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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증인

by 여름햇살 2020.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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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국 여행가면서 기내에서 본 영화 증인. 개봉당시 극장에서 보고 싶었으나, 시기를 놓쳐서 보지 못했고, 봐야지 봐야지 하며 잊고 지내다가 결국 지루한 기내에서 킬링타임용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이렇게 열악(?)하게 보게 된 것이 매우 경악스럽다. 다시 봐도 좋을 영화라 제대로 한 번 봐야지. (김향기의 연기에 박수 짝짝)

 

 우리가 인지하는 정보의 90%는 시각에서 온다고 한다. 눈을 감는 행위만으로 우리 뇌는 잠을 자는 것과 동일하게 여길 정도이니, 시각 정보에 우리가 크게 의존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그런데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 우리는 사건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표면만 보게 된다. 그리고 부족하고 잘못된 정보의 수집으로 그릇된 결론을 도출한다.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였다. 영화라는 것은 이런 것이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정도로, 배우와 감독의 기량에 존경을 표한다. 

 

 내 삶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된다. 20대의 나는 어땠을까. 외적인 것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며 꼰대같은 아집을 부리면서도, 타인에게 평가받는 나의 외적인 것에 많이 신경을 쓰고 반대로 타인 또한 평가하려 들었다. 그런 태도는 나의 삶 전반적인 것에 침투하였기에, 아주 사소한 선택을 할 때 조차 영향을 미치곤 했다. 그랬던 인생이 마음이 편했을리 없고, 그런 나와 함께 있어야 하는 주변인들 마음 또한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20대의 나와 인연을 맺었던 그 많은 이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든다. 미성숙하고 치기어린 나 때문에, 그들의 소중한 20대 시기에 생채기가 났겠구나 생각이 든다. 인연이 끊어진 이들에게 다시 연락해서 그때의 나 때문에 미안했다며 찾아가는 오지랖을 떨고 싶지는 않다. 이미 나대로 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불현듯 과거의 일이 생각나고 반나절 혹은 하루, 혹은 일주일간 죄책감에 시달리며 나의 일상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서툰 20대의 내가 만든 업을 치르고 있는 것이겠거니 한다. 대신에 그럼에도 옆에 있어준 이들에게는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되고 싶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20대의 나에게는 아주 단호하게 아니오, 라고 답을 하리라. 대신 지금의 나에게 묻는다면 좋은 사람이고 싶다가 대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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