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여행_2014/06/10] 20. 그단스크의 거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론리 플래닛을 펼쳐 가장 가까운 맛집을 찾아 보았다. 바로 코앞에 있었던 Czerwone Drzwi. Red door 를 통해 올라 가면, 폴란드식 계절 메뉴등등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고 한다.

어딘지 몰라서 두리번거리다가 주소로 찾아낸 요 집. 

자리는 무조건 야외 테라스 자리. 내가 첫 손님인 것 같다. 빨간 문 대신 나를 반기는 새빨간 꽃들.

에피타이저는 맥주. ㅋㅋ 맥주는 항상 옳다. 암암.

그리고 수프. 바르샤바에서 악몽-_-을 경험했던 그 놈을 다시 주문했다. 분홍색의 비트수프. 대신 따뜻한 것으로 주문했는데 말도 안되게 맛있었다. 아니면 그 이전의 기억이 너무 끔찍해서, 맛있게 느꼈는 것일지도. 여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주문한 피에로기. 이제 쓸데 없는 요리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피에로기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요놈으로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

이번에 주문한 것은 리코타치즈를 속으로 사용한 피에로기. 일단 오일베이스는 여전해서 느끼한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괜찮다, 맥주가 있다), 그래도 맛있었다. 아아, 진작에 피에로기만 먹을껄 ㅋㅋㅋㅋㅋㅋㅋㅋ

식사를 끝내고 다시 시청사로 갔다. 나는 한 번 꽂힌 것에 질릴때까지 다시보고 들쳐보고 집착하는 버릇이 있다. 이날은 드우가 거리근처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볼 수 있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좋은 나, 나는 이날 좀처럼 그단스크의 드우가 거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마린그랜드파더? -_-;; 

시청사 앞에 놓여져 있는 시청사의 모형. 

다시 와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거리의 풍경들. 넋을 놓고 자리에 서서 멍하니 거리를 계속 쳐다봤다. 정말이지 이날 하루는 그단스크의 풍경에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사진만 봐도 얼마나 이 드우가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 사람마냥 계속 여기에 서서 거리 쳐다보고, 건물 쳐다보고, 하늘쳐다보고 사진 한 번찍고 다시 도돌이표 찍고.

푸른 바다가 하늘로 올라간 기분이다.

Green gate 맞은 편으로 건너 가보기로 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건물들. 중심 거리의 분위기랑은 조금 다르다.

폴란드하면 뭐니뭐니해도 그릇. 구경을 하는데 너무 예뻐서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을 뻔 했다. 가격도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저렴했다. 그래도 아직 여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서 무거운 물건+깨지는 물건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ㅜㅜ 눈물을 머금고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내사랑 자기들아.

유리가 아닌 거울이 된 건물. 유리에 반사된 것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리에 반사된 것이라고 하기엔 주변 건물과 비교해봤을때, 너무 거울스러웠다.ㅋㅋ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그단스크 시내. 가운데에는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아마 몇년 뒤에는 더욱 복원된 그단스크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보트들이 늘어서 있는 부둣가. 마르세유의 기억이 강해서일까, 바다만 오면 마르세유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건 뭐지? 아직도 모르겠다.

수제 맥주가 유명한 그단스크 호텔의 레스토랑. 한잔 할까 했는데, 이미 점심때 맥주를 두잔이나 마셔서 다음날 맛보기로 했다.

길가다 만난 빨간색깔의 꽃. 색깔이 참 예쁘다.

확실히 다리 건너 반대편의 건물은 모양이 독특하다. 

반대편에는 딱히 볼만한 것은 없었다. 박물관이 있긴 한데.. 관심 밖이라서 나는 패스했다. 그러고보면 난, 굳이 시간내고 돈들여서 여기까지 와서 이 곳 폴란드에 대해서 친절히 알려주고 있는 박물관은 다 skip하고 있다. ㅋㅋㅋㅋ 그래도 이 것이 나의 여행 스타일 :p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예쁘다. 아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예쁘다니, 난 확실히 그단스크에게 홀라당 빠진 것이 분명하다.

