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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친절한 감상자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by 여름햇살 2019.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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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된 애니메이션, 그래서 영상미가 독특하다. 무섭거나 기괴한 분위기가 흐르는 영상을 좋아하지 않아서 결론적으로 영화자체는 내게 그저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전체관람가 등급치고 너무 무서운거 아닌가 싶다(...) 부모님께 투정하면 안 된다 라는 교훈적인 이야기와 호러 장르를 결합했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같이 겁많은 아이가 어렸을 적에 봤으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실례로 내가 7살때쯤인가 티비에서 영화 비틀주스를 한 적이 있다. 비틀주스라는 만화영화를 봤던 적이 있었던 나는 그것도 만화인줄 알고 밤에 기다렸다가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변기에서 괴물같은 것이 올라오는 장면을 보고 식겁한 이후로는, 지금도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있을때 종종 그 장면을 생각하며 무서워한다. 이건 겁이 너무 많은 특수한 케이스라고 치부하겠지만, 나같은 겁쟁이는 생각보다 많을지 모른다.

비밀의 문으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상상은 누구나가 한 번쯤은 하는데, 그런 흔한 상상이라 관객을 조금 더 몰입시킨다. 가짜 엄마 아빠의 단추 눈(써클렌즈 귀신이 생각나는건 왜인가..)이 섬뜩해서 그렇지 소재는 재밌다. 그래서 내용의 호불호를 떠나서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매끄럽게 흘러간다. 무서워서 그만보고 싶을지언정 지루해서 그만 보고 싶지는 않다. 요걸 보며  으스스하지만 그 뒤가 궁금한 이 맛 때문에 사람들이 호러영화를 즐기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뭐랄까, 상자가 궁금했던 판도라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나의 어렸을 적을 회상해보면 항상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후레쉬맨, 바이오맨, 마스크맨등등(많이도 빌려봣다..)의 전대물은 물론이거니와 즐겁게 봤던 만화는 모두 항상 환상의 세계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면 코렐라인처럼 현실을 지루해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본다. 그때는 자기를 돌아보거나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줄 몰라서 이유는 알 수 없이 그냥 나는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아이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지금에서야 나는 내가 현실에서 지루함을 느끼면면 과거의 일 혹은 현재에 일어나지 않은 다른 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그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니깐 어렸을 적의 만화영화가 지금은 내 머리속의 공상이 된 것이다. 머리속 공상은 만화영화와 달리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코렐라인이 가짜 세계에서 즐거움을 얻었지만 결국 그 곳은 실제로는 나를 나로써 존재할 수 없는 위험한 공간이었듯이, 시도때도 없는 공상 또한 현재의 나로 존재하게 할 수 없는 위험한 행동이다. 현실이 지루하건 힘들건 그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을 때에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떠 올리거나 앞으로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미래를 계속해서 떠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현재의 나를 잃어버리는 것, 영화 코렐라인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진공포는 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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