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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3 Korea

[제주여행_2013/10/31-11/01] 1. 협재, 그리고 올레길 14코스

by 여름햇살 201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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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 여행의 거점은 제주 서부인 협재. 딱히 이유는 없고, 가을이라 아침에 일찍 눈을 뜨지 못할 테고, 그렇다면 묶는 내내 일출은 꿈도 못 꿀 것이고, 그렇다면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서부를 구경하려 마음 먹었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보자면, 지난번 방문했던 고내리보다 조금 더 서남쪽으로 내려 가야 하는 협재. 협재 해수욕장은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하니, 바다와 일몰을 실컷 감상하리라 큰 꿈을(?) 안고 고고씽. 


그런데, 바보같이 제주에 도착하고나서야 알았다. 카메라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것을 -_ㅠ 그리하여 이번엔 꾸질꾸질한 아이폰4S로 모든 기념사진을. 흑흑, 그래도 아이폰이라도 있는 것이 어디야.



회사 출장차 오는 것이기에 새벽같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고고씽.



해가 이미 바다 밑으로 꼴깍, 사라진 다음에야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이번에 묶은 곳은 객의 하우스(http://cafe.naver.com/gaghouseinjeju) 내부, 외부 모두 예쁘다. 체크인을 하고, 방을 배정 받자마자 짐을 내팽겨치고 거실에 늘어져있는 빈백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가져온 하루키 책을 읽었다. 거실의 분위기도 충분히 좋았는데, 책의 첫 단편 '풀 사이드'를 읽자마자 커피가 미친듯이 땡긴다. 계속 있을까, 커피숍을 갈까 고민을 하다가 주인분과 눈이 마주쳤다.


거실에 애기들이 뛰놀고 있었는데, 애기들때문에 언짢아 하는 줄 알고 미안해하신다.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조금 늦게까지 하는 커피숍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추천받은 곳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있는 카페 캠피(Camffee). 책을 들고 조용한 협재리 동네길을 걸었다. 가는 길에 커피숍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놓고 막상 도착하니 맥주가 너무너무 땡긴다. 이에 좋아하는 레페 주문.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착하고, 완벽한 캠피. 이에 더할 나위 없는 곳에, 더 완벽한 사장님과 사장님 친구분과 즐거운 술자리. 이분들을 만난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추억이 되었다. :)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업무 때문에 피로했던 몸에 레페를 3병이나 마셨더니, 9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너무 늦게 일어났나? 깨끗하게 비워진 식빵통 ㅠ_ㅠ 그래도 그렇게까지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봤더니 커피도 깨끗! 원두도 있었고, 분쇄된 원두가루도 있었지만 귀찮아서 그냥 믹스커피로 잠을 깨웠다.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니, 어제의 술친구 등장. ㅎㅎㅎ 캠피 사장님과 두분이서 한라산을 가기로 하셨는데,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하루 미루어졌다. ㅎㅎㅎㅎ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협재 해수욕장으로 나왔다. 너무나도 예쁜 색을 가진 협재의 바다. 그 오묘한 빛깔에 이끌린 사람들이 바닷가를 서성이고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올레 14코스를 역주행으로 걷기로 했다. 2009년 이후로 처음 걸어보는 올레길.



올레길을 시작하기 전에 캠피에 들러 커피를 사러 갔다. 전날과 변함없이 훈훈한 포스를 풍기며 앉아 있는 사장님과 친구분. 좋은 하루를 보내라며 인사를 하고, 14코스의 길을 물어보고 올레길 시작.




협재의 어디에서 바라봐도 보이는 비양도. 비양도도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일정이 너무 짧아서 아쉽게도 포기.




협재의 바다가 너무 예뻐서 걷기를 시작 할 수가 없다. ㅎㅎ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바다를 보며, 해안가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이보다 평안할 수가 있을까. 점점 제주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러다 정말 다 떄려치우고 제주로 내려오게 될까 내 자신이 무섭다. ㅎㅎ





에메랄드빛의 투명한 협재의 바다.





그리고 시작한 올레 14코스. 그리고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올레길 표식 리본을 따라 부지런히. 중간 중간에 파란색 화살표와 주황색 화살표가 있는데, 파란색은 정방향, 주황색은 역방향을 의미. 나 같은 경우는 14코스를 거꾸로 가는 것이기에 주황색 화살표를 열심히 따라다녔다. 리본을 보면, 원래 붉은색 화살표였는데 색이 바래져서 주황색이 된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을 동네를 걷다보니, 집집마다 이런 시가 걸려있다. 어른이 쓴 것도 있고 아이가 쓴 것도 있다. 길을 걸으며, 시도 함께 읽는 14코스, 운치 있다.





제주도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수 있는 동네길 걷기. 풍경 구간이 아니라 그런지 걷는 사람들이 나밖에 없다. 한적한 올레길.








반짝 반짝. 정말 보석같이 햇살이 물위에서 반짝인다. 여행만 오면 이러한 자연스런 일상에서 감동을 먹게 된다.




