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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2014 Poland

[폴란드여행_2014/06/12-13] 25. 바르샤바에서의 마지막 날, 폴란드여 안녕.

by 여름햇살 201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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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기나긴 비행을 위하여 숙소에서 푹 쉬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마지막날을 보내기 뭔가 아쉽다.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은데 또 그러기에는 에너지가 없었다.



빨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많은 양조 맥주집을 발견했다. 그래 혼자서 2차를 즐기기로 결심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곳이 그 맥주집. 바르샤바대학 맞은편 라인에 있는 맥주집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식사류 뿐만 아니라 가벼운 안주거리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 가벼운 안주거리도 시키지 못할 만큼 그 이전에 너무 많이 먹어서(...) 맥주만 주문했다. 2차에서는 맥주만이지 암암. 이 것은 이 집에서 만드는 흑맥주. 쌉싸름하고 진한 맛이 좋았다. 



두번째 에일 맥주. 내 개인적으로는 요게 더 입맛에 맞았다. 다른 것도 마셔보고 싶었는데 이미 네잔째라서 자제했다. 이 곳까지와서 꽐라가 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추억이긴 했지만, 일행이 없으니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꽤 많은 자리인데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채워졌다. 앉는 사람마다 날 신기하게 쳐다본다. 혼자 2차하고 있는 동양인 여자 컨셉, 괜찮군 ㅋㅋㅋ




숙소로 돌아가려고 보니 꽤 많이 어두워졌다.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런걸까, 다른 도시들에 비해 조용한 저녁이다.




대학교 근처도 한적해졌다. 다들 술집가서 술마시고 있는 듯..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한 바르샤바의 저녁. 다음날 한국으로 떠나는 내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뭔가 곧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는 현대인의 서글픔이 느껴지는 사진이랄까.(ㅋㅋㅋㅋㅋ)





막판엔은 소니카메라의 토이카메라 기능으로 사진을 찍었다. 분위기가 묘해져서 재미있다.



날아가는 슈퍼카 촬영. ㅋㅋ



야시꾸리한 술집.




조명만으로 분위기 있는 건물이 된다.



오키도키호스텔이 있는 건물. 만든지 오래된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참 멋스럽다.








괜히 사진을 찍어봤는데, 토이카메라로 찍은 것만큼 뭔가 예쁘게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다시 카메라 욕심이 스물스물...ㅋㅋㅋ



다음날 아침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후 1시 비행기여서 시간이 좀 넉넉한 편이었는데도, 쫓기는 사람처럼 공항으로 향했다. 도심에서 공항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도 있고, 지하철도(호스텔의 리셉션 직원이 알려주었다.) 있는데 나는 175번 버스를 이용하였다. 직원이 출근시간이라서 차가 막힐 것이라고 지하철을 타고 가라고 했는데, 차마 역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갈 수가 없었다. 버스 정류소는 호스텔에서 5분거리에 있었기에 난 꿋꿋이 버스를 이용했다. ㅋㅋ



버스에 탈때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탑승했다. 이것이 바르샤바의 출근지옥인가.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진짜 널널한 버스였다. 사람과 사람끼리 부대끼지는 않아도 되었으니.



도착한 바르샤바 공항. 입국은 1층, 출국은 2층이었다. 1층에는 뭐가 있나 내려갔다가, 10일전에 보았던 풍경과 마주해서 묘하게 반가웠다. :)




밥을 먹지 못해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공항답게 어딜 가도 다 비싼 가격대를 자랑한다. 남아 있는 돈을 탈탈 털기로 했다.



먼저 커피 한잔. 라떼를 시켰더니 이렇게 하트를 띄워준다. 폴란드의 카페라떼는, 우리나라처럼 대용량이 아니라 에스프레소잔보다 약간 큰 잔에 우유를 살짝 부어준다. 그래서 하트도 작고, 귀여웠다. :)



주문한 아침 메뉴. 참 이렇게 허술하게 해놓고 비싸게 받아 먹다니.............



너무 일찍 와서 카운터가 열리기를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3시간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카운터가 열리지 않는다. 



