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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이 너무 인상적이라 무라키마 하루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를 소설가로 만든 첫 작품이 궁금했다. 기대가 컸는지 약간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남들이 말하는 하루키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사실 나는 그런 것을 느끼는 감수성은 제로인 듯 하다) 그의 소설이 나의 20대를 환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허세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나의 20대를 묻는다면 나는 하루키가 이 책에서 묘사하는 것 처럼 묘사할 것이다.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일들을 얕지도 깊지도 않은 감정의 깊이로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며 서술하게 될 것이다.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에 내가 관찰하는 세상은 안개가 끼인 것처럼 모호했으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패기롭고 당차게 나서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듯 살았다. 지금의 나에게 그때의 나는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 어릴적 가정 환경 때문인지, 혹은 시대 분위기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 때문이었는지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묻는다면 일기처럼 내 과거의 어느 시점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묘사로 갈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나의 20대를 떠 올려보며 하루키의 첫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을 완성했을때의 하루키가 나보다 어려서인지, 내가 이미 지나온 감정들이 느껴져서 어떤 면에서는 귀엽고 어떤 면에서는 아련하다. 이 소설을 읽으니 뜬금없이 글이 쓰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중학생때부터 나의 꿈은 작가,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소설가였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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