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고 난 뒤에 정말 간만에 늦잠을 잤다. 아마도 이제 나의 오랜 여행이 끝나간다는 생각에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호스텔의 로비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체크인을 하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눌러 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ㅠ_ㅠ
마지막 날은 리마의 미라플로레스를 구경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좀 오래가야 하는 거리인데 용감하게 혼자 버스 탑승하기를 시도했다. 미친듯이 오고가는 버스들. 몇번이나 버스를 놓친 다음에야 겨우 버스에 탑승했다. 리마의 버스 운전 기사분들은 성격이 급하시구나........
수도답게 어딜 가나 차가 많다. 길거리와 공원을 걸어 다니며 구경을 하는데... 그냥 일반적인 도시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좀 낡긴 해도 구경거리는 확실히 숙소 근처의 구시가지가 더 풍부하다.
그리고 점심은 그 지역의 세비체 맛집. 현지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집이라고 한다. 역시나 엄청난 양으로 나를 압도하는 세비체. 이것은 명백하게 1인분이 아닌 2인분이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 음식점의 세비체는 전날 먹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있다! 정말 한입 먹고 깜짝 놀란 세비체. 괜히 현지인들의 맛집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날 문어에 제대로 맛 들려서 문어 매니아가 되었다. 그전에는 허구헌날 제사상에 올라와도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나가다 근처에서 대형 마트를 발견하고 구경하다가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 구매. 이 곳은 잘사는 동네라고 하더니, 마트가 우리나라 백화점 지하의 푸드코트처럼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앗 맥도날드 발견.
그리고 구경한 기념품가게들. 딱히 살만한 것들은 없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용으로 꼬까티를 샀다. 원래는 미라플로레스 근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 날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구름이 잔뜩 끼어서 해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포기했다. 좀 더 버티면 구름이 갤 줄 알았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꿈쩍도 하지 않는 구름을 보고 포기했다.
결국은 다시 구시가지로 이동. 되돌아올때는 버스가 아닌 벤을 탔다. 정류장에서 쭈볏쭈볏 서 있었더니, 거의 납치(?)하다 시피 기사님이 날 벤에 태우고 출발했다. 불안해 하는 날 자기 옆자리에 앉히고 웃으면서 이것저것 도시의 군데군데를 설명(해줬다고 생각했다...)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해보였다. ㅎㅎ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천막을 친 상점에서 칵테일바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한잔 주문했다. 삐스꼬 사워. 으~ 역시나 독하다. 그렇게 거리 구경을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가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쯤에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차가 막혀서 꽤 오래 걸렸다. 만약에라도 다음번에 리마에 오게 된다면 퇴근시간은 피해서 택시를 타야겠군.......
공항에서의 저녁.
저녁시간대라 한산한 공항.
어마어마하게 수거된 소지불가 물품들. 라이터가 가장 많았다.
줄기차게 비행기를 환승하며 먹게 된 기내식들. 이때의 경험때문인지 기내식은 정말 못 먹을 음식이란 생각이 뇌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나는 불행히도(?) 남미에서 고국으로 무사히 귀국했다. 이렇게 남미는 안녕. 언제 다시 가보게 될까? 그 텀이 길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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