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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일기

임밍아웃 벌써 임신 6주차

by 여름햇살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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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엄마로써의 삶을 상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단 한번도 바랬던 적은 없었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나의 모난 성격과 책임을 지는 일은 되도록 회피하고 싶은 면이 만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뭔가 얽매이지 않고 항상 자유롭게 살고 싶기도 했고.

 이런 내 속마음을 듣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주변인들만 내가 아이를 가지길 간절히 원했다. (특히 우리 엄마..) 남의 인생에 왜 본인들이 쓸데없이 기대를 하고 난리람? 키워줄것도 아니면서? 라고 시니컬하게 지냈는데,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는 강아자같은 모습의 남편을 볼때마다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 내가 낳으면 너라도 키우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 

 20대 초반부터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는 우리 남편의(아니 도대체 왜...) 바램과 달리 결혼 첫 해에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고, 2년이 다 되어가자 난임병원을 알아보고 예약을 했다. 예약을 했지만서도..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는 것은 하늘의 운명이려니라고 생각을 하는 면도 있었고(뭐 반대로 운명은 스스로가 개척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더 솔직히 말하면 뭔가 번거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정도로 임신이 간절하지도 않았고.

 

 여하튼 인기가 있는 난임병원을 예약을 했었고(예약 전화를 하고 거의 두달 뒤에나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대망의(?) 그 날이 다가왔다. 너무나도 가기 싫은(...) 평상시 사용하지도 않는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했다. 주기가 28-29일로 매우 정확한 스위스시계수준의  나의 생리주기 덕에 테스트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없지만, 그 날이 생리예정일로부터 2일이나(스위스시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늦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2줄. 이게 진짜인가? 주변에 물어보고 신랑에게도 말을 한 다음 병원 예약은 취소했다. (오 땡큐 갓~~)  당장 병원에 가보라는 사람들의 반응과 달리 약국일을 하는 도중 산부인과를 가기가 귀찮았고, 지금 가봤자 초음파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인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 전에 약국에 들렀고, 역시나 병원에서는 아직은 너무 이르니 다음 주에나 오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일주일간 약국을 정리하며 정신없이 지내다가 그 다음 주 목요일에 (신이 난) 남편과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5주가 된 아이는 주수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심장박동을 듣기에는 아직 이른 상태라 7-10일 이후에 다시 방문하라고 했다.  저게 진짜 아이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처럼 와 너무 좋다~~ 이런 기분이 아니라 이게 진짜인가? 실감이 안 나네.. 라는 생각만 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나는 엄마로써 자격이 없는 것일까? 라고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본인도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그랬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주변에서 호들갑떠는 이들보다 더 축하(?)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주말동안 간헐적인 출혈이 좀 있었고, 엄청 무섭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월요일이 되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자궁에 피가 조금 고여 있는데 태반 조각등으로 보인다고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는 의사 선생님의 의견을 들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셔서 머쓱한 느낌이기도 했다. 임신별로~ 라고 했던 나의 평소와 달리 사소한 일에(사실 처음 겪는 일에 사소할 수가 있을까만) 호들갑떨고 무서워했던 스스로가 이상하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의 예측과 달리 5일만의 방문이었지만 아이는 2배로(처음에는 2mm, 이번에는 4mm) 자라났고 심장박동소리도 매우 잘 들렸다. 초음파를 통해 들리는 낯선 심장박동 소리에 저절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른건 또 왜일까.

 

여하튼 애도 멀쩡하고 나도 멀쩡하게 지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나의 계획이 모두다 틀어져버렸지만 이제와서 어쩌랴. 주어진대로의 삶을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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