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우 이즈 굿'을 보았습니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이었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질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삶'과 관계된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창 꿈을 꾸며 자라날 10대 소녀 테사는 사망 선고를 받은 백혈병 환자입니다. 그녀에겐 다른 이들처럼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와 삶을 정리하는 일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 관객의 입장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녀라면 나는 무엇을 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결말을 지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 것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라고 추측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sex를 해치워버리려고 했던 테사는, 자신을 끝까지 잊지 않아 줄 남자 애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냥 신파로 빠지기엔 테사는 죽음을 담담하게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딸의 죽음 앞에서 결국 눈물을 터뜨리는 아빠, 죽어가는 딸의 진료일에조차 지각을 하는 엄마, 그리고 누나가 죽으면 휴가를 갈 수 있냐고 묻는 동생의 모습은 테사가 애덤에게 했던 '삶은 계속 된다'라는 말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테사의 삶은 끝이 날지 모르지만, 딸을 잃은 아빠로서의 슬픈 삶은 계속 되며, 한창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동생의 삶도 계속 될테고, 엄마 또한 그녀의 삶이 계속 진핼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이 보이던 그녀가 임신한 친구의 낙태 결심에 그토록 화를 냈던 것은 아마도 살고 싶은 본능이 튀어나왔던 것일 겁니다. 삶은 계속 된다. 설사 소중한 사람의 삶을 잃더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며, 그 삶을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테사는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삶을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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