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4
포틀랜드의 호텔은 마음에 작지만 우리 마음에 꼬옥 들었다. 시애틀에서는 체인 호텔이라 약간 비지니스적인 냄새가 솔솔 났는데, 이 곳은 주인이 애정을 갖고 아기자기하게 꾸민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들도 마음에 들고, 시설도 꽤 훌륭했다. (숙소에 와인잔을 비치해 둔 곳은 라스베가스 브이다라 스위트룸 외에 처음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미드 길모어걸스에서 로렐라이가 애정 쏟으며 일하던 딱 그 호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웰컴 드링크로 와인도 가져다 놓고 나름 괜찮았다.
남편도 처음 묶을때부터 여행 끝날때까지 이 곳 호텔이 직원도 친절하고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을 많이 했었지. 허나 단점이.. 왠지 모르게 찬바람?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건물이 오래되서 우풍이 있는 것 같은데.. 추위를 못견디는 나는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크헉.. 그래도 커튼을 치고 온풍기를 가동시키면 금새 따뜻해지기는 하는데.. 커튼만 제치면 다시 추위가 시작....ㅋㅋㅋㅋㅋ
호텔 디럭스의 외관~ 요놈의 나라는 어찌나 지네 나라 국기를 좋아하는지...ㅋㅋ
스산한 포틀랜드의 크리스마스... 정말 아무도 없다 ㅋㅋ 우리가 일찍 나오기도 했지만. 날이 추운데 그렇다고 눈이 오는 것도 아니라서 딱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춥다고 이럴거면 롱패딩을 가져왔을꺼라고 다시 징징 시작..ㅋㅋ
포틀랜드는 커피와 맥주의 도시다. 그래서 포틀랜드를 여행 오는 사람들은 포틀랜드 전역의 유명 브루어리와 로스터리 카페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맥주와 커피를 맛보는 것을 즐긴다. 남편이 술을 안 마시고, 나도 예전만큼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아서 우리는 카페에 뽀인뜨를 두기로 했다.
우리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한 곳은 Stumptown.
포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 Stumptown. 작은 로스터리로 시작해서 이제는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커피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고러면 일단은 이 곳에 방문하는 것이 관광객의 정석 아니겠느가~ ㅋㅋ 사실 이 곳이 호텔에서 걸어가기 가장 가깝고, 크리스마스에도 문을 여는 카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호텔 1층에 위치해서 휴일에도 문을 여는 듯...?
나의 마음을 살랑살랑 자극하는 굿즈. 원두는 사려고 했는데 깜빡하고못샀고,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컵을 구매했기에 딱히 추가로 더 사고 싶지는 않았다. 에코백이야 잘 쓰고 있는 것이 있어서 구매할 필요는 없었고 말이지.
이제는 기업화(?)가 되어 버린 stumptwon이라 그런지 매장에서 내리는 커피 말고 다른 제품들도 꽤 많다. 이정도면 블루보틀보다 더 성공적인것 아닌가....?! 포틀랜드의 스타벅스구먼.. ㅋㅋ
커피바의 규모는 작은데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원래 인기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휴일에 문 연 곳이 이 곳뿐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커피마시러 오는 현지인들이 꽤 많았다. 특이한 점이 하나같이 다들 강아지와 함께 온다는 것이다.
카페 바로 옆은 호텔로비인데, 요렇게 색깔별로 책을 모아 두었다. 예쁜데..?!?! 호텔로비인 것 같은데 다들 커피잔을 들고 앉아 있었던 것을 보면, 매장에 좌석이 협소해서(4석 정도..?) 호텔 로비랑 같이 쓰는 것 같기도 했다.
허세돋게 시켜본 에스프레소와 샌드위치. 샌드위치는 뭔가 맥모닝 같은 느낌이었는데 맥모닝보다 맛은 더 없었다...... 뭔가 건강할것만 같은 맛.. 미국와서 건강한 맛 먹기 시져시져요 먹자마자 심장 쿵 하지만 맛난걸로 주세요..
스벅에 이어 또 설정샷. 전날 둘이서 새벽 2시에 일어나 도리토스와 닥터페퍼 먹으며 넷플리스 위쳐를 봤더니 얼굴이 달덩이같이 부었다. 그 이후로 도리토스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극한의 소금의 맛이야...하나만 먹어도 한 봉지 다 먹은 듯한 강렬한 자극...ㅋㅋ
여기서 카페에 비치되어 있던 지역 신문 같은 것을 보며 포틀랜드 놈들은 뭘하고 노나 구경을 했다. 대부분이 공연이나 영화와 관련된 기사였던 것으로 보아, 문화예술관련 신문이었거나 아니면 포틀랜드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많거나 둘 중에 하나였으리라. 특이하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물건(가격대별로)들이 예시로 되어 있었는데, 명절에 선물 챙기는 건 어느나라나 똑같구나 싶었다. 푸핫.
카페에서 노닥거린 다음에는 신랑은 나이키 매장으로 그리고 나는 Powell's books 로 가기로 했다. Powell's books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이다. 새책과 중고책 모두 판매하고,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다. 스텀프타운이랑은 엄청 가깝다.
