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까지 숨이 헉헉 차오르게 만드는 살인적인 더위. 크라쿠프에서 지냈던 날 중에 가장 더운 날이었다. 관광이 노역(...)으로 느껴질 정도의 더위, 그냥 앉아서 쉬기로 했다. 론리 플래닛에서 소개하는 크라쿠프에서 가장 맛있는 디저트집에 갔더니 가게가 없어졌다.... 전날부터 자꾸 론리 플래닛이 나를 똥개훈련 시키는 기분이다. -_- 이에 맛집따위 알게 뭐냐며 눈에 보이는 디저트집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쇼케이스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카페. 원래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막상 구경하다보니 알록달록한 디저트가 먹고 싶어졌다. 까짓 것 둘다 시키지 뭐.
자리는 역시나 야외 테이블 자리.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자리였다.
주문하자마자 나온 생과일 파르페. 먹기 전에는 생크림이 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입에서 눈녹듯이 사라지는 생크림의 부드러움과 진한 고소함에 정신을 잃을뻔했다. 역시 고칼로리 음식은 뭐든 맛있다. ㅋㅋㅋㅋ
완전 중심 거리에 위치해 있는 카페라서, 말이 바로 옆을 지나간다. ㅋㅋ
그리고 나온 커피 쉐이크. 달콤한 생크림을 먹다가 커피를 마셨더니 한약맛이 났다. ㅋㅋㅋ
아구아구 먹방중. 먹을때가 가장 행복하다. 빨대가 두개 꽂혀 있는 걸 보니 라빠스에서 만났던 다니엘이 생각났다. 칵테일에 왜 빨대가 두개 꽂혀 있냐고 물었더니, 빨리 많이 마시고 취하라고 두개 꽂아 주는거라고 말했던 그. ㅋㅋㅋㅋ
마법사로 코스프레한 사람 발견. 이 삼복 더위에.... ㅠ_ㅠ 예술하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화이트 커피.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카페라떼가 아닌 화이트 커피라고 칭한다. 뭔가 신선하다.
그리고 드디어 오게 된 시장! 오늘에서야 문이 열렸다.
화사하게 만개한 꽃들. 정말 예쁘다. 처음 보는 꽃들이 많았다.
이렇게, 살림 도구들을 파는 걸 보니 진짜 사람 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ㅋㅋ
그리고 외국에서 시장구경은 뭐니뭐니해도 과일 구경. 어쩜 이리도 탐스러울까?
터질것만 같은 새빨간 토마토. 마트에서 보는 토마토와는 차원이 달랐다.
맘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과일을 조금 샀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곳에서의 상인들은 동양인 여자를 참 신기해한다. '나도 시장이 신기해요! :)'
탐스러운 브로컬리와 컬리플라워.
요렇게 수박도 판매한다. 크, 여름엔 수박이지 암암.
그리고 4일동안 한번도 구경하지 않았던 골목쪽으로 넘어왔다. ATM에서 출금도 하고, 남은 유로도 환전을 마쳤다. 돈을 주섬주섬 챙기다보니 이제 정말 크라쿠프를 떠난다는 것이 실감났다.
앗, 요놈은 카시미에슈에서 만났던 DHL 자동차. 사실 이때 말고도 두세번 더 봤던 상태라 날 미행하는 것은 아닌지 1초 정도 의심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4일 내내 중앙광장의 화려함에 눈이 팔려 있다가, 이제와서야 골목골목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여기까지 크라쿠프 시내의 마지막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또 한번 프리 런치 티켓을 이용하기로 했다!
향긋한 로제와인. 전날 마신 와인만큼 맛이 좋았다.
그리고 다시 주문한 파스타. 그런데 지난 번에 먹었던 그 환상적인 맛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푸짐하고 맛있었다. :)
식사를 마치고, 맡겨 두었던 캐리어를 찾았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북쪽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더위를 피하려고 지하로 이동하다가 길을 잃었다.
기차역 뒤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근처에 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고 했는데, 여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ㅠ_ㅠ 엄마를 찾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한참 헤매다가 여기에 서서 도로를 봤더니, 밑으로 버스들이 지나다닌다. 이 길이 맞구나 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한참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가다가 와이파이를 잡아서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정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나의 빨간 점을 보았다. OMG!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다시 오던 길을 돌아 갔다. 그제서야 버스정류장의 종점으로 추정되는 곳이 보였다.
요렇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버스를 두고 그토록 헤매였다니 ㅠ_ㅠ 더운 날씨에 길을 헤맸더니 뭔가 억울했지만, 머리가 나빠 손발이 고생한 것을 누굴 탓하랴.