뮤직박스. 어떤 곡이 있나 가서 봤더니, 바르샤바에서 구매했던 곡과 모두 일치한다. 아........ 공장에서 열심히 만들고 있나보구나.

나홀로 보트의 나홀로 선장님.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말을 건다. 독일에서 부인과 친구들과 함께 관광을 오신 할아버지다. 나보고 어느나라에서 왔느냐를 묻고는 어딜 여행중이냐고 물어본다. 폴란드에만 여행을 왔다고 하니깐 조금 놀란다. 몇일이냐고 묻길래 10일 정도요 라고 했더니 더 놀란다. 그러면서 나에게 일본인들을 흉을 본다. 예전에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을 본적이 있었는데, 첫째날에 런던을 셋째날에 파리를, 다섯째날에는 로마를 구경하고 일주일만에 유럽여행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봤다면서. 그러면서 나보고는 특이하다며, 폴란드 어디어디 갔냐며 자꾸 물어본다.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너무 순수해서, 나쁜 사람은 아닌 것은 알았지만 살짝 귀찮았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온 꽃미남 프란체스코도 아니고 왠 할아버지....-_-....(여담으로 난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인기가 많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서양인들도 나이가 많을 수록 동양 여자들을 많이 못봐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노인 공경 하나는 끝내주는 동방예의지국 Korean girl로써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방긋방긋 웃으며 모든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주었으며, 행여나 대화가 끊길시에는 할아버지 일행은 어디에 계세요, 저쪽분들이 자꾸 쳐다보는데 이제 가보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라며 친절하게(?) 질문까지 해주었다.

일행들과 디저트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할아버지는 일행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작별인사를 하고 사라졌으며, 비로소 혼자가 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 24시간이 외롭다고 느끼면서, 막상 이렇게 나를 신기해하며 말걸어주는 사람에게는 막상 정이 가지 않고 지금 당장 떨어졌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 모순적인 감정. 나란 여자 ㅋㅋㅋ

갑자기 누가 뒤에서 날 부른다. 돌아 봤더니 그 독일 할아버지다. 헉 -_-... 다시 왜 오셨어요.... 물었더니 스위쯜을 좋아햐냐고 묻는다. 스위쯜이 머냐고 물었더니 다시 한 번 스위쯜, 스위쯜 이라고 말을 한다. 처음엔 스위스를 좋아하냐고 묻는 줄 알고 스위스요? 스위스를 방문해봤냐구요? 라며 물어봤더니 할아버지가 답답해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요놈을 나에게 내민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스위쯜!" 이라고 말을 한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불량식품같이 생긴 간식거리였다. 멍하니 쳐다봤더니 다시 한 번 "스위쯜!"하면서 하나 꺼내서 나에게 내민다. 입안으로 넣었더니, 달달한 사탕이다. 이제서야 스위쯜이란 것이 'sweets'의 독일 발음이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스위쯜 좋아요! 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먹으라고 그런다. 하나만 먹겠다고 했더니 사양하고 내 손에 기어코 쥐어주고는 일행들을 향해 총총총 사라지신다. 아.. ㅎㅎ 귀여운 독일 할아버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단스크의 중앙 시장 Hala targowa. 시장이 이런 예쁜 건물에 들어서 있다니. 뭔가 신선하다.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여러 상점들이 영업중이었다.

역시 시장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쳐다보고 있으면 우리랑 별다를 것 없는 점도 발견하고, 독특한 점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장을 보는 사람들은 저녁 거리를 구입해가는 것일텐데, 각자 저녁에 어디서 누구랑 뭘 해먹을지 궁금하다. 

탐스러운 산딸기들.

중앙 시장 내부의 모습. 한바퀴 둘러 보았는데 크게 흥미로울 것은 없었다. 그래도 독특한 물건을 보는 쏠쏠한 재미는 있다. 

누구를 위한 꽃들일까.

외관의 모습.

새빨간 산딸기. 먹음직스러워서 하나 사서 공원에 앉아서 먹었다. 시원한 상태도 아닌데 참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