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여행_2014/06/10] 18. 그단스크(Gdansk)와 사랑에 빠지다.

전날은 정말이지 무서움에 떨었던 날이었다. 첫째로 호스텔까지 가는 15분 정도의 도보길이 너무나도 어두웠다. 두번째로 그 길에 사람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도에 표시된 호스텔을 찾지 못했다! Midtown hostel이 있는 건물까지는 헤매지 않고 왔는데, 입구가 없다. 번듯하게 간판이 있음에도 출구가 없다. 입구는 돌아서 가야 한다는 듯이 'ㄷ'자 모양의 화살표가 간판에 그러져 있는데, 그 길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길 위에 고양이 시체가 있더라도 밟고 지나가야 하는 골목길(겁이 많아서 어두운 곳에서는 이런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된다). 겁이 많아서 어두운 길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가지 못하는 나. 그 짧은 찰나동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서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모르는 입구까지 더듬더듬 찾아 헤매일 것인가, 아니면 그냥 해뜰때까지 노숙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진심으로! 

그래도 밖에서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입구를 찾자는 생각에 핸드폰 플래시 기능으로 어두운 골목을 비추다가 주차하고 차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까지 질렀다. -_-.... 아놔, 이놈의 겁많음은 어찌해야할까. 상대가 나를 해칠 의향이 전혀 없다(당연히!)는 것을 알게 되고 조금 긴장이 풀려서 침착히 벽면을 플래시로 비추었다. 

그러자 문이 하나 보인다. 이건가 싶어서 열려고 했더니 안 열린다. 초인종을 눌렀다. 바로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겨우 체크인을 했고(일반 가정집같은 곳인 midtown hostel은 24시간 open reception 이었다), 다행히 밖에서 노숙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전날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midtown hostel의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갈때부터 눈치챘어야했는데. 순백의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호스텔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호스텔이라기보다 모델하우스에 가까운 모습들.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에 감동까지 먹었다. 여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이런 느낌의 호스텔의 방문은 처음이었다. 뭐랄까.. 되려 제주도의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의 느낌에 더 가까웠다.

부엌도 매우 정갈했따. 아침이 무료로 제공되는 호스텔. 폴란드를 여행하면서 무료 조식을 제공하는 호스텔은 처음 보았다.

아침부터 아구아구. 저 빵이 진짜 작은 사이즈의 빵이라며...굳이 변명을.........

테이블 옆 팡가에는 이런 아기자기한 화분까지. 아아, 나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평화로운 아침.

그리고 관광에 유용한 광고 및 안내문, 지도 등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어딜 가볼까 구경하고 있었더니, 홍콩에서 온 남자가 말을 걸며 관광코스를 알려준다. 무려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며...ㅋㅋ 역시 호스텔은 이렇게 줏어 듣는게 많아서 참 좋다. 나같이 미리 계획하지도 않고 알아보지도 않는 사람에게 더욱이..........ㅎㅎㅎ

이 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였던 호스텔이 있는 건물의 입구. 낮에 보니 전혀 무섭지 않는데 왜그랬담...ㅠ_ㅠ 겁쟁이.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단스크의 시내 관광 시작. 다른 도시들처럼 그단스크도 도보로 충분히 돌아다닐만한 거리이다. 

미드타운 호스텔 바로 근처의 풍경들. 

그단스크의 main 관광지인 드우가(Dluga)거리로 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건물때문에 혼자 감동 먹었다. 어쩜 이런 건물을 세워놓을 수가 있었던걸까?

잔인한 동상. ㅠ_ㅠ

이렇게 좁고 높은 건물이 특징인 듯 하다.

그단스크에서도 만나는 폴란드의 kiosk, RUCH.

여기는 호박박물관. 그단스크는 호박(먹는것 아닌 보석! ㅎㅎ)이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박물관은 가볍게 패스.

박물관 바로 건너편은 드우가(Dluga)거리의 시작인  Golden gate였고, 이에 이렇게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 것은 amber museum 뒤쪽에 있는 Upland gate.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는 중.

