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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도 맑음

2019년 4월 3째주

by 여름햇살 201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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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지한 일주일이 지나갔다. 회사 다닐때도 바빴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매일 블로그에 하루하루의 기록을 남길수는 있었는데, 쎄오가 되고 나니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오마이갓. 쎄오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

​월요일에 주변 가게 분들과 나눠 먹은 케이크. 투썸은 정말이지 케잌이 훌륭하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첫 손님(?)이 와서 목감기 약을 찾으셨지만 과립제로 담아 줄 봉투도 없고, 캡슐 포장으로 되어 있는 아이들은 약이 아직 입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근처 약국에 가서 은교산으로 사서 드시면 된다고 내쫓(?)았다. 뭐 이런 약국이 다 있나 싶었을 것 같다.  죄송해서 이거 원..

​그리고 첫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풍경. 좀 걷고 싶어서 한정거장 먼저 내려서 집까지 걸어갔다.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미세하게 증가하는 요통 + 다리의 부종 때문이었다. 몸은 고되었지만 너무나 즐거웠다.

​화요일에는 간만에 집 뒤 관악산으로 산책을 갔다. 항상 가던 코스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관음사까지만 걸어갔다가(왕복 10분) 다시 돌아왔다. 간만에 왔더니 다시 저질체력이 되어 힘들기도 했고, 약국에 산재되어 있는 할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냥 할 일을 해치우고 속이 편한 것이 낫지.

​CCTV를 설치했다. 카운터 쪽과 안 쪽 상담실에 총 2개를 설치했다. 든든한(?) 나의 카메라여. 어플에 접속하면 실시간 현황을 볼 수 있는데 1초 정도 느린 것 같았다. 움직이면서 핸드폰 화면의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는 것은 꾸르잼이었다.(이러고 노니 바쁜 것이었나...)

​약봉투와 약포지가 드디어 왔다. 문구나 문양등을 변경하려면 동판제작으로 추가 비용이 들길래 그냥 기본으로 되어 있는 옵션을 선택했다. 대신 내 기준에 조금 산만(?) 한 기분이라 색을 회색으로 선택했더니 깔끔하고 좋았다. 


저녁 학교 수업 전에는 요가심신테라피스트와의 두번째 치료세션을 가졌고, 나는 힘을 주는 동작보다 스트레칭되는 즉 이완시키는 동작이 더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또 확인했다. 물렁지방살을 가지고 있는 나는 항상 근육과 근력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은 유연함이었다. 스트레스 상황으로 몸에 긴장이 가중되어 굳어 있는 듯했다. 취침전후로 꼬박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이자며 또 이렇게 다짐하는데, 막상 잘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짐하면 3일은 가니, 3일마다 작심하는 수 밖에. ㅎㅎ

​수요일은 하루 종일 수업이 있는 날. 수업 가기 전에 분식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또 분식으로 때웠다. 나의 회계가 분식으로 채워지고 있으니 이런게 바로 분식회계인가.. 쿨럭. (남자친구가 친구 없어진다고 아재개그 하지 말랬는데..)


목요일에는 정리 도중 진짜 첫 손님(?)이 오셨다. 금요일부터 오픈할 생각이라 돈도 바꿔놓지 않은 상태로 손님이 오셔서 당황해했다. 황급히 옆 가게로 오만원권을 만원권으로 바꿔와서 거슬러드렸다. 이렇게 나의 첫 매출! ㅎㅎ 


입고약 확인 & 인벤토리 로그 업데이트 & 정리를 모두 마친 뒤 약국문을 닫고 바로 은행으로 달려갔다. 현금을 바꿨더니 마음이 든든했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으로 먹은 참치김밥. 맛이 좋았다. 