어마무지한 규모의 파웰 서점~ 건물 1,2층을 모두 이 곳이 쓰고 있었다. 색깔별로 구분지어 지는데(퍼플룸 레드룸 등등), 각 룸에 맞게 책이 분류되어 있었다. 룸마다 돌아다니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추워서 사진을 대충 찍느라 이리저리 흔들림....ㅋㅋ
간만에 서점이다. 가득 쌓여있는 채을 보면 왜 매번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인지♥ 회사 다닐 때에는 강남역 교보문고를 자주 갔는데, 약국일을 하고 나서는 강남에 갈일이 잘 없으니 강남역 교보문고도 자연히 멀어졌다. 그래도 집근처 사당역에 반디앤루니스가 있어서 아쉬운대로 가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져서(별로 좋아하지 않는 영풍문고가 입점준비중이다), 더더욱 갈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파웰북스라서가 아니라 그냥 서점 온 것 자체가 신이 났다.
매우 인상적인 것이 스태프들이 손글씨로 책에 대한 추천사를 적어둔 것이다. 곳곳에 이런 것들이 있는데 보기만해도 가슴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세련되지만 획일적인 프랜차이즈 대형서점과는 다른 분위기 아주 좋아~~ 이래서 포틀랜드에 오면 다들 이 곳에 오는 것이구만.
한강의 채식주의자~~ 요거 말고 또 다른 한국인의 책이 있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다른 나라에서 한국과 관련된 컨텐츠를 보면 괜히 자부심이 솟아난다.
한국어 섹션... ㅋㅋㅋ 저 많은 성경들은 누가 버리고 팔고 간 것인가. 구경하다 보니 신랑이 금새 왔다. 크리스마스라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아서 나이키도 문열지 않았다며 쫄래쫄래 옷 것이다. ㅋㅋ나가봤자 갈 곳도 없어졌으니, 둘이서 서점에서 책구경을 실컷 했다.
왠만한 음식점도 모조리 문을 닫아서(넷플릭스 로니쳉의 스탠드코미디가 생각나는 군, 아시아인들은 크리스마스 신경도 안쓴다고! ㅋㅋㅋ 왜 크리스마스에 문을 닫냐며)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세이프웨이가(타겟도 문을 닫았다) 문을 여는 것을 확인하고 그 곳에서 식량을 조달(..)하기로 했다. 다운타운 말고 조금 벗어나 공원같은 곳을 가볼까 했는데, 진짜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 어떤 곳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호텔 침대에 누워 따뜻하게 지내며 넷플릭스나 보고 싶었다..ㅠㅠ
자동차 장식(깜찍한 루돌프 뿔과 코 어쩔)도 귀여운데 저 뒤에 창문에 매달린 산타도 너무 귀엽다. ㅎㅎ
파웰스북에서 내가 사온 책. 우먼스 헬스는 호주시절부터 좋아하던 잡지! ㅋㅋ 메타포는 작문에 관련된 책인데, 내용이 꽤 좋아서 영어 공부하려고 샀다. 하지만 여태 펴보지 않았...어여 공부 계획을 세워봐야지. 그리고 마음에 든 책은 Silence In the Age of Noise. 노르웨이인이 쓴 책이었는데, 문장을 읽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라서 구매했다. 1월 중에는 다 읽을 수 있겠지!
세이프웨이에서 사온 AFC 스시..ㅋㅋ 너무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 매니저님에게 보냈다. 우리의 추억(매니저님은 호주에서 AFC 매장에서 일하며 만났지 ㅋㅋ) 이 담긴 곳이라며..! ㅋㅋ 맛은 호주에서 먹은게 더 맛있었다. 이게 내가 알던 레시피랑은 좀 변형(부실한쪽으로)으로 되었는데, 만드는 것을 보니 외국인들이 그냥 대충 만드는 듯 했다.
해초 샐러드도 구매하고~ 이것은 기억하던 그 맛 그대로였다. 이것과 함께 추위에 벌벌 떨었던 나는 라면을 끓였다. 정말이지 추운 날씨에는 라면국물만한 것이 없다. 그것이 한국이건 미국이건....ㅋㅋ
장보다가 발견한 치즈케이크팩토리의 치즈케이크. 맛있다고 신랑이랑 둘이서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다 먹었다. 따뜻한 곳에서 음식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았다. 그리고 겨울옷을 짐에 챙기지 않은 과거의 나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이 미련한 인간아.... ㅠㅠ
개미새끼한마리지나다니지 않는 도로. 운행중인 트럼에도 사람이 없었다. 다들 뭐하는것일까. 대충 검색해보니, 이나라의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네 설과 추석과 같아서 크리스마스 음식(자기네집 전통음식)을 잔뜩 해놓고 하루종일 집에서 티비를 보며 꾸역꾸역 먹으며 먹고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느 가게건 영업을 안 할 수 밖에. 뭐 7년전 똑같은 시기에(12/24-1/1) 프랑스 여행갔다가 가게들 모조리 문 닫아서 스벅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놀랍지도 않다. ㅋㅋ
그렇게 우리는 강제로 남의 나라 명절풍습을 답습(?)하게 되었으니, 호텔에서 먹고 티비를 보며 쉬었다. 호텔에 구글 크롬캐스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넷플릭스를 연동해서 볼 수 있었다. 지난 여름과 가을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동백꽃필무렵을 다시 보고, 넷플릭스 위쳐를 빵빵한 사이즈와 사운드(LG TV 만세!)로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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