이 쪽길은 차들이 쌩쌩달리는 도로쪽의 길이었다. 왠지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곳에는 뭐가 있나, 되려 반발심(?)이 생겨서 이쪽으로 걸어 보았다. 유명하다고 알려진 길들만 사람들이 찾고, 그렇지 모한 길이 소외 받는 것은 뭔가 공평하지 못한(?) 일이잖아! 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었다. ㅎㅎ 은행과 기타 등등이 있었으며 별거는 없었지만 건물들은 똑같이 예뻤다. :)

그리고 Golden gate. 멀리서도 보이는 시청사의 모습.

그리고 golden gate에는 전쟁 후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져 있었다. 처참하기 그지 없는 그단스크의 모습. 이랬던 곳을 다시 복원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나라는 남대문의 단청하나 조차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폴란드인의 열정이 조금은 부럽고, 그런 열정앞에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리고 golden gate를 지나자마자 마주하게 된 드우가의 거리. 

과장이 아니라 정말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 여행장소는 많고, 내 인생 최고로 꼽는 장소도 있었건만, 드우가 거리에 들어섰을때 쿵 하는 느낌을 받은 곳은 없었다. 현실적이지 않게 다가왔던 거리의 풍경, 게임에서나 볼법한, 나의 상상속의 유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넓지 않은 드우가의 거리를 좁고 높고 그리고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둘러 싸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시청사의 모습이 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 처럼.

드우가 거리에서 바라보는 golden gate.

봐도봐도 현실적이지 않은 풍경.

그단스크에도 여전히 뻐쳐있는 커피헤븐의 마수. ㅋㅋ

어쩜 이런 거리가 있을까, 걸으면서 감탄하고 걸으면서 감동 먹었던 드우가의 거리.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드우가의 감동을 담을 수 없어서 속상했다.

호박이 유명해서인지, 길에서도 이렇게 호박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길에서 판매하는 것은 좀 저렴하려나 하고 가격을 봤는데... 비싸다. 보석은 보석이구나.

하지만 보석보다 더 아름답고, 더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드우가의 풍경. 진짜 너무 좋아서 정신을 못차렸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우가 거리의 한가운데에 있는 시청사. 방문한 요일이 화요일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화요일은 입장료가 없다. 얏호!

고풍스러운 내부. 귀족의 저택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유럽의 시청 중 가장 아름다운 천장을 가진 그단스크의 시청. 바르샤바에서 보았던 로얄 캐슬보다 더 화려하다. 발트 해를 이용한 해상 무역의 발전으로 그단스크는 부유한 도시였다고 한다. 그 부를 이 곳 천장 장식을 통해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넓지는 않지만, 모든 면과 선에서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사용되던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는 시청사.

화려한 은식기들.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평소에도 식기류에 관심이 많아서 오래, 그리고 즐겁게 구경했다. +_+ 나도 저런 은식기 사용하고 싶다.

그리고 전쟁으로 처참해진 그단스크의 예전 모습을 담은 사진. 아직 복원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그단스크. 아직도 놀랍다.

이 곳은 특별한 행사에만 쓰이는 홀인지 공개는 되지 않고 있었다. 그단스크에서는 바르샤바나 크라쿠프보다 더 동양인이 드문지, 사람들이 날 많이 신기해했다. 이 곳 경비 아저씨는 나에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장난도 치며, 동양인인 나를 특히나 신기해했다. ㅋㅋㅋ

드우가에서 독보적인 시청사의 건물. 그리고 푸른 하늘. 넵튠 동상.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날의 광경.

하늘도 정말 좋았다. 어떻게 저런 색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어느 건물 하나 평범하지 않다. 모든 건물이 내가 더 예뻐, 내가 더 독특해 라며 뽐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건물의 색이 알록달록한 것 뿐만 아니라, 건물에 그려진 그림의 디테일 또한 건물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ㅠ_ㅠ 속상해.

잊혀지지 않는 그단스크의 드우가 거리. 이번 폴란드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