괜히 엄마 생각이 나게 만드는 슬픈 시 한 수.





한적한 올레길. 그리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선인장. 선인장 마을 월령리.






계속 보이는 비양도.



미니 돌탑에 나도 돌을 올리고 소원을 빌었다. 이루어 지겠지?




빙글빙글 끝없이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전날 제주공항에서 읽었던 주간지에 그런 글이 있었다. 우리가 전기를 아끼기 위해 만드는 제품들(전력을 만드는 자전거, 풍력발전기 등등)을 만드는데 사용한 전기만큼, 그 제품들로 전기를 생산 할 수 있을까 라는 종류의 글이었다. 그것을 읽고 난 뒤에 보게 되는 풍력발전기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저 보라색이 그 유명한 백년초 열매!





월령리 자체가 천연기념물인걸까?








그리고 잠깐 딴 생각한 덕분에 14코스를 벗어나고 걷고 있었던 나. ㅋㅋㅋ 한참 걷다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되돌아 갔다. 지친 탓에 해거름전망대 카페에 들러서 갈증과 허기를 달랬다. 14코스동안에는 음식점이나 편의점이 없다. -_ㅠ





주유소 사장님한테도 물어서 천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파워워킹. 그런데 정말 한산하다. 가끔씩 14코스 정방향으로 걸어오는 분들을 몇분씩 만나긴 했지만, 거의 항상 길위에는 나 혼자였다. 조금은 무섭기도 한 14코스. 





밭이 중간중간에 있던 터라 몇번 길을 헤맸다. 그럴때마다 올레길 표식이 어찌나 고맙던지.





스프링쿨러가 돌면서 작물에 물을 주고 있었다. 비닐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꼭 빗소리 같았다. 갈증이 해소되는 시원한 물소리.








14코스에는 감귤 과수원이 많다. 탐스런 감귤들. 그런데 길바닥에 귤껍질들이 정말 많다. 과수원 주인들이 먹고 길에다 버렸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허락 없이 따 먹은 것 같은데.. 정말 보기 좋지 않았다. 따 먹는 이는 한 개를 먹을 뿐이지만, 과수원 주인에게는 그것이 한박스가 되고, 10박스가 될텐데. 





덩굴째 나뒹굴고 있는 호박들. ㅎㅎㅎㅎㅎ




그리고 길가면서 여러번 만난 이 조그마한 동글동글한 열매. 씨 형태를 보니 박같은데 도대체 뭐지?????????



한림읍의 안내가 너무 예쁘다. 꽃과 새와 사람이 모두 함께 사는.




스멀스멀 해가 넘어 가는 중. 아직 오후 4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해가 지려고 한다. 제주의 가을엔 해가 빨리 지는 걸까?





억새들. 예쁘다. 



길가다 말로만 듣던 나눔허브발견. 직업병인가, 괜히 건물 사진을 찍게 된다.







얏호 드디어 종료. 드디어 문명의 모습(?)들이 나타났다. 너무나도 기쁜 내가 제일 먼저 찾은 것은 편의점.




시원한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버스를 타고 가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질 것 같아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그리고 지난 4월에 처음 먹어 보았던 올레꿀빵.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로 당이 들어오니 정말 꿀맛이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봤더니, 1시간 넘게 기다려야 다음 버스가 온다. 할일도 없고, 어슬러 어슬렁 동네 구경 시작.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올레길을 완주하였다는 표식으로 스탬프를 찍는다고 하더니, 드디어 처음 그 존재를 발견했다. ㅎㅎㅎㅎㅎ 올레길을 걸으며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 할 것 같다.



돌아 다니다 보니 요런 안내판 발견. 지금이 올레걷기축제 기간인가 보다.




달달한 걸 먹었는데도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역시 운동을 한 뒤에는 탄수화물이 미친듯이 땡긴다. 어슬렁거리다가 분식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김밥 재료가 다 떨어졌다며 미안해 하는 아주머니에게 다시 라면을 주문했다. 평상시 밖에서 분식집에 갈일이 있어도 라면을 주문하지 않아서 밖에서 돈을 내고 사먹는 라면이 정말 간만인 것 같다. 그리고 남이 끓여다 주는 봉지 라면은 언제 먹어봤을까... 생각해 보는데 6~7년은 된 것 같다. 아마도 대학생때 방학때 집에서 밍기적 거리고 있을때 엄마가 한 번쯤은 끓여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원래 라면 가격이 이런가? 2500원으로 엄청 저렴하다. 거기에 달걀까지 넣고, 이러면 가게가 유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라면 한 그릇 먹으며 별의별 생각을 다하는 나. ㅎㅎㅎㅎ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게스트 하우스를 조금 어슬렁 거렸다. 그리고 너무나도 맛있는 커피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방문한 캠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크레마.




그리고 또 즉흥적으로 시작된 와인파티타임.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 너무나도 좋은 대화들. 요즘 인생과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중이었는데, 조금은 그 고민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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