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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13 Korea

[제주여행_2013/11/02-03] 2. 사려니 숲길 산책

by 여름햇살 201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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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한 잔 했는데도 깊이 잠들지 못했다.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 버렸다. 4시까지 뒤척이다가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책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다들 잠든 조용한 객의 하우스 거실. 시끌벅적한 모습만 보다가, 아무도 없을때 오니 낯설다. 스탠드를 하나 켜서 하루키의 책을 읽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하루키는 내스타일이 아니구나 하며 한번도 하루키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친구가 빌려준 하루키의 단편은 너무 내스타일이다. 하루키의 재발견, 서울로 돌아가면 하루키의 다른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데 나의 술친구, 그리고 룸메 분이 일어나셨다. 오늘은 드디어 한라산에 가시는구나 ㅎㅎ 인사를 하고 책음 좀 더 읽다가, 6시쯤에 다시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다.


눈을 뜨니 8시, 부엌으로 기어나와 토스트에 치즈, 달걀 후라이를 올려 아구아구 먹어 치웠다. 이 날은 캠피 사장님에게 추천받은 사려니 숲길을 가기로 한 날. 금오름과 사려니숲길 두 곳을 추천해 주었는데, 차가 없는 나는 사려니숲길 한 곳만 가기로 했다. 이동시간을 계산해 보니, 두 곳을 가려면 6시쯤에는 하루 일정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는 객의 하우스. 건물이 참 독특하고 예쁘다.






사려니숲길을 가기전에 협재 해수욕장에서 다시 바다를 보았다. 어제와는 또 다른 느낌의 바다. 하지만 아름다운 빛깔만은 여전하다.


제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번영로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물찻오름 정류소에 내렸다. 그럼 사려니숲길의 입구에 갈 수 있게 되는데, 사람이 많다. 어제의 아픈 추억(?)으로 인해 물을 사려고 했는데 꿀빵과 옥수수 같은 간식거리만 판매하고 물을 판매하지 않는다. ㅠ_ㅠ 어딜가나 물은 기본인데, 멍청한 나.






너무나 예쁜 사려니숲길. 처음에는 사람이 많아 쾌적한 산책길은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이 없어진다. 빨리 걷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사려니숲이 사람들을 잡아 먹는건가? ㅎㅎㅎㅎㅎ






다른 계절일때의 사려니숲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가을의 사려니숲은 정말이지 예쁜 것 같다. 단풍과 녹음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의 사려니숲.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예쁜 사려니숲길의 모습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금오름을 오르지 못하는 대신 물찻오름을 오를까 했더니 내년까지 출입통제를 한다. 아쉽긴 하지만, 물찻오름의 자연이 빨리 복원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곧게 뻗은 삼나무.




'ㄴ' 모양으로 자라난 신기한 나무. ㅎㅎ




길을 걸으며, 땀에 쩐 머리를 올려묶고 인증샷 셀카 한 컷. ㅋㅋㅋㅋ





2시간 30분 정도 걸어 사려니숲길 완료. 원래는 사려니오름을 가면 코스가 좀 더 길어지는데, 막상 오름을 갈 수 있는 사려니오름 입구에 다다르니, 너무 피곤해서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실 이날은 별로 힘들 것이 없었는데, 지난 이틀간의 피로가 누적되어 눈이 저절로 감기는 몸 상태. ㅠ_ㅠ 나의 저질 체력. 이래가지고 무슨 나이키위런 마라톤을 뛰겠다고 흑흑.



출구에서는 트럭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옥수수가 맛있어 보여 주문했더니, 아주머니가 손을 내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저렇게 비닐을 씌워주시더니 나보고 먹고 싶은 옥수수를 고르라고 한다. ㅎㅎㅎ 냠냠, 옥수수를 먹으며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협재리. 샤워를 하고 캠피로 가서 캠피의 인기메뉴 레몬커피를 주문했다. 가게에는, 한라산 등반을 간 사장님 대신, 사장님 친구분이 홀로 가게를 보고 계신다. ㅎㅎ 맛있고 달달한 레몬커피를 쪽쪽빨며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유명한 협재의 일몰을 느긋하게 구경하는 타임. 객의하우스 거실에서도 일몰을 구경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이 날은 콘서트 준비로 거실이 분주해보여서, 그리고 혼자 일몰을 구경하고 싶어서 굳이 바다로 나왔다. 물론 레몬커피가 먹고 싶기도 했고. ㅎㅎㅎㅎ




그리고 아이폰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은 사진....................................... 카메라 가지고 올껄 엉엉. 아이폰이 날 웃기고 울리네.







바다 밑으로 쏙 사라져 버린 해. 그리고 사진으로는 전혀 표현되지 않은 너무 아름다운 저녁 무렵의 협재리는 내 마음속에만 쏘옥 담아 왔다.



저녁 노을에 물든 객의 하우스 건물.



그리고 진행중인 밴드 그릇의 콘서트. 음악이 흥겹고 좋다. 나도 다시 기타를 배워볼까?





그리고 한가득 먹을거리들과 시작된 뒷풀이시간. 하지만 제일 맛있었던 것은 크림떡볶이 +_+ 너무 맛있어서 두그릇을 먹는 바람에 위장폭발로 숨쉬기가 어려웠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한라산 등반을 끝내고 온 두분이 기진맥진해 있는 것을 발견. 관음사코스로 오르내린 두 분은 지금 당장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ㅎㅎㅎ 이렇게 피곤할때는 술을 마셔 줘야 된다며 가볍게 딱 와인 한 잔. 


먹은 것을 소화도 시킬겸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니 다시 술이 땡긴다. 딱 맥주 한캔만 해야지 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서, 방파제 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맥주는 맛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두모금 마시다가 말았다. 밴드 그릇에 버금가는 콘서트를 열고 있는 협재의 파도소리.






그리고 마지막날 아침, 협재리의 풍경. 언제나처럼 아쉬운 마음 한가득. 특이하게도 평상시도 악몽을 잘 꾸지 않고, 더군다나 집이 아닌 곳에서는 더욱 악몽을 꾸지 않는데, 마지막 날 악몽을 꿨다. 이상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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