헹싱키로 가는 비행기만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지 않은 상태. 내 비행기보다 두세시간 더 늦게 출발하는 애들도 다 열렸는데 내 것만 열리지 않는다. -_- 우어... 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조마조마해져서 그냥 셀프체크인으로 체크인하고 짐을 부쳐버렸다. 성격급한 한국인 ㅋㅋㅋ 사실 짐이 너무 무거워서 빨리 부쳐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면세점의 규모는 작았고, 딱히 살만한 것은 없었다. 향수를 하나 살까 해서 봤는데 같은 상품이 한국 면세점이 훨씬 싸다. 독특한 선물이 없을까 보다가, 아빠를 선물 드릴 보드카 한병을 샀다. 우리나라의 과실주마냥 각각의 과일맛이 나는 보드카들이 있어서 블루베리로 하나 골랐다. 가격은 싸지만, 폴란드에서 만든 보드카를 마셔볼일은 잘 없겠지 하는 마음에 ㅋㅋㅋ



무료 와이파이존은 한정적인 곳에서만 가능해서(쇼팽 공항은 항공편 번호로 와이파이 승인을 받는데, 무료 와이파이를 하루에 30분만 제공했다.), 이 곳에 철썩 들러 붙어서 인터넷을 사용했다.




남은 동전 탈탈 털어 시리얼바를 몇개 샀다. 예상외로 너무 맛있어서 계속 냐금냐금 까먹었따. 한개 200칼로리가 넘던데.................. 그리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탔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때도 헬싱키에 들러서 인천행 비행기로 환승했다. 헬싱키 공항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디가서 중국인들이 무례하고 소란스럽다고 욕도 못하겠다.




기가 막힌 구름 위의 비행기. 전날 잠을 충분히 자서 그런지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영화도 보지 않고 계속 하늘만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 하늘에 흩어져 있었다. 미적 감각을 가진 누가 만들지도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저런 구름이 생기다니. 역시 자연보다 더 신기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항상 구름위를 나는 비행기에서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속을 날고 있을때 창밖을 바라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이에 한숨도 자지 않고 구름속을 날때를 보고야 말겠다며 비행기가 하강하는 시점만 기다렸다.





구름속을 나는 비행기. 신기했다. 어떤 저항도 없이(실제로는 저항이 있지만 비행기의 속력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구름속을 슝슝 뚫고 나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과학발전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첫번째 기내식. 느끼한것 잘먹는 나도 느끼하게 여겨졌던 음식. ㅠ_ㅠ 공항에서 챙겨 먹길 잘했지.



흔들린 아침 기내식. 맛은 없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다시 도착. 이렇게 2014년 나의 여름휴가, 폴란드 여행이 끝이 났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잘한 짓(?)은 한국출판회사에서 편찬한 여행책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이었다. 한국 여행책의 특징은 1일 코스를 짜준다는 것이다. 사실 나같이 준비 하나도 안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부분은 꽤 편리할 수도 있기도 하다. 그런데 단점은 하루에 그 코스를 다 돌기는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 돌아보지 못했을때에는, 저길 가봐야하는데 못가다니 하면서 묘한 패배감(?)과 초조함을 만들었다. 


대신 이번에는 철저하게 가고 싶은대로, 뭉개고 싶은곳에서 뭉개고 싶은대로 여행을 했더니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 다음번에도 욕심부리지 않고, 괜히 안내 책자의 일정과 내 여행을 비교 하지 않기로 했다. 적당히 볼만큼 보고 구경하는 여행을 해야지. 물론 좀 더 헤매고 실수도 많고 시간도 많이 잡아 먹긴 하지만, 여행은 요런 맛인것 같다.


 여행을 하다보니 조금씩 내가 변한다. '자아를 찾는 여행'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곤 한다. 여행이 나를 찾는다기보다, 선택의 순간들에서 진짜 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인생도 물론 선택의 연속이긴 하지만, 인생의 축약판인 여행은 짧지만 강렬한 기억이 남는다. 낯선곳에서 한정된 시간과 돈이라는 제약에서 나의 만족도를 높이는 선택.  


그래서 나는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가치관이란 것이 있으며, 남의 말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다.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 아는 사람말이다.



* 폴란드의 여행은 여기까지고,  이제 다음은 호주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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