 꽃들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나는 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수 없다는 것을, 왜냐면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의 꽃이 아니라 반짝반짝이는 황금만 찾길 원한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니깐. 모모를 만나면 잠깐 기뻐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지만 다시 바쁜 생활로 돌아가던 마을 사람들처럼, 이런 책을 읽으며 몇일 마음의 위안을 안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게 우리네 모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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