​그리고 나의 첫 쌍화탕. 생강이 신선한지 생강맛이 유독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내스타일이었다. 역시 주인취향 따라 가는 것인가. 요걸 달인다고 나는 밤 11시에 약국문을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금요일. 옆가게 아주머니의 조언으로 개업떡을 돌리기로 했다. 떡을 돌려야 되지 않겠냐는 엄마의 말에는 촌스럽게 그런걸 누가 하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짜증스럽게 대꾸했는데, 옆가게 아주머니가 해야 된다고 하시자마자 떡집으로 달려가 주문을 했다. 나는 이렇게 또 불효녀짓을 하는구나..........흑흑

​최소 한 말은 해야 할것이라고 알려주시는 아주머니의 조언을 참고삼아 한말반을 했다.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것이 낫겠다는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 가게 뿐만 아니라 지나가시는 분들 모두에게 드리고 나니 딱 시루떡 2장이 남았다. 

​건물주인 아주머니의 선물인 휴지. ㅎㅎ 통크시구만!

​친구의 깜찍한 핑크 핑크 소화기. 이런 센스를 보았나!


 발신인이 없어서 도대체 누구냐고 동네방네 수소문을 했더랬지..ㅠㅠ

​돈들어온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선물해준 고향친구. 심심한 상담실에 딱 어울린다. 

​개업떡 돌리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전날의 무리와 떡 돌리며 인사하는 것이 고되어 칼같이 7시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꽃나무가 너무 예뻐서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전화가 오면 받지 못하는 일이 없는데, 남자친구의 전화가 온지도 모를 정도로 기절해서 잠에 빠졌었다.


토요일에는 동기들이 방문을 해주었다. 가끔 가서 일을 해주고 있는 언니들은 개업선물은 역시 돈이라며 봉투에 돈을 넣어 주셨다. 황송해서 몸둘바를 몰랐다는... ㅎㅎ 언니들과 동생(우리 과의 특성상 동기들의 나이는 심하면 20살이 넘게 차이가 난다, 동갑내기가 잘 없다는 ㅋㅋ), 그리고 언니 한 명의 남편과 두 공주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약국으로 돌아와 커피와 케이크를 즐겼다. 이들과 함께 먹으려고 전날 대출상담사분이 들러서 케잌을 선물로 주고 가셨던 것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저녁 여섯시까지했다. 역시 우리는 이제 수다쟁이 아줌마들인가보다. 

고향 친구의 선물. 매우 독특한 나무, 그리고 우리 약국과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고마운 마음에 전화를 했다가 우리는 한시간 반 정도 통화를 했고.. 나의 수다력은 도대체 언제까지란 말인가. 


이렇게 정신없는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고, 그리고 폭풍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지금 남의 약국에 일을 하러 나왔닫는 것 또한 믿기지가 않는다.(......) 거기다가 다가오는 수요일에 중간고사가 있다는 것 또한 믿기지가 않고, 이렇게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4월이 끝나간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는다. 


이렇게 투덜거리지만 사실 너무너무 재미있다. 회사를 다닐 적의 야근을 위해 사무실에 있을 때에는 그 곳이 감옥처럼 느껴졌지만, 내 일을 위해 밤 11시까지 있는 것은 일이 아닌 놀이로 느껴진다. 몸은 힘들지만 일 자체는 너무너무 재미있다. 내가 상상만 하던 꿈을 실현해서 그런 것 같다. 회사일처럼 소모되는 바쁨이 아닌 뭔가 축적되고 연륜과 경력으로 될 수 있는 경험을 쌓아가고 그 와중에 관심분야를 공부하는 생활을 보내는 삶이 나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요 몇일간의 삶은 정확히 내가 바라고 바라던 삶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몸은 바쁘고 고되었지만 매우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것도 안다. 끊임없이 숨이 들어오고 나가듯이 행복이란 것도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하며 변화한다는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 분명 나는 또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위기또한 겪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란 그러한 것 뒤에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니, 행복을 피우기 위해 많은 실패와 좌절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위기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가 없는 사람이 될까봐 무섭다. 부지런히 배우고 겸허한 마음가짐을 가지며 살아야된다고 다시 한 번 되뇌이며 일주일을 계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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