버스정류소에는 티켓박스가 없길래 버스에 올라탔다. 유럽의 버스는 버스 안에 티켓박스가 있어서 참 편리하다. 티켓 박스앞에 섰더니, 버스에 타고 있던 어떤 할아버지가 어딜 가냐고 묻는다. 공항을 간다고 했더니, 어떤 버튼을 눌러주면서 이제 돈을 넣으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다니깐 "세울!"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는 사이에 티켓과 함께 잔돈이 나왔다.
티켓과 잔돈을 꺼내 들었더니, 잔돈은 자길 달라고 한다. 그제서야 이 할아버지의 과도한 친절이 이해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능청스러움에 당했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억울하지 않은, 뭔가 유쾌한 상황이었다. 기꺼이 할아버지에게 잔돈을 주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그 할아버지를 구경하고 있는데, 버스에 타는 외국인(모두 동양인이었다)마다 나에게 사용했던 수법으로 동전을 얻어 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아, 정말 대단한 할아버지였다. 그 할아버지는 버스가 출발하고, 첫번째 정거장에서 유유히 하차했다.
크라쿠프 공항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었는데, 차가 많이 막혀서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공항으로는 다음 여행장소인 그단스크로 가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었다. 크라쿠프에서 그단스크로는 저가항공을 이용했는데, 늦게 예매하는 바람에 전혀 저가는 아니었다. (예매 방법을 참고한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bradykinesia/110183213940 바로 여기!) 일찍하면 7만원대로 예매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13만원 정도에 예매를 했다. 거의 2배가 차이 나는 가격...-_-.....흑. 게으름의 가격이다.
그리고 도착한 공항. 국제선 터미널과 국내선 터미널이 따로 위치해 있었는데, 국내선 터미널의 규모는 정말 초라했다. 왠만한 버스터미널보다도 더 규모가 작았다. 8시 비행기인데 터미널에는 4시에 도착했다. 아직 티켓팅은 할 수 없었기에, 무거운 캐리어를 껴안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와이파이도 잡힌다. 쇼팽공항과 달리 무제한 이용 가능한 인심 좋은 와이파이! 일찍 온 탓에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넘치는 시간으로 셀카도 한 장 찍고. 여행의 피로로 짙어진 다크서클.............
입이 심심해서 시장에서 산 과일도 아구아구 먹었다.
처음 보는 과일. 맛은 복숭아 맛이 났다.
맛있는 살구 +_+
그리고 서양배. 우리나라의 배에 비해 단맛이 약하고 신맛이 강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과일인데, 나는 되려 단 맛이 적어서 좋아한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비행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창구가 열렸다. 티켓팅을 하고 간단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하염없이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배가 고파져서 샌드위치를 샀다. (하루종일 처먹기만 하는구만...) 맛은 진짜 없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드디어 탑승.
터미널에서 비행기까지 걸어가는 친환경 시스템. ㅋㅋㅋㅋㅋ
그리고 떠 오른 비행기. 그단스크로 가는 길. 원래 비행기를 타면 창밖 풍경을 거의 보지 않는데, 이번에는 정말 질리도록 봤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풍경이 너무 예뻤다.
비행기에서 주는 간식. 맛이 괜찮았다. 이 맛을 잊지 못해서 출국할때 공항에서 남은 잔돈으로 많이 사먹었다. 크라쿠프에서 그단스크의 공항까지는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그단스크의 공항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로 갔다. 안내판이 없어서(혹은 폴란드어 까막눈이라 못찾아서), 조금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사람들이 캐리어를 들고 뛰어가길래, 옳다거니 하고 따라갔더니 역시나 정류소였다. 역시 사람은 눈치까 빨라야 고생을 덜한다. ㅋㅋㅋ
정류소에서 바라보는 공항의 모습.
그단스크 주변의 버스 및 트램 노선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서, 여행하는데 유용해 보였다. 그래서 참고 하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단스크에는 오래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스폿으로 갈때는 열차를 탔었기에 막상 이용할 일은 없었다.
마지막 주간 버스에 탑승했다. 마지막 주간 버스의 운행이 끝나면, 야간 버스의 운행이 시작되기에 시내로의 이동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단스크 시내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기차역 바로 앞에 버스가 정차한다. 11시가 다되어 매우 어두웠고, 낯설고, 거리가 한산해서 매우 무서웠다. 내가 기억하는 그단스크의 첫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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